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118i | 조경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8_0126_금요일_05:00pm
주최 / 재단법인 일심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Tel. +82.(0)2.333.0022 cr-collective.co.kr
조경란은 이번 전시, 『암전』에서 신작, 「벽 Wall」, 「소품들 Props」, 「타워 Tower」의 영상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언어와 예술의 구조적/비구조적 문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온 조경란 작가는 이번 개인전 "암전 Blackout"에서 일상적/비일상적 재난,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사회구조의 모순과 부조리함, 시스템의 중단과 같은 상황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을 보여준다. 2015년 전시, 『환상돌기』에서도 신문지의 텍스트를 활용하여 접고, 돌려 붙여 당시의 재난과 파국의 문제를 다루었던 조경란은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작업으로 매체를 확장시켜 "시, 소설, 잡문, 악보, 그림, 노래, 낭독 그 무엇도 될 수 있으면서 그 무엇에도 속하지 않는 어떤 것"을 통해 구조의 간극과 함께 존재함/부재함이 긴장감을 드러내는 극적인 암흑의 공간을 구현해내었다. "사물은 개인의 사적 영역과 사회의 매개물로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인류학적 증거물로서의 공공성을 지닌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의 일상적 삶을 구성하는 사물들과 배경이 되는 공간에 주목하여, 사적 영역 속에 스며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발견해내고자 한다." (작가노트에서)
올해 4월, 4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를 맞이하는 우리의 상처 난 마음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참사를 공유하는 사회일원들에게 전시장에서 느끼는 "암흑의 공허"는 일종의 먹먹함을 전달할 것이다. 작품 「벽 Wall」 (3채널 비디오, 스피커, 4분 + 지면 작업, 2018)은 "세월호의 3, 4, 5층의 객실 평면도상에 표기된 벽들을 '벽'이라는 글자로 치환하고, 행들을 서로 교차, 삽입하여 새로운 text-work를 만든다. 동일한 형태의 글자와 그 공백만으로 이루어진 이 text-work는, 세 명의 스피커utterer가 각각의 행을 맡아 발화함으로써 완성된다. 세 명의 스피커가 동시에 text-work의 수평축을 훑고 지나가는 순간, 같은 시간대에 놓인 세 개의 서로 다른 층위가 수직으로 투시되며 입체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중략) 발화와 발화 사이의 공백은 사물만 남겨진 텅 비워진 시간과 공간들, 심연의 깊이와 부피, 암흑의 공허에 대한 공포스러운 감각을 수반한다. 인물이 떠난 사물의 세계를 청각적 요소로 구현하는 이 작품은, 비극적 사건의 공간적 배경에서 출발하여 비극을 낳은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은유로 확장된다." (작가노트에서) 휴먼스케일을 넘어서는 영상이미지와 이미지가 발화하여 떠도는 사운드작업, 그리고 인쇄된 텍스트를 통해 재난에 대한 공동의 기억과 그에 따른 공포스런 정서를 전달한다.
또한 작가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 소위 속수무책이었던, 남겨진 유품을 붙들고 애도하는 일로 자기의 무능함을 합리화시켜야 하는 이 사회의 많은 일반대중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지만 적극적인 목격자, 참여하는 제 3자로서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주변 상황들을 건조하게 서술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품들 Props」(3채널 비디오, 스피커, 11:00분 + 지면 작업, 2018)은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화 속 단어들을 같은 소설에 등장하는 사물들로 치환하여 쓴" 작품이다. "사물로 덮어씌워진 세 인물의 대화는, 미처 드러내지 못한 인물의 심중을 더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관객은 덧씌워진 기표 아래에 감추어진 원본 텍스트에, 그리고 더 아래 감추어진 인물들의 심중에 접근하고자 인물의 표정, 눈빛, 발성에 집중, 몰입한다.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를 인물들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은, 이렇게 제 3자-증인-사물에 의해 기록, 구술, 재생됨으로써 공공의 장에 사회적 문제로 소환된다." (* 이 작품은 소설 '그녀의 경우'(조영아, 한겨레 출판, 2017),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작가가 주목하는 개인은 극한 상황에 처함으로써, 혹은 사회적 취약계층으로서, 아니면 감각능력의 마비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발언 능력을 상실한 인물들이다. 본 전시에서 사물은 인물이 소통하고 의지하는 유일한 대상인 동시에 인물을 고립, 소외, 폐쇄시키는 주체로서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서 사물은 인물들을 대신해 그들의 입과 수족이 되어주지만, 결국 인간이 아닌 사물이 그 역할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하고도 기막힌 상황을 낳는다." (작가노트에서)
「타워 Tower」 (단채널 비디오, 9분7초 + 지면 작업, 2018)는 "웹 소설, 꿈 풀이, 뉴스, 게임, 가상화폐, 부동산 관련 정보 등에서 가져온 100개의 토막글들을 조합하여 만든 text-work와, 이를 (빌딩을 한 층씩 훑으며 올라가듯)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작품이다. 실제와 가상의 구분마저 무의미한 각각의 토막글은 서로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오직 숫자에 의해 매개되어 1층부터 100층까지 나열 된다… 타워는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로, 인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인물이 종속되는 상황의 역전을 일으킨다. 이 작품은 타워라는 가상의 공간을 구현함으로써, 인물을 차폐, 고립시켜 제한된 자유만 허용하고 전체를 조감하거나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현 사회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중략) 사회적 사건과 소설 속 사건, 그리고 경계가 불분명한 실제와 가상의 사건들이 얽혀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는, 그것을 읽어내는 관객들에게 중층적인 사고와 감각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작가노트에서) ■ 씨알콜렉티브
Vol.20180126c | 조경란展 / CHOKYUNGRAN / 趙京蘭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