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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홈페이지_www.deoks.net
초대일시 / 2017_12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세움 아트스페이스 SEUM ART SPAC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소격동 73번지) Tel. +82.(0)2.733.1943 www.seumartspace.com
사이의 관계 _ The Perfect Structure ● 김덕영 작가는 다양한 매체로 안과 밖, 표면과 덩어리의 공존을 모색하고 양 극의 상반되는 성질에서 오는 날카로운 긴장감을 유도한다. 바깥으로 표출되지 않은 대상의 내부나 감정의 억압 사이의 불균형한 에너지를 균열이라는 상징적 시각체계로 연출하고 있다. ● 이번 개인전 [사이의 관계]에서는 'Communicating Art' 라 명명한 아래, 두 객체 이상의 대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설적인 관계를 언어교환 방식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불안정한 언어의 이면을 전제로 소통구조를 반추하고 결과적 이미지에 가려진 과정에 주목한다.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면, 완벽한 소통은 가능한 것인가. 완전함을 가장한 틈새 사이로 의미를 드러내는 무언의 존재가 전체 구조를 뒤흔든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장장 6미터 달하는 「Paint Up」과 마주하게 된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형상, 의미로 진전되지 못한 텍스트 이전의 흔적들이 슥슥 휘갈겨져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쓰고, 다시 지워버리는 행위의 반복이 여러 층으로 중첩되어 생각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Paint Up」을 결과물에 가려진 과정으로 여기고 작가의 모든 작업,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행위와 생각의 잔여물까지 모두 보여주려고 한다. 이때 결과물 이전의 과정은 결국 안쪽, 내부의 영역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작가의 내적 독백에 따라 투사된 패턴 안에서 무의식적 메시지가 보인다. 잡음으로 감지되는 색의 웅얼거림, 색이 충돌하면서 흘러내리는 파열음들이 영상언어의 리드미컬한 장면과 오버랩 된다. 말과 글이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투명한 소통이 가능한 가장 순수한 기호가 아닐까. 말과 침묵 사이에서 이 순수한 기호들은 타인과 사물을 향해 나아간다. ● 벽으로부터 돌출된 텍스트들이 주어진 행렬에 맞춰 대화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발신자로서 일방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타인들의 반응이 영상과 오브제, 이미지 혹은 행위 자체로 되돌아온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 작가의 실제 경험을 모티프로 가져온 에피소드 형식으로, 제한된 시공간(건물 내 창문)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구조이다. 다시금 재현된 제한된 공간에서 텍스트들은 사물로 떨어져 나오기도 하고 말로써 팽창한다. 여기서 작가는 스스로 변수가 되어 텍스트와 사물에 경계를 긋고 그 과정에서 획득된 텍스트를 해답지로 작성해 특수한 기록물을 남긴다. 이제 텍스트들은 해석의 필연성에서 벗어나 저항하며 다가온다. 우리가 이 모든 의도된 장벽을 넘어서길 바라는 것처럼. ● 이렇듯 작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를 존재의 판면에서 다룬다. 이것은 현전(existence)의 판면이기도 하다. 내부에 가려진 덩어리가 표면을 뚫고 나와 사물의 존재감을 드러내듯 이것을 그대로 사람에게 대입해보면, 나와 나의 의식, 나와 타인으로 적용할 수 있다. 나의 표면이 타인을 향해 그의 타인으로 구분되어 서로에게 경계를 부여한다. 작가는 이 논리를 다시 한 번 의성어 의태어라는 소리, 형태언어에 대입해, 나와 타인을 매개하는 언어(말의 소리, 형상, 리듬)로 경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허물고자 한다.
올 초부터 진행한 「This ain't mouth Sound_2채널 영상」은 그가 독일에서 머물던 해에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떨어지는 빗소리로부터 비롯되었다. 규정할 수 없는 소리와 모양이나 움직임을 언어로, 그리고 음악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관계의 가시적 차원과 비가시적 차원에서 유발되는 기묘한 간극 안에 놓이게 한다. 이번 영상작품은 남성 목소리(작가) 버전과 여성 목소리 버전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작가는 두 개의 분할 화면을 설정해 작가와 타인 사이, 영상언어와 시각언어간의 차이와 반복을 구조화한다. 이 2채널 영상은 하나의 희곡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타인과 나를 구별하게 하는 목소리, 차이를 드러내는 이 특별한 음색이 전체 플롯을 이끌어간다. 플롯 안의 대사와 같은 음성은 인물의 행동, 현상과 일치되고, 플롯을 나누는 암전, 말의 반복, 사이(pause)와 침묵이 연극적이다. 특히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에 따른 가벼움과 묵직함의 차이가 전체 구성의 색채를 좌우하고, 음절에 의한 강약이 리듬을 만들어낸다. 음성어(voice language)는 분명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선험성이라는 특성이 표현하는 것 이상을 전달한다. 우리는 영상을 좇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소리에 반응하며 또 다른 것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상상의 영역이다. ● 작가는 이 지점에서 더 나아가 의미를 담고 있는 영상의 목소리만을 추출해 악보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여성의 음성을 피아노, 남성의 음성은 첼로로 연주된 음악을 독특한 변용물로서 제시한다. 분리된 영상으로 존재했던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는 하나의 악보에서 화성으로 만나 서로 주고받는 대화처럼 협화음을, 또는 개별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충돌의 불협화음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언어가 음악의 침전물인 것보다 훨씬 더 이상으로, 음악은 언어의 승화물일 수 있다." 라는 야콥그림의 말처럼 소리는 공간에 가득 채워져 무한이 된다. ■ 황지선
Vol.20171206g | 김덕영展 / GIMDEOKYEOUNG / 金德泳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