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이름의 별자리를 그리다 ● 관계라는 것은 시쳇말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무형의 자산이다. 그러나 아무리 집요하게 파고 들어도 질문거리가 끊이지 않는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타인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걸까. 인간은 왜 타인을 사랑하고 증오하며, 또 사랑하고 상처받기를 되풀이하는 걸까. 모든 인간이 별개의 존재라면 관계와 고독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을 부르는 이름일까.

신이피_관찰실험실 : 인체풍경展_스페이스 나인_2016

신이피_XY-BR_단채널 영상_00:07:55_2016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모든 인류가 소리 높여 정답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전제로 모아진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삶의 유한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인간의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만한 지혜도, 혼자서도 완전한 존재가 될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의미와 이유가 필요하고, 그것을 부여하고 부여받기 위해 우리는 관계한다. 관계란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아의 생김새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신이피_관찰실험실 : 인체풍경展_스페이스 나인_2016

신이피_XY-BR-Slide box_자작나무, 슬라이드 글라스_2016

대부분 관계의 첫 번째 단계는 시선이다. 관계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누군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관계는 특정한 과정과 형체를 지닌 하나의 풍경이 된다. 혼자서는 빛날 수 없는 별들을 선으로 잇고 이름을 붙여서 별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신이피 작가가 『관찰실험실 : 인체풍경』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시선이다. 작가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꽤 독특한 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느릿한 것 같지만 좀처럼 틀리지 않는 관찰력의 소유자인 그녀에게 『관찰실험실 : 인체풍경』은 퍽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신이피_XY-BR-Specimen box_자작나무 ,디지털 프레임, 유리_2016

신이피_일곱개의깔때기_자작나무, 유리깔대기_2015

『관찰실험실 : 인체풍경』은 연극배우 이보람, 일본의 안무가 안도 사오리, 국내 최초의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등 작가가 어떤 식으로든 관계 맺은 사람들에 대해 물리적인 시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관람자는 영상, 실험기구, 모눈종이에 그려진 그래프, 유리 슬레이트 등의 도구를 통해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 각각의 작품에는 대상에 대한 어떤 사전정보도 소리도 없다. 단지 여러 패턴으로 반복되는 몸의 움직임뿐이다. 전시의 주제 그대로 실험도구 안에 피실험체를 가둬놓은 듯한 기묘한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전시를 보는 우리는 작가가 설정해놓은 프레임을 통해, 그리고 눈으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신체를 통해 피실험체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신이피_XY-SA 0900_자작나무, 샬레 디지털 프레임, 유리_30×20×20cm_2015

이런 프레임은 작가 자신의 욕망의 투영일수도 있고, 심각한 왜곡일수도 있으며, 의도적인 거리두기 혹은 트릭일수도 있다. 그리고 관람자가 프레임 너머의 피실험체를 관찰하는 모습은 작가에게는 또 하나의 관찰대상이자 풍경으로 재생산된다. 관람자가 그들에 대해 궁금해 하며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작가가 설명하면 그 지점에서 관계는 다시 새롭게 형성된다. 즉, 『관찰실험실 : 인체풍경』은 그 자체가 타인의 관계에 대한 실험실인 한편, 찰나의 풍경을 잡아내는 흥미로운 크로키다. ■ 최승우

신이피_관찰일지_모눈종이, 연필, 머리카락_각 29×22cm_2016

Drawing a Constellation of Relationships ● Relationship, as they say, is an essential intangible asset of humans who are social animals. It's also an eternal homework with endless questions. Why are we made to want others? Why do we love and hate others, and repeat it, getting hurt in the process? If all humans are separate individuals, then what do relationship and solitude stand for? ● All mankind can assert an answer to these questions, but it all comes to one premise. That all human problems derive from life's finitude. We don't have the true wisdom to solve human problems nor the enough time to be a complete individual. Thus, human life needs purpose and significance, and we associate ourselves with others to give and receive them. Relationship is a process of checking how oneself looks reflecting it on others. ● The first step of most relationships is gaze. Relationship derives from a desire to have someone that you see. Therefore, all relationships become a sight consisting of a particular process and shape. Like making a constellation by connecting Individual stars which cannot shine alone. This gaze is what the artist, Sin Ifie, focuses on in 『Laboratory Observation: Landscape of Human Bodies>. Those who have met her will agree on that she has a very unique sight. Being a slow yet rarely wrong observer, it is only natural that she came up with 『Laboratory Observation: Landscape of Human Bodies』. ● 『Laboratory Observation: Landscape of Human Bodies』 is a physical visualization of a stage actor Lee Bo-Ram, a Japanese choreographer Ando Saori, South Korea's first plus-size model Kim Ji-Yang, and others the artist have met. The viewers get to observe them through videos, experiment tools, graphs on graph paper and glass slates etc. There is no information on the work provided in advance; only the repeated movements of the body in different patterns. Like the theme, it's a strange figure like having the subjects locked up in experiment tools. In other words, we, the viewers, get to face the subjects as what our eyes first notice, human bodies, through the apparatus set by the artist. ● This frame may be a projection of the artist's own desire, a serious distortion, an intended distance or a trick. And the scene of the viewer observing the subjects over the frame become a new subject and a scene for the artist. New relationships are formed when the viewers become curious and ask the artist for more information. That is, 『Laboratory Observation: Landscape of Human Bodies』 itself is a lab for relationship with others and a croquis catching the moment of the scene. ■ Choi Seungwoo

Vol.20160410g | 신이피展 / SINIFIE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