●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1116g | 한경원展으로 갑니다.
한경원 블로그_blog.naver.com/gksrudnjs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8:00pm
별관 outhouse.seoul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망원동 414-62번지) 2층 facebook.com/outhouse.info instagram.com/outhouse.seoul
나는 뭔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리는 순간 그리고자 하는 것을 곧잘 잊는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착각이다. 나의 손과 몸뚱어리는 예전에 배운 것들을 잘도 기억해낸다. 내가 의식하지는 않지만 내 손은 부러졌어도 나에게 축적된 관습적인 작품 제작과정은 부러지지 못했나 보다. 이는 남에게도 보기 싫은 그림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도 보기 싫은 그림으로 다가왔다. 예전처럼 열심히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열심도 안된다.
그렇게 즐거이 그렸던 예전이 그리운 것은 무언가를 그릴 때 느껴지는 체감이 좋았던 것으로서 이는 그것을 한 번도 그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은 처음 봤더라도 이미 바라보는 인식과정에서 다 그려지고 전에 표현한 내 어떤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 하염없이 먹을 갈고 갈다 보면 먹이 아깝고 종이가 아까운 지경이다. 진정으로 다 잊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붓을 꼬나 쥐어 선을 치고 또 친다. 선을 빠르게 더 빠르게 칠수록 나에게 외화된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다가 이내 대상에 대한 감각을 솔직하게 마주할 때가 된 기분이라도 든다. 어찌 보면 나는 나의 내면의 조화를 쏟아냄을 통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까지 만들어 평안함을 얻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이 쏟아내는 발산적인 움직임을 텅빈 상태에서 받아들여 표현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감각에 의한 대상 자체의 표현은 나를 지우고 비워내는 것에서 시작이 되어 결국에 자연이라는 대상 그 자체를 화면에 떠오는 것으로의 방향으로 되어갔다. 이전에는 불 혹은 붓의 흔적을 통해 자연 그 자체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전시는 자연이라는 대상의 날것을 화면에 직접적으로 담아내고자 하였다. 굴절된 인식과 경험은 자연이라는 대상의 표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형상의 추구는 대상과 나 사이의 현상에 대한 부수적인 입장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번 작업과정에서 나는 물과 바람과 같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현상들 속에서 나를 씻겨주고 나를 뱉어서 만들어 낸 상쾌함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도 그리는 와중에 먹과 붓이 만들어 내는 속도감과 먹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되면서 수묵이라는 질료적인 특성만 남게 되고 대상과 나 사이의 현상들은 탈각되어 진다. 결국에는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혹은 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이 점점이 새로 다가온다. ■ 한경원
Vol.20191105k | 한경원展 / HANKYUNGWON / 韓囧元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