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다 ● 라캉의 '텅 빈 주체'라는 의미의 이 명제를 전시 타이틀로 가져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장자의 나비든 부처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든 그는 이 명제를 동양의 철학사상에서 차용했을 수도 있다. 그가 이 말을 어떤 복잡한속내로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단순히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 공감해서이다. ● 생각하는 존재인 우리 인간들은 어떤 대상에 깊이 몰입 할 때 엄밀한 의미에서 거기 그 공간(사고가 일어나는 그곳)에 정작 자기 자신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전적으로 그렇다. 무엇엔가 몰입할 때 나는 그곳에 없다. 그리는 나도 그려진 나도 없다. 심지어는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순간에도 화면에 그려진 나는 절대적인 타자로서 object(대상)이고 별 의미 없는 이미지일 뿐 진정한 자아의 나일 수는 없다. ● 자아(나 자신이라는 주체)가 진정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기 전에 '생각하는 나'에 방점이 찍히면 그 속에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이 시점에서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그곳에 나는 없다. ● 여기 전시되는 이미지들이 영화적, 서사적 이야기들로 파생되는 화두로 읽히기를 바란다.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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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igured time 형상화된 시간 ● 예술가는 현재라는 순간을 잡아채는 시간의 낚시꾼이다 이 순간을 유보하거나 저축할 수 없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그렇다 찰나적인 순간의 기록이 영원으로 통 한다 이로써 시적인 순간과 공간이 만들어 진다 여기에 '미학적 비평'이란 이름의 입에 발린 미사여구는 그 허세가 몇 초 만에 들통 나는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 지적인 생각과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의 본능적인 더듬이로 무엇인가를 길어내는 사람만이 진실한 느낌의 감상이 유효하다.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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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놀이 ● 플라톤이 비유로 말한 동굴 그림자를 몰라도 우리의 일상은 그림자놀이일 뿐이다. ● 그 그림자에 공감하면 열광하고 비호감이면 무심하게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반감이 들면 화를 낸다. 그것도 혼자서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이것이 바로 너다. 이것이 바로 나다. ● 지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아침 출근길에 밀려갔다 저녁에 또다시 밀려오는 남이 그렇게 하니 나도 하는 인간들의 세상이다. 옛 사람들이 지칭한 바보들의 세상이다.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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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의미 부여하기- 삶에 의미 부여하기 ● 앞과 뒤를 뒤집어 놓고 할 말이 많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우리는 한 생을 보낸다. 창작이라는 의미부여도 존재의미가 어떻고 운운 개소리하기도 소위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시도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온통 오해되고 있다면 이 모든 일이 허공에 헛손질하기다. 그래서 예술 하기는 사막에서 소리치기이다. ● 그렇다. 아무 쓸모없는 일에 몰두하는 그들의 헛손질은 의미 없는 이 세상에 그나마 쓸모 있는 일이다. 당신이 사는 삶이 의미 있는 사람은 손들고 나오라 더 이상 철학자나 예술가는 필요 없는 시간이 오리라.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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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text로서 이미지 ● subtext의 사전적 의미는 대사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 느낌, 판단 등의 내용을 뜻하는 개념이다. 대화나 말이 없어도 시적인 공간이란 것이 있다. 이공간이 무엇인가를 시사해주는 순간이 있다. ■ 양해영

Vol.20150925b | 양해영展 / YANGHAEYOUNG / 梁海英 / photograph.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