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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2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세움 아트스페이스 SEUM ART SPAC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소격동 73번지) Tel. +82.(0)2.733.1943 www.seumartspace.com
김태서 작가는 한국의 정치, 사회적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직ㆍ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무의식의 프로세스를 의식의 프로세스로 전환시켜 보여준다. 이번 전시인 '회색연구(Studies in Gray)'는 한국의 추상회화를 조망해 예술의 사회적 발언에 주목하고, 고정화된 흑백논리를 추상회화의 무한한 스펙스럼과 연결시켜 경계나 한계와 같은 '틀'을 해체시킨다.
1 전시실 일필휘지, 굵고 힘 있는 강렬한 붓 놀림의 선 – 분단국가, 현재까지도 논란의 중심지로서 작용하는 영토와 영해, 지역경제 불균형과 지역대립구도의 날 선 경계가 '회색연구'의 서막을 연다. '당신은 보수입니까? 혹은 진보입니까?' 극단적 이념 갈등아래, 나의 정치성향은 어떠한가. 질문과 응답이 이루어진 자리, 그 지점에서 흑백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회색이 연결한다. 산업혁명에 의해 시작된 근대, 자본주의 이론을 정립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중 '보이지 않는 손'과 공산당 선언 구절 원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진법 코드로 변환해 놓은 「manifesto」가 묘하게 추상 패턴화 되어 있다. 숨겨놓은 코드방식처럼 작가는 이념과 추상을 적절히 교집합 시켜 놓았다. 정치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경제체제 선택에 대한 논의라고 한다면 두 가지 이진법 코드로 쓰인 이 내용이 마땅히 여겨질 것이다. 작가는 한국사회를 논쟁으로 바라본 흑백논리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 완벽한 긍정도 부정도 없는 상태를 추상화의 스펙트럼 내에서 다룬다.
2 전시실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 받았던 시절, 권력에 의한 억압과 폭력의 역사적 장면 위로 비워낸 선들이 뒤덮고 있다. 구체적인 장면에서 유발된 반복적인 선의 형태는 역사와 예술이 관계 항을 지니면서도 형식적 패턴에 그친다. 예술이 현실을 대변하는가, 또는 대변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은유적 접근방식이다. 은유적 표현은 사실을 단순화하거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열린 프레임을 제공한다. 이어서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면 한국사회 내 주요 사건과 사고, 주변국과의 갈등구도와 핵심 인물, 소수자에 대한 인권문제, 노동의 관점, 환경문제, 규범과 규제, 종교와 예술의 시비 등 각종 사회 이슈들이 60컷 모노톤 스펙트럼에 파노라마처럼 채워져 있다. 컷 단위의 에피소드형식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소격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일명'낯설게 하기'라는 표현으로 심리적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다. 바라보는 주체가 당연하고 고정불변한 것처럼 보이는 사회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고 감정이입이나 몰입을 방해하여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gradation」 앞으로 선(Zen)의 명상「contemplation」이 자리한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1970년대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는 미니멀 아트와 달리 동양적 자연관과 명상적 관조에 기조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관념을 넘어서 본질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공사상과 추상회화가 맥을 같이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장소는 사유와 치유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3,4 전시실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과 그 결과를 보여준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matrix」는 우리가 즐겨하는 빙고 게임을 블랙 픽셀로 처리해 선택의 명료함을 강조한다. 트위스터 게임을 아는가. 「stage」는 정해진 색에 손과 발만을 올려놓아야 하는 규칙 하에 우리가 회색이라는 애매모호한 색에서 가중될 혼란을 가시화시켜 보여준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동전 던지기의 앞, 뒷면처럼 한 번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 놀이는 인류문화의 근원이자 인간의 본성이다. 놀이가 '이기고, 진다'라는 논리에서 보면 정치와 같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과 맞닿아있다. 역사는 반복되고, 관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이나 문화적 흐름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 주체의 표현방식과 객체의 해석방식에 따라 '회색연구'화 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시작이 되는 QR추상작품은 언뜻 미니멀 추상을 떠올리게 한다. 정방형 흑백 도트문양의 QR 코드는 해독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그 내부에 숨겨진 정보를 암호화된 재현방식으로 보여준다. 4 전시실의 「white cube」는 QR코드를 차용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낸 작품들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 놓았다. 예술이 시대적 상황에 어떻게 응답하는지, 우리가 예술을 통해 무엇을 볼 것인지, 이 공간에서만큼은 '미적 무관심성'을 대입해 지나온 시대와 작품을 관조해보는 건 어떨까. ■ 황지선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는가, 혹은 반영해야만 하는가. 개인으로서 예술가의 사회적 발언은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는가. 그리고 현실사회에 대하여 침묵하는 예술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는 현실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종종 극단적인 이분법적 시선을 강요받는다. 나는 이러한 흑백논리를 넘어서 편을 가를 수 없는 모호하고 무한한 회색조의 스펙트럼을 역시 모호한 추상회화의 방법론을 통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 추상회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현실의 문제와 거리를 둔 채 작가의 조형언어나 수행성에 초점을 맞춘 정신성의 추구는 결코 그 자체로서만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추상적 조형을 이 시공간을 살아가는 작가의 욕망과 현실제반으로부터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 역시 그렇게 구체적인 입장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추상회화가 현실과 맺는 관계, 현실의 문제들이 모호하게 추상화되는 지점들을 작업을 통해 포착하고자 한다. ■ 김태서
Vol.20180424f | 김태서展 / KIMTAESUH / 金泰瑞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