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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214_목요일_05:00pm
주관 / 청주시립미술관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0)43.201.4057~8 www.cmoa.or.kr/cjas/index.do
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릴레이 전시 12번째 작가로 전병구의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전병구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마주치는 풍경이나 장면들을 회화로 옮긴다. 그는 회화로 옮겨내는 대상의 명확한 기준보다는 자신의 즉흥적이고 감정선에서 끌리는 이미지를 선택한다. 그 대상들은 캔버스에 그려지고 나면 시간이 흐른 듯 흐릿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그 흐릿한 이미지는 대상(풍경, 장면, 사물)으로의 타자와 그 대상을 감각하는 타자 사이에 공감되는 무수한 차이들이 공존한다. 이에 그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어떤 감각이 밀려오는 시각적 주체나 어떤 사태를 재현하고 있지만, 그 대상의 외연적 사실을 추구하진 않는다. 그는 중층의 시간의 선에서 문뜩 튀어 오르는 '감각 충동'을 '어떤 대상'에 씌우는데 그 포착된 '어떤 대상'은 어느새 하나의 지속의 그림으로 존속한다.
전병구 회화 작업의 특질 중 하나인 미묘한 흐릿함은 그림을 그리면서 멈추는 지점과 완성에 관심이 있다. 얼핏 그리다 멈춘 얇은 물감 층과 붓질은 그의 완성 아닌 완성으로 드러내 외려 견고한 완성의 지점에 대한 아이러니다. 최대한 얇게, 생각이 붓질을 머뭇거리지 못하도록 빠르게, 또 그림으로써 묘사의 관습을 벗어나 함으로 물감의 농도, 속도감, 붓 자국 등을 그대로 드러내며 표현의 범위를 확장한다. 모순이 병치된 작업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못하던 날들의 기록이며,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순간에 관통하는 어떤 정서를 덧입히고 있으며, 동시에 일상과 비일상적인 것, 실재와 허구, 픽셀과 물감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 본연의 형식을 자유롭게 탐구하는 것이 전병구의 회화적 사유며 몸이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잔상의 그림자 Shadow of Afterimage ● 자아의 구김과 접힘으로서 드러난 인간의 형상을 본다. 작가의 실존적 감각을 다시금 평면으로 펼칠 수 있다면 그의 지면은 무슨 색을 띄는가. 무한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기억의 자바라는 각각 자신만의 이미지를 갖는다. 접혀진 장면 속 그는 앉아있고 서있으며 걷고 멈춘다. 표정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감각을 위해 거울 앞에 선다. 작가는 작업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마주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장면을 다 본 뒤에야 상상 속에서 그의 실루엣을 그릴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병구의 관점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가 보는 것, 선택하는 것, 관찰하는 것, 경험하는 것은 그가 되지 않고서는 온전히 알 수 없다. 회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작가가 가진 감각의 껍데기를 대신 뒤집어쓰는 것과 같다. 그 표피는 내 것이 아니기에 이 때 발생하는 미적경험은 작가와 온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과 코, 피부와 발걸음은 훔칠 수 있다. 따라서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타자로서의 작가의 불행, 추위, 체념, 욕망을 공감하는 일이다. 전형적 묘사로부터 벗어난 작가의 붓질로부터 떠오르는 '잔상(afterimage)'의 그림자가 관객을 뒤덮을 때 비로소 그를 알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경험의 나열들로 구성된다. 「Factotum」(2012), 「1996」(2013), 「Untitled」(2017)는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성을 지닌 연속된 이미지들이다. 그는 특정 시기로부터 발생하는 과거경험의 중첩들을 복기하여 이에 대한 현재의 경험과 생각들을 캔버스에 재구성했다. 전병구의 회화는 전반적으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과 장면들에 대한 감각적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면 위에 생략과 함축을 반복한다. 전형적 묘사에서 벗어난 날것으로서의 매질은 그의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 최근 전병구의 회화매체에 대한 실험적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세 시리즈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일 연작 「Untitled」(2017)는 형식주의적 접근으로서의 작가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일상에서 낭만적이지 않은 것을 너무도 많이 봤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 안에서 기어코 낭만적인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것이 아니기에 타자의 모든 기억은 낭만적일 수 있다. 전병구의 이미지는 나와 엇비슷하지만 결코 나의 것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바로 그 거리감 때문에 더 아름답고 쓸쓸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멈춤으로부터 움직이는 것을 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척이나 천천히 움직인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잠시 정지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되는 무성영화같이 전시장 속 이미지들이 카드처럼 펼쳐진다. 좋은 카드는 그것을 뒤집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의 이미지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 천미림
Vol.20171214a | 전병구展 / JEONBYONGKOO / 全炳求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