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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90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포켓갤러리 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88길 5-4(문래동1가 30번지) 3층 Tel. +82.(0)2.2676.4332 cafe.naver.com/mullaeartspace
내 그림속의 파랑은 봄이면 지리산 만복대의 온 산을 뒤 덮는 억새의 푸른 물결이다. 그 위에 바로 누우면 푹신할 것 같은 바람이 부는 데로 다른 색의 파랑을 보여주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파랑이다. 아침 일찍 천왕봉에서 바라보면 운해 속에 꿈틀거리는 부드러운 곡선의 등뼈가 끝없이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의 파랑이다. 약 70년 전 이데올로기가 뭔지도 모르고, 산속에 들어가 얼어 죽고 굶어 죽은 이름 모를 젊은이들이 뿌리고 간 영혼의 색이다.
나의 파랑은 바다이기도 하고 하늘이기도 하다. 삶의 열정에 내몰린 몇 백만 마리의 물고기가 마치 한 덩어리인양 살기위해 몰아치는 동해의 청어 때이고 남해의 멸치 떼이다. 나의 어린 시절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나주평야의 보리밭이 바람에 출렁이며 내게 보여주던 나만의 파랑이다. 죽은 자기 새끼를 놓지 못하고 20일간이나 끌어안고 대양을 헤엄치는 범고래의 색이다. 자기를 고용한 사장에게 '인생은 별게 아니야 이 친구야'라고 외치며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춤추는 조르바의 배경으로 떠 오르는 지중해의 푸른색이다. 지난가을 Izmir라는 터키 남서쪽 항구에서 나를 건너편 유럽대륙의 이름 모를 해변에 실어다 준 배에서 바라본 에게 해의 파랑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살고자하는 열망으로 점철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존재와 그들의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끝은 소멸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귀결인가. 살아가는 일이 지난했던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죽음이란 이름의 소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깊이 사색하며 살았다. 만약 우리에게 죽음이 없다면 신화속의 저주받은 시지프스나 다를바 없는 운명이 될 것이다 이 다행한 소멸 앞에서 잠시 더 살아있는 것들은 가증스럽게도 슬픈 척 하지만 아마 모르긴 해도 마음속으론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파랑은 내게 침묵의 색이다. 이번 작업에서 오직 파랑만 쓰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색을 혼합할 때마다 오묘한 다층의 파랑이 피어난다는 걸 알았다. 붓이 갈 때 마다 마치 기적처럼 파랑의 다양한 층이 생겨난다. 가만히 파랑을 응시하면 그럴듯한 말이 필요 없는 시공간에 드는 느낌이다. 파랑의 화면 안에 포함된 층층의 발색이 무지개처럼 부풀어 오른다. ● 하나의 개념에 깊이 몰입하면 이리도 천 가지의 오묘함이 나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단순한 진리를 이제라도 알게 되다니 이 또한 다행이다. 파랑의 바다에서 노니는 나의 기분을 누구라서 알겠는가, 물론 구태여 알 필요 없지만. 어차피 예술이란 장르는 자기만족이라 했던가. 본인부터 만족해야 관중이든 청중이든 만족하는 법이다. (2018.8) ■ 양해영
Vol.20180903c | 양해영展 / YANGHAEYOUNG / 梁海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