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시간

임현경展 / LIMHYUNKYUNG / 林鉉景 / painting   2018_0905 ▶ 2018_0911

임현경_정원의 시간_비단에 수묵담채_112×287.5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1211c | 임현경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115-52번지) 본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보이지 않는 보호하심에 대하여… ● 땡볕이 내리쬔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볕과 높은 습도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 듯 흐르는 날씨지만 짙은 녹음 아래 펼쳐진 도시 풍경만은 단연 으뜸이다. 온 생명이 살아있는 듯 하다. 눈이 시릴 정도의 빛의 세기에 참지 못하고 달리는 버스에 곧장 몸을 싣는다. 시원한 버스에 앉아 차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는 순간 강한 빛이 내 몸 안에 들어와 구석구석 음습한 기운들을 쫘 악 말려주는 것만 같다. 파란 하늘, 투명한 연녹색 이파리. 해말간 자연의 색상이 세상의 어둠과 우울을 비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이때, 깊은 적막을 깨고 여름의 색을 닮은 임현경 작가의 신작이 우리 앞에 나왔다.

임현경_함께_장지에 수묵담채_130×169cm_2018
임현경_정원의 커튼_비단에 수묵담채_82×169.5cm_2018
임현경_정원의 커튼_비단에 수묵담채_82×169.5cm_2018

이번 작품들은 기존에 가졌던 정제된 움직임, 중후한 톤에서 살짝 벗어나 작가의 세계관과 맞닿은 주제에 대한 고찰이 사실상 더욱 많이 반영된 그림들이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동양적인 기법에 여성적인 감수성과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세련된 화풍을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주색(朱色)에 물을 섞어 빚어낸 화사한 살구 빛 휘장(揮帳)과 영롱한 연두 빛 자색 나무들, 그림 정중앙에 위치해 힘차게 물줄기를 뻗어 올리는 분수대는 정서적 영적 근원지이자 삶에 대한 경애와 환희를 나타낸다. ● 임현경은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색을 고집하기 보다는 외부세계와의 화합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끌어내는 작가이다. 전통적인 결을 고수하지만 작가로서의 자신만의 결을 잃지 않으려는 팽팽한 내적갈등과 긴장감을 작가 특유의 차분한 음성으로 고운 비단 위에 담담히 풀어놓는다. 세심하게 생각의 결을 고르는 그녀에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란 '자신이 한 배려에도 행여 먹물이 튀지 않았을까.' 그 결을 면밀히 살피는 일이다. 이번 작품은 나무에 볏짚을 두르고 헝겊을 감아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어 낼 수 있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임현경_정원으로 가는길_비단에 수묵담채_50×507cm_2018
임현경_숲의 장막_비단에 수묵 담채_60×91cm_2018
임현경_숲의 장막_비단에 수묵 담채_60×91cm_2018

그녀의 그림엔 명암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빛이 느껴지고 사물이 흐트러지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작품 '바람의 소리' 에서는 가슴안에 품고 있던 고통의 흔적들을 바람에 휘이 날려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를 찾는 능청스러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동양화의 구도와 기법을 그대로 살려 전통회화의 맥을 유지하지면서도 촘촘한 붓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세밀한 터치와 정형화되지 않은 색감, 무의식의 발자취가 드러나는 개인의 서사를 통해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동양화 애니메이션'(Animated Oriental Paintings)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세상 소음이 모두 가라앉고 백색소음만 남은 그 곳에서 바람은 내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바람이 지나가고 한 참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자리엔 나무를 지탱하는 보드라운 천, 그 보다 더 크고 강한 힘으로 나를 감싸 안고 있는 '보호의 손길'이 드리워져 있다. 축 늘어진 몸을 바닥에 떨군 채 이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순간, 부싯돌처럼 견고했던 자아가 산산이 부셔지고 그것이 나무의 뿌리를 덮는 흙으로 변하는 기적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 줌의 흙이 생명의 근원이자 울창한 숲을 이루는 나무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본성에 가까워질수록 자기 자신을 돋보이려 하기 보다 주변을 돌아보며 서로를 지탱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은유하고 있다.

임현경_바람의 소리_비단에 수묵담채_60×91cm_2018
임현경_함께한 시간_장지에 수묵담채_58.5×78cm_2018
임현경_함께_비단에 수묵담채_30×40cm_2018

아무도 없이 홀로 광야에 버려진 느낌을 받을 때 우리는 절망을 경험한다. 그 절망을 이기는 힘은 결국 내게 들려오는 신의 메시지를 펴보는 일이다. '함께' 라는 작품에서 마지막으로 발견한 신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무너진 게 아닙니다.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때 누군가는 당신을 꼭 붙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 나뭇가지를 흔들어 생기를 퍼뜨리는 바람이 신의 메시지를 실어 나른다. 바람이 소리가 담겨있는 임현경 작가의 그림은 고정된 생각,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평안함 뿐 아니라 유연한 사고와 넓은 시각 그리고 관계에 맞닥뜨리는 용기 또한 선물해 줄 것이다. ■ 이정희

Vol.20180905a | 임현경展 / LIMHYUNKYUNG / 林鉉景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