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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대담미술관 기획초대展
전시기획 / 최정미
관람시간 / 10:00am~10:00pm
대담미술관 ARTCENTER DAEDAM 전남 담양군 담양읍 언골길 5-4(향교리 352번지) Tel. +82.(0)61.381.0081~2 www.daedam.kr
『Same Face, Different Things』展은 대담미술관 설립 취지인 지역 작가 발굴 및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이다. 송영학은 자본주의 사회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변화의 과정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잃어버린 여유로 인해 발생하는 내재된 감정들을 한국의 '채색화'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모든 아름다움은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존재하며, 내가 없다면 세상도 없는 것이다." 이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선택의 여지없이 삶을 살고, 끝없는 욕구로 인해 번민과 상실감에 젖어있음을 그리고 그에 의해 드러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노자의 '빔(虛)의 존재론'과 '무위사상(無爲思想)'에 근거해 풀어나가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업(作業)'이라는 일련(一連)의 과정(過程)을 통해 독립된 주체로서의 자아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지금까지의 작업 방향이 현대인들이 가진 내면의 정서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서 진행되어 '동질성(同質性)'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었다면 앞으로 그려나갈 작업들은 고유한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그림일기이자 진정한 의식의 해방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화 ● 조선시대 이후 지금까지 유교사상에 입각한 사대부들 주도의 수묵화 및 문인화 위주의 화단으로 편향(偏向) 되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분야는 채색화(彩色畵)로, 선사시대 이후 고구려의 분묘를 장식하는 한 형식으로 자리 잡은 벽화양식, 궁중의 장식화와 민화들, 고려시대의 불교의 번성에 따른 건축물을 장식하는 단청과 탱화(幀畵), 조선시대의 무속화, 무신도, 화조도, 민화, 인물 초상화 등과 그 맥을 같이하는 가장 한국적이며 가장 현대적인 미술양식이다. 특히 최초의 불교회화 제작과 관련한 기록을 담은 초기 경전에는 사원의 각 공간은 법식에 따라 정해진 내용의 그림이 채색화로 그려졌고 이는 현재의 사찰공간에도 전승되고 있다. 또한 그 기법 역시 다채로운 채색으로 정교하게 그려지는데 일정한 주제와 채색화라는 측면에서 민화와 공통적인 측면이 있다. 현존하는 민화들은 대체로 19세기와 20세기 전반기의 것들인데, 이 시기에 제작된 불교회화를 보면 그 내용과 표현기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 불교미술의 영향을 받은 송영학 작가가 채색화를 이용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주도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채색화 ● 착색화(着色畵), 설채화(設彩畵)라고도 하며 먹의 선염과 붓의 사용과 움직임인 운필을 중시하는 수묵화와는 다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주례 (周禮)』 고공기(考工記)에 서술된 5채(五彩)는 오행설에 입각해 동, 서, 남, 북, 중앙을 상징한 것이며, 이 5채의 채색관습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전해졌다. 채색화는 안료가 가장 중요한데, 835년경에 만들어진 회화사서로 중국화가 371명의 전기와 회화에 관한 자료와 지식, 논의 등이 담겨있어 중국회화사의 『사기(史記)』와도 같은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 의하면 당대의 안료는 9가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명대의 양신(楊愼)은 『단연총록(丹鉛總錄)』에서 72 가지의 색을 거론하는데, 이를 통해 단순색채에서 점차 수십 가지의 색으로 세분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채색화의 전성기는 당나라 때로 청색, 녹색, 주색, 금 등을 사용한 청록산수화 및 금벽산수화가 크게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남종문인화풍이 유행하면서 퇴조했지만 탱화, 민화, 무속화는 여전히 채색화로 유지되고 있다. 근대 이후 채색화는 서양화풍과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들어온 일본의 채색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는데, 이것은 인물화와 장식화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여러 화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나 8.15해방 후 동양화에서 전통성 회복과 일본화의 극복이라는 움직임에 의해 수묵화가 주류를 이루게 됨에 따라 채색화는 일본화풍이라는 이름으로 배척되었다. 그러나 1980년을 전후하며 채색화가 지니고 있는 서민적이고 민족적인 전통성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다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무위의 철학 ● 중국 고대의 철학자이자 도가(道歌)의 창시자 노자는 도(道)의 개념을 철학사상으로 처음 제기하였으며, 이 도는 천지만물뿐만 아니라 상제(上帝)보다도 앞서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형상과 소리가 없어서 경험할 수도 없고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무(無)라고 할 수 있지만 천지만물은 그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생성(生成) 소멸(消滅)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무가 아니라 유(有)이다. 천지만물과 달리 도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도 간섭, 지배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보면 그것은 무위(無爲)하다고 볼 수 있다. 무위의 철학은 작위적인 것을 거부하며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긍정하는 자세를 가지며, 세상의 이치 안에 유(有)와 무(無)가 통일된 자연스러운 본연의 흐름, 즉 대도(大道)가 있으며 이 대도가 작위적인 것에 훼손되어 세상의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자의 사상은 시원(始原)과 근원(根源)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작위적 환경과 속박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오늘날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송영학 작가의 통찰처럼 개인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놔두고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에서부터 현대인의 고통과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은 지식, 욕망, 기술, 도덕, 법률 등 모든 문화 내용을 부정하는 생각을 담고 있는데, 무위(無爲)란 온갖 분별과 차별과 망상이 끊긴 마음 상태이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3독이 소멸된 열반의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존재론 ● 실제로 있는 게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지만 노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존재는 비어있지 않으면 존재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것은 컵은 비어있을 때만 컵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존재는 그 쓰임에 존재성이 있다. 허(虛)라는 것은 공간적인 개념으로만 이해하기 쉬운데 마음이 비었다고 할 때는 이것을 공간개념으로 말할 수 없다. '허'는 단순한 공간개념이 아니라 기능적 잠재능력 즉 가능성(potentiality)이다. 인간은 빈 것을 자꾸 채우려 하는데 이러한 마음가짐을 욕(欲)이라고 하고 이것을 채우려 노력하는 것이 유위(有爲)이고, '허'를 더 많게 하는 인간의 행위를 무위(無爲)라고 한다. 끊임없이 나를 비움으로써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독단에 사로잡혀 있으면 나를 비울 수 없다는 노자의 빔(虛)사상은 지금까지 송영학 작가의 작업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작업(作業)'이라는 일련(一連)의 과정(過程)을 통해 독립된 주체로서의 자아를 찾으려 끊임없이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고 있는 작가 송영학의 작업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 최정미
Vol.20171227h | 송영학展 / SONGYOUNGHAK / 宋永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