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 Hot Air, Cold Instruments

박지훈展 / PARKJIHOON / 朴志勳 / installation   2018_0713 ▶ 2018_0803 / 월요일 휴관

박지훈_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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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713_금요일_05:00pm

아티스트 토크 / 2018_0721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156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0)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이번 전시의 타이들 『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은 전시 공간의 전반적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뜨거운 공기는 개별 작업으로부터 발산되는 느낌 혹은 분위기를, 차가운 악기는 작품의 재료로서의 금속이 만들어 내는 감정적 온도라고 이분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사실 형용으로서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여기저기에 혼재되어 있다.

박지훈_수면장애 Somnipathy_철_24×120cm_2018
박지훈_결벽증을 가진 미술품 An Artwork with Mysophobia_ 놋쇠, 스테인리스 스틸, 워터 펌프, 유리, 모래, 활성탄_190×40×50cm_2018
박지훈_나른한 오후 Drowsy Afternoon_ 두개골 모형, 목재, 놋쇠, 유리, 판지, 허니콤패널, 팬, LED 램프_145×170×44cm_2017

분류를 정교하게 정리하지 못한 '부실'의 원인에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프로세스가 물리적이며 직관적으로 시작되며 여기에 동원되어야 할 논리적 사유와 개념적 명료함이 뒤늦게 합류하거나 혹은 아예 합류에 실패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현대미술의 의제에 부합하지 않는 이러한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본다면 안일함과 나태함으로, 너그러운 시선으로는 '다른 태도'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경계하는 것은 언어와 '볼 것' 간의 거리이고 명료함 혹은 모호함이라는 향신료가 미술에 가하는 '양'이 만들어 내는 가치의 문제이다. "이것은 A이다." 혹은 이것은 "A이거나 B일 수도 있다"라는 명제 둘 다 자칫 협소하고 비좁은 언어의 틀 안에 미술을 가둘 수 있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의미를 규정해야겠다는 강박으로부터 잠시 나태해지고 긴 호흡으로 인간으로서의 작가, 그 인간이 빚어낸 것들을 이해하면서 자신을 조금씩 대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훨씬 풍성하게 작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지훈_악보(빠르게, 반복적으로) A Score(Presto, Repetitively)_철_각 10×36cm_2018
박지훈_삼각 운율 Triangular Cadence_철_각 10×12cm_2018

작업은 대부분 나 자신의 결핍과 장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며 이런 구질하고 신파(新派)스러운 주제를 미술이라는 장치가 친절하게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개별적이고 특이한 지점 위에 위치시키고 그 노력이 좁고 긴 소통이라는 통로에서 사람들과 만나고자 노력한다.

박지훈_졸린 눈을 한 치과의사를 향한 끊이지 않는 정욕 Endless Lust toward My Sleepy Eyed Dentist_ 스테인리스 스틸, 상어 이빨과 턱 모형, 코일 히터, 분액 깔대기, 유리_230×70×40cm_2013

작업의 재료로 금속이 주로 쓰인다. '차가운'이라는 수식이 쓰인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금속을 재료로 쓰게 되었던 인연은 학창시절의 좋은 기억과 자기치유라는 궁상스러움에서 출발한다. 방황의 시기에 별 뚜렷한 목적이 없이 금속을 자르고 갈고 붙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시간이 있었고 이때는 철(steel)을 주로 다루었는데 어느덧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금속 대부분을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역사적 맥락을 보면 각각의 금속들은 다른 목적/용도로 사용되었고 그 금속들이 만들어 내는 감정도 매우 다르다. 나는 이것들을 그때그때 용도에 부합하게 선택하고 가공한다. 금속은 다루기에 녹록한 미술의 재료는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목적에 맞게 빚어냈을 때 나를 배신하지 않으며 꽤 믿음직하다. 이 재료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혹은 변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변신하며 정확하게 제어되어, 나의 인간적 불완전함을 적절히 단단하게 보강해준다.

박지훈_엠티 Membership Training_유리, 오일 클레이, 에탄올 와셔 플루이드_가변크기_2018
박지훈_K씨의 케이스 Mr,K’s Case_놋쇠, 우레탄 수지_13×74×6cm_2018

나의 작업은 상흔이고 부상자이며 수술 도구이며 치료제이다. 그것들은 희극이면서 비극이며 각성제이면서 수면제이고 차가우면서 동시에 뜨겁다. 이 파라독스적 항(項)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병치를 넘어 교차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들의 합(合)이며 내 작업의 스테이트먼트이고 언어관이다. 대척점에서의 두 항을 인위적으로 겹쳐버리는 순간 우리는 일상언어의 체계가 잠시 부서지면서 새로운 기호의 조합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한다.

박지훈_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8

혹자들은 작업 전반에 드러나는 무거운 질료와 자전적 독백 때문에 자칫 심각하고 무겁게 전시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내 작업은 유머와 농담을 지향한다. 그 진지하지 않은 가벼움 들이 온전히 전달되는 순간 비로소 나의 경계심은 뜨거운 공기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 박지훈

Vol.20180713f | 박지훈展 / PARKJIHOON / 朴志勳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