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Drawing 28_섬 Island

이주은展 / LEEJUEUN / 李周殷 / mixed media   2015_1127 ▶ 2015_1213 / 월요일 휴관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 종이에 프린트, 나무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12×112cm, 125×120cm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711b | 이주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1126_목요일_05:00pm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 대학생_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18세)_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12세 미만)_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소마 드로잉_무심』展 관람시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금요일)_10:00am~09:00pm *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5전시실 Tel. +82.2.425.1077 www.somamuseum.org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욕망의 실현과 억제라는 이중적 시스템이 가동된다. 욕망에 의해 탄생했다가 쓰임을 거부당하고 버려진 폐기물들이 '중고' 혹은 '골동품'으로 분류되어 다른 누군가의 쓰임새를 위해 시장에 나온다. 작가 이주은은 그런 사물들이 모여 있는 황학동에서 작업의 단서를 찾았다. 황학동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 선 수많은 사물들 중 플라스틱 장난감 모형에게 다가가 시선을 주고 손길을 주어 새롭게 존재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이주은 작가가 지금껏 이어오는 사물 기행의 시작이다. 작가는 그렇게 이끌림에 의해 사물을 선택하여 그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고 그것을 만든 사람과 배경을 배제하고 사물만을 클로즈업 시키는 과정을 '사물로 들어가는 여행'이라 표현한다. 그 사물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 의미를 가졌을 지에 대한 의문은 뒤로 하고, 사물이 담고 있는 세월, 기억,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시간의 겹'이 작가의 손에 의해 각색되어 전시장 안에 펼쳐진다. 그 사물의 기억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건 과거에의 회상이 아니라 미래로의 여행인 만큼 작가의 상상력은 사물이 새로 태어나는 데에 있어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된다. 그렇게 작가에 의해 인격화된 사물은 연극 무대 위의 세트처럼 실제와 환영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 놓아져 자신의 기억을 독백하게 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 해도 시선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각인되는 포토 메모리가 사람마다 다른 경험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것처럼 상호 이해는 그 헤아릴 수 없는 컷들이 휘돌다가 어느 순간 일치할 때 불현듯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격화된 사물과 그를 바라보는 사람 간의 공감 또한 그렇게 불시에 오는 것일 것이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 종이에 프린트, 나무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165×60cm,_2015

이주은 작가의 작업 기저는 들뢰즈(Gilles Deleuze, 프랑스 철학자)의 주름(le pli) 이론에 닿아 있다. 우주는 주름이 잡혀 있는데 펼쳐진 부분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고 접혀져 주름진 부분에 눈에 안 보이는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들뢰즈의 사고는 공간성 뿐 아니라 시간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는 지각이라기보다 과거, 현재, 미래를 이으며 그들과 동시에 얽혀있는 그물망 같은, 즉, 현재 속에서 생성되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들뢰즈의 유동적 시간관이다. 비유하자면, 내가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은 현재이지만 동시에 생성되는 발자국은 과거이며 걷는 이유는 미래에 닿아 있기에 현재란 오롯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복합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불확정적이며, 생성 중인, 과정 중인 무엇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들뢰즈가 주장하는 유동 철학의 근간이다. 우연을 받아들이고 하나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은 주체의 능동성이 자칫 공허한 자아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들뢰즈는 파괴된 자아의 욕망이 오히려 가장 창조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 종이에 프린트, 나무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210×60cm,_2015

여기에 창조력이 생명인 예술가의 개입 여지가 생긴다. 창조력이 작동하면 진화하고 작동을 멈추면 퇴화하는 것, 그것은 비단 인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물의 존재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유목민으로서의 예술가의 숙명이 숨겨져 있다. 작가 역시 "유목이란 공간적 이동의 의미 뿐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식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거나 버려진 땅 위에 달라붙어 다른 종류의 공간으로 변환시키는 사유의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 종이에 프린트, 나무컷팅, 레진, 아크릴채색, 목탄_200×29cm, 160×45cm_2015

