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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308_목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송아트갤러리 SONG ART GALLERY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188 아크로비스타 아케이드 B-133호 Tel. +82.2.3482.7096 www.songartgallery.co.kr blog.naver.com/haksoosong
홍수연의 작업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화폭에 물감을 몇 겹이고 올려 한 치의 흠집이나 붓 자국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바탕색을 다지는데 몇 겹의 레이어는 묘한 중간 톤의 바탕색을 만든다. 그 다음, 추상적 형상을 배치한다. 형상들은 무작위로 섞이어 어울리기 보다는 등가적인 힘으로 긴장감 있는 균형을 유지하도록 철저한 계산아래 치밀하게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몇 겹의 물감을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처음의 평면적 형태를 부피와 음영을 가진 입체적 형상으로 서서히 변모시키며 구체화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의 그림은 현실을 벗어난 미지의 공간을 부유하는 추상적 형상을 창출한다. 그것은 특유의 색감을 풍기는 블루, 그린, 그레이 계열의 채도와 명도가 경감된 색채들과 단순한 조형미가 은은히 빛을 발하는 단정한 회화적 공간 위에 펼쳐짐으로 모호한 이중성을 띤다. 하나의 느낌으로 규정되지 않는 모호함은 홍수연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중요한 서정이다.
초현실주의적 공간에 공존하는 낯섦과 친숙함 ● 홍수연의 그림은 단색의 배경에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비정형의 형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형상들은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한다. 무채색의 바탕위에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형상들은 마치 진공의 상태에 있는 듯 아득하다. 이러한 무중력성은 중력으로 밀착된 레이어가 쌓여 조성된다. 물감의 층이 켜켜이 쌓이면서 각 층의 중력의 힘은 감춰지고 초현실주의적인 무중력의 공간을 조성한다. (중략)
그는 간결한 선으로 형상의 윤곽을 잡은 후, 붓으로 세부를 그리기 보다는 주로 안료를 붓고 말리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형상의 미세한 부분을 완성한다. 작가가 작품제작 초기 단계에 그려낸 원형질과도 같은 유동적인 형태는 물감을 붓는 행위와 공기와 온도와 수분의 우연성에 내맡겨 말리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점차 조각적인 형태를 갖춘다. 그리기, 붓기, 기울이기, 흘리기, 말리기의 과정의 반복은 미세한 입체적 효과를 더하여 마치 조각가가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과 같이 서서히 형상의 양감을 구축한다. (중략)
작품에 한 치의 군더더기도 허용할 수 없는 단호함, 그 순수한 일치와 집중도 속에서 탄생한 그의 작품은 언제나 변함없는 진한 존재감을 발한다. 그 존재감은 은은하고 고요하고 느리고 풍부하게 발산된다. 홍수연의 그림 앞에 서면 관람자는 모처럼 화가의 그림을 보는 맛을 한껏 향유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타협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담아내지만 감상자에게 부담스럽게 강요하는 것은 없다. 강렬함 대신 세미한 바람에 이는 물결처럼 잔잔한 느낌을 일으킨다. 감상자는 어떤 느낌이던 생각이던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 느낌과 생각의 한 가닥을 작가의 그림과 연결 지어 자신만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홍수연의 그림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집중했던 작가의 인내와 긴 시간의 의미를 천천히 그러나 고스란히 전하면서 감상자를 고요하게 만들고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중략)
그의 그림 속에는 기이한 형상과 아름다운 색채간의 긴장과 통제, 그 속에 살짝살짝 허용하는 놔두기와 우연성, 화폭에 물감의 층을 찰싹 달라 붙인 중력의 힘에 의해 형성된 무중력의 공간, 기나긴 노동과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쌓인 레이어의 축적이 들어있다. 이를 통해 홍수연이 제시하는 것은 초현실주의적 낯선 공간이자 미지의 친숙한 공간이다. 단순한 구도와 절제된 조형미 안에 숨어 있는 색조와 레이어와 미세한 디테일의 향연은 관람자를 조금씩 가까이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다. 감상자는 화가의 감각과 사고의 집중이 탄생시킨 순도의 공간속에서 은밀한 일탈을 꿈꾸게 하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판타지의 공간속으로 빨려든다. (중략) 그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초현실주의적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예술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그 근원지로의 귀환을 꿈꾸게 한다. (『통제와 균형속의 분출, 그 일탈을 향한 욕망』 중에서) ■ 이필
Vol.20180308b | 홍수연展 / HONGSOOYEON / 洪受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