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 이야기를 담다 Leeyoungsil 羅羅 Land Ⅱ

이영실展 / LEEYOUNGSIL / 李永實 / painting   2020_1223 ▶ 2020_1228

이영실_책가-flower1_옻칠_50×5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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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실 인스타그램_@princess_shilla1

초대일시 / 2020_1223_수요일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4층 부산갤러리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작가 이영실의 羅羅Land-책가도_이야기를 담다 ● 민화는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점을 조선후기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 뿌리와 '민화'라는 명칭에서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화제나 기법이나 화풍에서 독자적인 한국의 그림으로 보아야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화풍이나 기법이 독창적이라는 것은 작가나 그림의 정체성을 평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며 작가의 가치관과 결부되고 창의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화에서는 기법과 화풍을 전수하고 습득하기 위해서 특정 작품을 롤모델로 한 모방이나 모사하는 방식으로 교육해 왔다. 그러나 동양화론에서 이야기하는 모사(模寫)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는 사물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파악하고, 모방은 보다 나은 작품을 창작해내기 위한 한 중요한 과정이며 모사나 모방에서 탈피해야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답습을 반복하고 독장성이 결여되는 현상이 여타 작가들의 활동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서양의 경우도 모방에 대한 의미는 비슷하다. 실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19세기 중엽 미학자들의 주장들을 포함해 오랜 시간 동안 미메시스(mimēsis) 이론을 둘러싼 논의는 동시대 미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논쟁에 대한 중심은 실재의 모방을 예술성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며 헤겔학파인 피셔에 주장이 대표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모방에 관해 회화나 조각과 같은 예술들의 기본적인 기능이며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 모방이론에 대한 정립은 미술사에 있어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이 이론에 동의했다는 것도 중요한 사건이다. 독창적인 작품의 생성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 영역에서 미메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에 방향성을 둔다.

이영실_책가-flower2_옻칠_50×50cm_2020
이영실_책가-flower3_옻칠_50×50cm_2020

이영실의 민화는 몇 가지 측면에서 모방적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 방식을 쌓아가고 있고 더불어 작품의 정체성도 선명해 지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민화의 개념을 기반으로 동시대에 회화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화의 근원은 생활이야기를 통해 염원을 그림에 담는 서민들 사이의 문화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한 장르이다. 대중의 이야기를 담고 대중을 감동시키고 대중이 향유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이영실 작가의 작업에서 전통적인 민화를 기저에 두고 현대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전통의 의미와 조형성을 재해석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현대민화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의 움직임에서 보고 생각하는 것들 즉, 극히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를 담기위해 시도하는 작업은 이영실 나름의 라라랜드 만들기 방식이다. 2019년의 개인전에서 메인 작품으로 전시 되었던 「영축산일월오봉도」는 민화의 전통적인 조형방식 속에 영축산을 중심으로 통도사와 그 주위에서 보아온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옻 그림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민화를 현대 회화로의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도와 색채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에 대한 실험적 조형의 구현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이영실_책가-Dignity1,2,3,4_옻칠_100×50cm×4_2020
이영실_책가芬_옻칠_2020

지금까지의 작품이 전통적인 맥락에서 이어받은 기법의 전환 또는 변형적인 조형 성격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새로운 조형언어를 찾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그 책을 담은 책장을 그린 「책가도시리즈」에 본인의 이야기와 주위에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가도는 민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책장에는 책을 포함한 항아리, 식물 그리고 꽃문양이 패턴같이 등장한다. 겸연쩍게 그려 넣은 약 병과 약 유발은 과거 약사로써의 자신의 일부를 담았다. 작가적 시각과 약사라는 또 다른 시각에서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모방과 모사방식으로 끌어내는 민화의 작업방식에서 진화하려는 새로운 시도이자 독창성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금낭화나 작업실 앞 문턱에 있는 야생화 같은 식물은 통도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작업실이 있는 영취산 아래의 통도사 주변에서 보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책가도에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시도는 극히 본인의 가까운 환경에서 시작된다. 과거의 자신과 민화 그리고 현재의 자신과 민화를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자기만의 독창적인 민화를 끌어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나와 타자, 시간과 공간 등이 내포하고 있는 관계성에 대해 중요한 인식의 소유자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영실_책가寶1_30×30cm_2020
이영실_책가寶2_30×30cm_2020
이영실_책가寶3_30×30cm_2020

또 다른 하나는 평면적인 조형방식에서 입체적인 조형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전통 민화에서 나타나는 표현 방식은 극히 평면적이다. 그러나 작가의 책가도에서 시도하는 표현 방식은 전체가 기존 민화의 평면적인 구성 방식 위에 입체적인 방식을 병합시키면서 공간감과 생명력을 더한다. 화병속의 식물이 입체공간으로 흘러내리고, 배경의 대형 꽃이 앞의 책장과 오브랩되는 선의 표현은 독창적이다. 책장이 한 화면에 꽉 찬 방식으로 구도를 잡았지만 적절한 선과 면의 처리방법으로 인해 답답한 느낌이 없고 화면 자체가 책장의 느낌으로 와 닫는다. 책장 아래 부분은 풀과 들꽃 처리방식을 통해 공간의 느낌은 실내이자 경우에 따라 야외에 존재한다. 이런 자율적 조형방식과 책가도의 공간 연출은 작가 본인만의 한국적 초현실주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영실_Red for books1_50×40cm_2020
이영실_Red for books2_50×40cm_2020
이영실_Red for books3_50×40cm_2020

마지막으로 옻(漆)이라는 재료에 대한 고집이다. 작가 이영실이 옻 재료로 민화를 고집하는 것은 통도사 방장 성파큰스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옻 작업은 일반 회화에서 사용하는 아크릭이나 유화 재료와 달리 발색이 다양하지 못해 색감의 연출에 한계성을 가지고 건조 시간이 길고 환경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시간에 대한 계획과 공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작업에 배분되는 시간에 대한 지속적 관리로 옻이 주는 부담스러움을 해결한다. 까다로운 재료의 물성을 자기화했다는 것은 재료의 특성에 대해 차이와 반복의 장기적 실험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옻의 무겁고 탁한 색채감은 전체 색의 베리에이션으로 해결하고 강한 접착성분을 이용해 다른 재료와 융합시켜 활용함으로써 옻 작업의 전통적 방식에서 얻지 못하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기법의 활용은 책가도에 담는 본인의 이야기와 최적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전통회화에 대한 현대적 또는 현대화라는 표현에는 의식을 필요로 한다. 의식은 작품의 정신을 기저로 할 때 존재할 수 있다. 전통에 대해 현대화의 의도적 변화는 필요한 것인가. 전통미술에 대한 세계화 또는 진화를 이유로 현대화를 요구하는 억지스러운 불편함을 마주할 때가 있다. 작가가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일상을 자기 안에 내재된 관계성과 융화시켜 나가는 방식보다 더 자연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실 작가는 전통적 민화 의식과 옻의 독특한 물성을 기저로 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융합시키는 방식은 현대 민화를 위한 작가만의 해법이리라 생각된다. ● "누구에게나 대립적인 두 가지가 공존한다. 과거와 현재, 뜨거움과 차가움, 달콤함과 씀, 기쁨과 슬픔, 멋지거나 추함, 열광과 냉대, 좋거나 싫음..... 그 예민한 저울의 추 중심에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 한 발 내디딜까." - 2020.11.12 작가노트 중에서정종효

Vol.20201224d | 이영실展 / LEEYOUNGSIL / 李永實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