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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202_금요일_06:00pm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주최 / (재)송은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30pm / 토요일_01:00p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관계의 절연과 갱신 ● 신이피는 직관적 그리고 감각적으로 개인과 개인, 혹은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주목하며, 그 관계 위에 구축된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헤아려 본다. 여기서 직관적, 감각적이라는 표현은 달리 말해 머리보다는 몸으로, 이성보다는 감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어떤 현상을 하나의 응고된 사건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결론을 유보한 채 무엇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의 유동적인 감각으로 이해하거나, 그것을 신체 경험의 방식을 토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가는 논리적 분석이나 해석을 바탕으로 현상을 해체하고 비판적 이성을 드리우기보다는 오히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미시적 차원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현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누군가는 동시대 예술에서 분명한 입장과 태도로서의 작가의 발언을 기대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리고 나 역시 이러한 미술을 지지하는 편이다. 표피적 감각에 경도되기 이전 그것을 냉철하게 한 꺼풀 벗겨내어 민낯을 들여다볼 비판적 잣대는 필요하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게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관점과 유형을 제시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말 그대로 지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참을성 있게 일관된 거리를 유지하며 현상을 관찰하는 사이에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이 발생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신이피가 주목하는 관계란 긴장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정치적 상태에 대한 관찰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를 일종의 '기싸움'이라는 형태로 이해하며, 이것은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의 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나와 타자의 관계이다. 작가에게 긴장의 상태란 개인적 감정의 차원에서 겪는 어떤 심리적 갈등을 뜻하기보다는 사회를 구성하고 작동하기 위해 개별적 주체가 맺는 관계에 내재하는 당연한 조건이며, 개인이 처하는 새로운 국면이나 상황에 따라 이전의 긴장에서 또 다른 긴장으로 이어지는 보다 생산적인 차원에서의 갈등과 해소의 순환적 상태이다. 작가는 이러한 긴장 상태, 즉 정치적 상태에서의 관계에 주목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러한 상태의 극복이나 초월을 위한 해법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추이를 계속해서 살피는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그는 일관된 주제 안에서 사회, 정치, 문화적 맥락, 즉 젠더나 인종, 이민, 도시 문제 등으로 줄기를 뻗어 나가며 개인이 집단과 사회를 마주하며 맺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관찰한다. 이를테면, 초기에는 남북 간 이념의 문제에서 시작한다(붉은 리본, 2008). 이 작업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상태를 체감하기 어려운 긴장의 문제를 영상 속 두 퍼포머의 신체 속박과 부자유를 통해 가시화한다. 또는 '배추'(2008)에서는 배추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민의 문제, 그리고 아시아인의 외형으로부터 발생하는 유럽인의 선입견을 다루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에 대한 질문은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외부의 맥락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긴장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조금 더 본질적인 인간관계로 수렴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위해 작가는 관계 형성을 위한 도구, 즉 언어적 소통의 문제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Talk' (2011)에서 작가는 개인 차원에서의 대화의 방식뿐 아니라 집단의 구성과 관계 존속을 위한 효율적 의사소통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서 개인 간 이해관계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로 치환되고, 메시지 전달의 과정에서 소실되는 감각의 문제는 언어 장애인의 대화 방식을 차용하여 보여준다. 또한 'Flag'(2011)에서는 목적과 이해관계가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에서의 공동체 해체와 개인의 사회적 소외 현상을 하얀 깃발을 흔드는 영상 속 인물과 거친 호흡 소리를 병치함으로써 그려낸다. ● 때로는 작가 스스로 개인의 관계 가운데 위치함으로써 보편적 개인을 대변하기도 한다. '관계의 숨'(2014)에서 작가는 영상에 등장하는 두 개인 중 한 명을 자처하며, '나'와 '타인'의 관계에 존재하는 대립과 긴장을 공기라는 매개를 통해 가시화한다. 여기서 공기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이자 관계에 내재하는 갈등과 대립을 공존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장치이다. 또한,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줄기 중 하나는 여성으로서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규율과 책무에 대한 질문이다. 'Cell culture dish'(2014)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검열, 그리고 고정관념과 같은 인식의 잣대에 대한 의문을 극단적인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낸다. 영상 속 격렬한 신체의 몸짓은 어떤 춤사위를 넘어 일종의 생명력 넘치는 몸부림으로 다가오며, 무용수의 안무를 제외한 배경과 주변의 모든 시각적 정보나 이미지를 삭제함으로써 어떠한 외부적 관계에 의해 강제로 규정되지 않는, 즉 어떠한 사회적 속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로서의 여성의 몸짓을 그려내기도 한다.
근작으로 올수록 나와 타자가 맺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작가가 처한 현실의 환경과 조건에 더욱 예민하게 결부되기 시작한다. 소통의 부재 속 고립된 개인의 양상을 현대 도시 건축물을 배경으로 그려내거나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로 문제가 되었던 구럼비 바위 부근에서 촬영하기도 하며, 리모델링을 목전에 둔 성북동의 옛 가옥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의 배경과 주요 이슈를 배경으로 개인의 사회적 고립과 불안, 그리고 나약함(vulnerability)의 형상은 더욱 극대화된다. ● 가장 최근의 작업들에서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신체를 사회, 정치, 문화적 맥락에서 사유함으로써 현대사회에서 점차 고립되어가는 개인의 양상을 살펴본다. 'Autopsia'(2017)에서는 현대의 문명에서 배제된 죽음과 그것의 과정에 대해 상상해보고자 하며,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신이피 개인전: 희연한 잠, 송은 아트큐브, 2018)에 출품된 동명의 작품 '희연한 잠'에서는 죽음을 상징하는 공동묘지의 풍경, 인간의 온도를 느낄 수 없는 삭막하고도 불안한 풍경, 개인이 한낱 조그마한 점으로 환원되는 대자연의 풍경, 인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생명이 부재한 석고상의 이미지 등을 조합함으로써 생물학적 죽음에 빗댄 개인 존재의 사회적 소멸을 암시한다. 이렇듯 최근 들어서 물리적 죽음으로 비유하는 사회적 죽음, 관계의 종말은 사회적 역할과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는) 행위를 통해서만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관계에 대한 절연이자 새로운 긴장의 관계를 형성하는 순환의 시작일 것이다.
사회 활동을 통해 개인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현대의 삶에서 관계의 양상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또 어떠한 형식으로든 이 세계를 작동하도록 떠받치고 있는 단단한 그물망이다. 하지만, 벤야민이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에 비유하며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개인의 정신적 이완을 한탄했던 것과 같이, 과잉주의에 내몰린 현대사회에서 진심을 다해 서로에게 이입하여 공감하고 귀 기울이는 공동체적 관계를 상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환적 세계관에서 보자면 죽음은 곧 삶과 이어지므로 소멸은 곧 새로운 생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이피 작가가 주시하는 현재의 죽음은 고립과 소멸을 인지하면서도 내달리는 개인이 마주하는 대립과 긴장의 관계에 대한 절연이자 관계의 토양을 새롭게 다져 다시금 출발점으로 되돌리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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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0203b | 신이피展 / SINIFIE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