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원

이주은展 / LEEJUEUN / 李周殷 / photography   2018_0309 ▶ 2018_0427 / 일요일 휴관

이주은_정물원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8×8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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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레이블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성수동2가 278-40번지) labelgallery.co.kr @label.gallery

새로운 사고를 유인하는 낯선 시선- 종이 박스나 병은 특정한 물건을 담고 있는 용기이자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포장이기도 하다. 안에 담긴 물건/물질이 빠져나가면 박스나 병은 버려지는 운명인데 사실 그것을 차마 버리기 아까워 보관하거나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박스나 병은 본래의 용도와 무관하게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다. 이제 그것은 또 다른 존재가 되고 의미 있는 사물이 된다. 생각지 못했던 도구가 되거나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주은_정물원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8×80cm_2018

이주은은 일상의 소소한 종이박스나 병을 사용해 그것 자체를 촬영하거나 다른 것들과 나열해서 모종의 풍경을 연출했다. 흰 천이 깔린 바닥에 놓인 병의 일부가 과감하게 잘린 시선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종이박스, 패트병, 유리별과 그 안에 꽂힌 나뭇가지 및 갖은 플라스틱 동물인형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수평의 바닥에 붙어나간 시선은 익숙한 시선을 지우고 사물의 이면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해주는 동시에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안겨준다. 그것은 직립의 시선, 원근법에 길들여진 인간 중심적 시선이 아니라 사물들의 시선이자 머리에 달린 눈의 위치가 아니라 발끝에서 보는 시선이다. 동시에 익숙한 사물의 크기에서 벗어나 색다른 위상을 부여해준다. 작가는 주름진 흰 천과 그 안에 자리한 병의 밑부분만으로 이룬 장면에서 모종의 풍경을 떠올린다. 그것은 언덕이자 계곡이 되기도 한다. 사물의 피부는 부분적인 시선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가 된다. 시선이 우리의 사고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주은_정물원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8×80cm_2018

한편 바닥에 놓인 종이박스와 병, 인형 등은 익숙한 것들이자 일상에서 특정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들이지만 본래의 문맥에서 풀려나 새로운 관계로 접속되면서 가상의 풍경을 만들어 보이거나 낯선 존재로 자리한다. 상대적으로 넓게 자리한 여백으로 인해 단출한 사물들은 그 자체의 존재감을 소박하지만 힘있게 드러낸다. 작가는 이 풍경에 「정물원」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 이처럼 작가는 일상의 삶에서 쓰여진, 일정한 시간의 결을 간직한 사물을 수집해 그것들을 재배열하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촬영했다. 레디메이드에 해당하는 연출과 가장 기본적인 촬영으로 이루어진 작업인데 이후 레진을 부어 응고시킨 표면으로 마감시켰다. 그로인해 매끈하고 반짝이는 피부는 평범한 사물, 부분적인 시선에 의해 잘린 사물을 매혹적인 존재로 다시 보여줌과 동시에 그 사물에 대해 지닌 익숙한 정보나 상투적인 시선을 물리치고 그것 자체와 생생하게 접촉시킨다. 비로소 저 사물이 나와 대등한 도 다른 존재로,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런 존재로 다가온다. 새로운 사고를 유인하는 낯선 시선이다. ■ 박영택

이주은_정물원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8×80cm_2018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을 나타내는 정보들이 담겨있는 물건들이 제법 많다. 디자인 된 색이나 모양만을 얼핏 봐도 기능과 맛, 성능 등을 유추 할 수 있을 정도다. 상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목적을 지닌 라벨이 붙은 물건들을 주변에서 천천히 찾아보았다. 나를 둘러싼 물건들의 라벨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을까. ● 서랍 깊숙한 곳에서 꽤 오래되어 보이는 시계를 담았던 것 같은 작고 붉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엉뚱하게 그 안에는 어느 나라 것인지도 모를 낯선 동전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그런데 은근히 이런 것들이 꽤 되었다. 어렸을 때 받고 좋아했던 화려한 라벨이 붙은 쿠키상자 안에는 바늘과 실, 천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고, 먼지 쌓인 상자 안에 있는 것을 꺼내보니 누군가에게 받았던 기억이 물건마다 간직되어 있기도 했다. 각기 다른 라벨이 붙어있던 물건들은 이제 시간의 겹을 입고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물건들은 시간과 기억들을 먹으며 우리의 공간에 함께 머무른다. ● 아이들에게 많은 상자와 용기들은 모으고 쌓으면서 높은 사자가 있는 언덕이 되기도 하고, 무엇이든 변할 수 있는 놀잇감이 된다. 여러 종류의 병들은 책상 한쪽이나 창가에 작은 식물원처럼 갖가지 병들에 꽃가지 몇 개 꽂기도 하고, 무언가 심어져 있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이번 '정물원'이라는 주제의 전시에서 본인은 이러한 주변의 사물들을 모아서 풍경들을 재현하여, 무심히 지나치고 잊고 있었던 기억과 감정들을 작게나마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본인에게 사물들 속에서 풍경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은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적어가는 사물로 써내려가는 기행문과 같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치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은 그곳이 어디라도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책 한권에서 발견한 문장과 같이 본인은 사물의 깊이 속으로 떠나는 기행문을 풍경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사람이 부재한 그렇지만 사람을 닮은 "정물원"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런 사물들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고 운 좋은 날이다. ■ 이주은

이주은_정물원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8×80cm_2018

Lee Ju Eun-The Unfamiliar Gaze Triggering New Thinking ● Paper boxes and bottles are often used as either receptacles to hold things or coverings with alluring designs. They are destined to be abandoned when the things within them are consumed. Sometimes, however, they are kept and recycled when someone thinks they might still be too useful to throw away. When this happens, such boxes and bottles are given a new life, regardless of their use. From then on, they turn into other meaningful objects: they become unexpected tools or works of art. ● Lee Ju Eun has engendered scenes using such trifling quotidian paper boxes and bottles by combining them with others or rearranging them. A bottle placed on a white cloth laid on the floor appears audaciously cut out in part. A paper box, a plastic bottle, and twigs placed in the bottle are in sync with a plastic animal doll. The gaze pointing toward the horizontal floor enables viewers to look into the hidden side of things and discover what we have yet to see. This is not the upright, human-centered gaze tamed by perspective but the gaze of things, the gaze from one's tiptoes. This also lends a unique status to things, displaying a departure from their sizes which seem familiar to us. Lee creates scenes using only wrinkled white cloth and the bottom of a bottle. This goes on to become a hill or a valley. The outside of an object becomes a medium to stimulate our imagination. Our thoughts are defined by such a gaze. ● Paper boxes, bottles, and dolls placed on the floor are familiar to us and have a specific use in everyday life. Even so, they bring about an imaginary scene or become unfamiliar when they escape from their original context and enter into new relationships. Such seemingly tidy objects modestly yet vigorously unmask their existence thanks to relatively widely positioned blank spaces. These scenes are titled Still Life Garden. ● Lee collects things used in everyday life as well as those containing the grains of time, rearranges them, and takes pictures of them from a new perspective. Such works that involve directing and photographing are finished by pouring resin and allowing it to harden on the surface. The sleek, glittering surface derived from this finished work causes ordinary or partially cut-out things to look attractive and allows viewers to get in touch with them, shaking off fragments of such things and our stereotyped perspectives toward them. In the end, these objects appear as beings equal to us or beings we have yet to know. They are derived from the unfamiliar gaze that triggers new thinking. ■ Park Young-taik

Vol.20180309d | 이주은展 / LEEJUEUN / 李周殷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