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918h | 임현경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진선 GALLERY JINSUN 서울 종로구 삼청로 61 Tel. +82.2.723.3340 www.jinsunart.com blog.naver.com/g_jinsun
정원 풍경 - 내면의 교감적 시선 ● 전통적인 동양화기법으로 정원 풍경을 그린 임현경은 자연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 왔다. 나무와 돌이 있고, 물이 흐르는 정원의 모습을 그리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의 풍경을 자신만의 섬세한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전통 동양화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작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임현경은 동양화단의 침체로 전통회화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이 시대에 '전통의 현재화'라는 거대한 담론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보기 드문 젊은 작가이다. ● 형식상으로는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견, 한지, 먹과 분채 등을 그대로 사용하며 전통회화의 양식을 지향하는 그림이다. 또한 동양화의 수묵담채기법을 이용해 선염적인 이미지를 화면에 안착시키며, 아카데믹한 필체를 선보인다. 반복되는 붓질과 세밀한 채색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작가의 수고스런 노동의 흔적이 엿보이는 그림이다. 그러면서도 임현경의 그림은 조선시대의 전통민화 도상을 자신만의 것으로 재해석하고, 작가 개인의 세계관이 투영된 현대동양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번안된 현대동양화인 셈이다.
임현경은 초기 작업에서부터 기암괴석(奇巖怪石), 나무, 물, 새가 등장하는 그림을 선보여 왔다. 이 그림은 전통민화의 양식과 성경의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의 비유"와의 유사성을 발견해서, 이를 자신만의 조형세계로 재해석한 작업이었다. 그러니까 임현경의 그림은 성경적 은유와 동양화의 민화적인 요소의 공통점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동서양에 대한 관심은 더 나아가 서양의 3면으로 이루어진 제단화(祭壇畫, altarpiece) 양식을 차용해, 하나의 이미지가 독립적으로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연결되는 병풍양식의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동양의 병풍과 서양 제단화의 형식상의 유사성을 자신의 작품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화면의 분할과 분할된 이미지가 다시 연속성을 지니는 병풍과 제단화 사이의 유사성에 대한 작가의 발견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전통의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작가 자신의 진지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또한 몇몇의 작품에는 금박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양의 종교화 양식인 이콘(Icon) 배경에 금박을 사용한 것과 전통불화에서 사용되는 금박의 유사성을 찾아내고, 동서양의 종교화에 나타난 금박을 차용해 자신의 작품에도 동일하게 사용한 것이다. 임현경은 이러한 동양적인 것, 서양적인 것에 대한 고민의 지점을 꾸준하게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 조선시대 민화의 대표적인 형식인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를 재해석한 초창기 그림스타일에서 근래에는 정원 풍경으로 작품의 경향이 변모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무, 새, 바위, 물 등의 소재는 변함없이 화면에 등장하지만 화면의 구도와 구성방식이 다채로워졌다. 2012년 개인전에서는 시점을 다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는 특히 내려다 보는 시선인 부감법(俯瞰法)의 작품이 여러 점 눈에 띈다. 상황을 객관화 한다는 차원에서 주로 사용된 전통화의 부감법의 기술처럼,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듯한 제스처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초창기 작업에서부터 일괄되게 나무가 등장한다. 임현경의 정원풍경 그림은 나무에 대한 관심과 이를 의인화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개별적인 나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동양화를 전공한 자로서 산수화로 이전되었고, 이는 또다시 현대식 정원그림으로 확장되는 작업으로 변모했다. 동양의 산수화가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을 투사한 그림이라면, 서양식 정원의 탄생은 자연을 길들여 일상의 주변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동서양의 모두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인간의 공통된 근원적인 욕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임현경의 정원그림은 도시의 일상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공원과 거리의 나무들에 대한 특별한 인상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되는 순환적인 계절변화 안에서 마주친 나무들에 주목하고, 이들을 가꾸고 돌봐주는 누군가의 손길과 개입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작은 씨앗이 성장하여 나무가 되고, 그것이 다시 계절의 순환을 거치면서 생성, 소멸되는 과정을 포착한 그녀의 그림은 이 세상을 주관하는 조물주에 대한 작가의 체험적 섭리를 작품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작품에는 화면 가운데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나무가 배치되는 구심적인 구도가 반복된다. 이러한 그림에는 일체의 배경이 생략됨으로써 화면이 더욱 중심을 향하며,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화면의 중심에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과 분수대가 있고, 그 주위에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와 돌이 있다. 수묵담채로 채색된 평온하고 정적인 분위기는 도상화된 나무와, 기호적으로 처리된 물의 표현으로 증폭된다. 이때 작가는 무성하게 자라나 땅에 뿌리가 견고하게 내리고 있는 나무가 아니라, 묘목에서 갓 옮겨진 어린 나무들을 주로 그렸다. 나무의 곁에는 이전된 자리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버팀목과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울 볏짚, 붕대 등의 보호장치가 있다. 이런 반복되는 작품의 구조를 통해 작가는 연약한 나무로 상징되는 생명체를 보호해 주고 돌봐주는 조물주와의 교감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임현경은 만들어지고 조합된 인공적인 자연환경 안에서도 그 생명체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물과 보호장치(버팀목, 붕대)를 그림으로써, 이 세계를 주관하는 절대자에 대한 존재를 은유하고 있다. 작가 자신을 정원 속의 어린 나무로 의인화시키며, 자신을 둘러싼 절대자의 섭리에 대한 신앙적인 고백을 작품화 한 것이다. 동시에 동양의 순환론 세계관과 생명에 대한 절대 긍정을 작품 안에 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잘 만들어지고 평온한 정원 안에 나뭇가지가 천으로 묶이고 연결되어 있는 화면을 연출하면서 일종의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것은 작가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의 내적인 갈등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섬세하고 내밀한 작가의 심리가 투영된 임현경의 정원시리즈 그림은 동양의 산수화의 맥락에서 시작되고 확장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로 관철되었다. 임현경의 그림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거대담론에 대한 침묵, 혹은 짓눌림에 의한 작위적인 작업이 아닌 자기 삶의 소소한 일상에서 포착된 풍경을 낯설게 바라봄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작업이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일상에서 마주한 것을 익숙하게 관습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보고 예민한 감성을 통해 잡아 올리는 것이 예술가의 특권이고 재능이다. 그런 면에서 임현경의 그림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이 귀 기울이며,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일상의 관찰과 발견을 통해 작품화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고경옥
Vol.20141211c | 임현경展 / LIMHYUNKYUNG / 林鉉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