이주은 작가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얘기하는 실제(reality)와 구분되지 않는 허구의 세상에 큰 공감을 하였고 작품을 통해 이 세계가 실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묘한 감정으로 사물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사물로 시작하여 목수의 일터에서 발견한 사물 등 주변으로 사물의 선택 영역을 확장하였고 결국 어느 누구의 것이었을지 모를 익명적 사물로 시선을 옮겨 사물극의 영역을 넓혀간다. 또한, 사물들이 놓아지는 방향, 사물들 간의 거리, 배열 방식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다양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주은 작가가 펼쳐 놓은 사물들이 세트 뒤에서 관람객을 바라보는 시선, 작가에 의해 인격화된 '사물의 눈'은 마치 핸디캠으로 찍은 영상을 보듯 흔들리는 화면, 또는 센서가 달린 카메라 장치가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 같은 지각 이미지를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소비재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공간 안에 머물러 살아 있는 풍경이 되었던 사물의 분위기와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이번에 이주은 작가는 전시실 한 가운데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그의 작업이 그래왔듯, 환영적 공간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역시 환영적 입체를 가진 무대 세트 같은 사물들을 놓는다. 인화한 사진 위에 레진을 부어 굳힌 후 그 위에 드로잉 등의 리터칭을 하고 다시 레진을 붇는 과정을 거쳐 새 것처럼 반짝거리는 사물들이 이면에 자신의 스토리를 숨겨두고 무대 위에 서 있다.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 미국 미술평론가)가 비판했던 모더니즘의 연극성(theatricality)을 사물극(object play)으로 개편 확장시킨 이주은 작가의 작업은 이렇듯 작가에게는 '사물과 함께하는 사유의 여행'이며 사물에게는 '작가에게 발견되어 이곳에 와 관람객들과 마주하게 될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 대한 모놀로그'이다. 결국 그 모놀로그의 완성은 관람객들에게 달려있기에 사물의 역사에 대한 추론과 미래의 결과는 보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 전시실에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와 트루먼이 탈출하고자 했던 가짜 리얼리티가 과연 이 곳이었는지 저 곳이었는지 알듯 말듯 한 기시감에 갸우뚱하게 될 때, 내 인생 'on air'의 불빛이 어느 곳에서 반짝여야 하는지 아차 싶을 때, 그 때가 바로 작가의 사물들과 공감이 이루어지는, 작가가 작업을 통해 의도한 순간이 아닐런지. ■ 박윤정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드로잉 단상#1. 어느 날 아침 문득 일어나보니 세상이 고요해졌다. 사람도 차도 아무도 없는 고요한 도시가 되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이들은 역사 이래 가장 긴 여행을 출발했다. 두려움도 잠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소리와 냄새와 주변이 들어온다. 단편소설 『휴가-레이 브레드레비』의 내용 중 일부다. 일상을 따라 매일 같은 길을 오고가며 이동을 한다. 그 길은 동일함의 반복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상황들이 엮이면서 오늘의 길은 어제와 같지 않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 시간, 그 길은 아주 어려서부터 걸었던 길이다. 동일한 길에서 반복적인 이동을 하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는 변화가 존재한다. 우연히 마주친 인상이나 소리, 향기, 회상은 동일함 속에서 매번 차이의 단편들을 마주하게 한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주변을 지워내고 텅 빈 풍경을 만들어본다. 텅 빈 풍경은 반복되어 걷는 길의 이동 속에서 무언가를 '주시'하거나 '배회' 하게하며, 관조적인 이미지의 단편들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상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풍경이다. 본인은 이러한 단편의 조각들을 배열하고 연결하며 사물기행을 남긴다. 단편들을 마주하고 수집하는 것은 드로잉의 시작이다. 나의 드로잉은 그리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워나간다. 세상이라는 큰 틀에서 주변을 지워내고 사물하나를 남긴다. 사람이 배재된 사물들인데 사물은 사람의 모습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사물은 겹과 결을 지니고 있고 사물의 두께를 지니고 있다.

이주은_길에서 섬을 만나다 Meet the Island on the Road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2.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한편이 있다. 한 사나이의 평범한 일상은 24시간 생중계되고 있고, 하늘의 구름 한 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조차도 모두 실제가 아닌 허구였다. 그 사람의 일생은 모두 조작된 허구 속에서 추억도, 기쁨도 슬픔도 만들어졌다. "트루먼 쇼"의 영화이야기다. 삶의 모습이 이렇게 저마다의 만들어진 무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일상, 스펙타클하기도 하고 모노드라마일 수도 있는 무대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의 무대를 재현한다. 수집된 사물들로 무대를 만든다. 기행문을 닮은 무대. 동일한 일상의 여정을 통해 발견된 사물은 매번 다른 사물기행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공간에 드로잉을 한다, 두께를 지닌 사물은 가상인지 실제인지 애매한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낸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실제 인지 아닌지 모호한 여행은 계속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치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은 그곳이 어디라도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여행의 기술 Art of Travel』 중에서) ■ 이주은

Vol.20151127b | 이주은展 / LEEJUEUN / 李周殷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