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218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 01:00p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오류 없는 시스템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기 점검을 위한 회로도 ● 김태서 작가의 이번 전시는 어떤 사안을 접하게 될 때 판단하고 사유하게 되는 인간의 내적 시스템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문장에서의 대구법처럼 모양새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개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한쪽은 최근 한국 사회의 시위 현장에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 이슈나 주장이 담겨있는 깃발의 형태가 좌우로 나열되어 있는 공간이 보인다. 이곳의 중앙에는 레드 카펫이 펼쳐져 있으며 그 카펫이 끝나는 벽면에는 수직의 일방으로 전개되는 논리 회로도가 스테인리스 금속에 새겨져 있다. 다른 한쪽에는 구호가 적혀있는 깃발대신 빗자루가 깃발들과 같은 형식으로 벽에 걸려있으며 중앙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함이 있는데 다섯 개의 다른 명칭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리고 그 분리수거 함이 나열된 방향의 벽면에는 역시 나무로 만들어진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논리 회로가 형상화 되어 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공간은 두 가지 타입의 상반되는 사유 방식에 대해 작가가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태도로 이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게 되면 일견 극히 단적인 비교 방식으로 논리를 단순화 시켜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거론하고 있는 문제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복잡한 내용으로 확산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치 혹은 종교적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흔히 볼 수 있듯이 특정 이데올로기와 같은 신념이나 어떤 선제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어떤 구체적 사건이나 사물을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서 이미 결정된 입장과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처럼 반응하고 행동하기 쉽다. 이러한 경우 이들이 사고하는 방식이나 반응하는 프로세스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상대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결정론적 입장에서의 진리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확보하게 된 문맥으로부터 산출된 임시적 진리성 자체도 지속적으로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그 문맥을 형성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거듭하여 점검하고자 할 것이다.
김태서_이슈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_버린 것_장빗자루(10EA), 철재 쓰레기통과 마대, 아크릴, 시트지, 각종 쓰레기(5EA), 나무합판에 레이저각인, 마스킹테이프, 시트지_가변설치_2017 이와 같은 흐름에서 김태서 작가의 작업을 검토해 보게 된다면 작가는 후자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여기에는 좀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진리성에 대한 결정론적이고 상대론적인 입장의 차이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작업에서 대립되는 이념적 경향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안들을 등장시켜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보여준 후 이를 논리회로에 의해 수렴시킴으로써 명증한 논의의 장으로 안내한 후 이를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예술 담론의 차원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다시 다층적 차원에서 컨텍스트를 점검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김태서 작가의 작업에서는 이분법적 단순화 등 시각화 작업 과정에서 노출되는 문제로 인해 학술적 비판의 프로세스로 읽혀지기 보다는 정치적 지향이나 역사적 관점과 관련시켜 기회주의적인 양비론으로까지 오독되기 쉽다. 그러나 작가가 제작한 논리 회로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안을 검증하고 자신의 지향과 비교하는 가운데 판단의 기준이자 증거로서의 데이터를 점검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특별히 구체적 상황이 개입할 경우 발생되는 복잡하게 개입하게 되는 컨텍스트의 문제까지 점검의 폭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좀 더 면밀하고 지속적인 차원에서 자기비판의 토대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태서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어떤 사안을 접하게 될 때 반응하게 되는 인간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지평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변화하는 조건에서의 사유의 진행방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정치, 사회, 문화, 예술과 같은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역사라는 변화하는 시공간의 조건 가운데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끊임없이 정의하고 규정하고자 하는 여러 인간 사회의 시스템 가운데에서 현상과 제도를 구분하고 비판하는 일에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논리적 차원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인해내고 이를 확장시켜 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그러한 관점을 제시해 보여주고 있다. ■ 이승훈
Vol.20170214f | 김태서展 / KIMTAESUH / 金泰瑞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