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221c | 오숙진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불일미술관 신진작가展
관람시간 / 10:30am~05:30pm
법련사 불일미술관 BULIL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사간동 121-1번지) Tel. +82.(0)2.733.5322
티벳 난민들의 정착지로 유명한 인도의 다르질링에는 불교사원이 많다. 여행 중 우연히 들어간 사원에서는 마침 벽에 불화를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도안에 따라 그려진 밑그림에 젊은 승려 몇몇이 채색을 하고 있었다. 불교미술을 만날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우선 그 형태와 색채가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교미술의 조형언어가 오랜 시간 변함없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창의적인 미술로서 보다는 보존, 전승되는 전통으로서 이해된다는 점이 예술가인 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티벳 불교사원의 승려의 작업도 그러했지만, 도안에 따라 채색하는 과정에서 그리는 사람의 창의적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장인에 가깝다. 나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21세기의 조형언어로 불교의 철학 세계를 이미지화할 수 없을까. 현실과 실천을 중요시하는 불교이니 만큼 그 도상을 현대화하는 작업 역시 의미가 있을것이다.
왜 하필 불교 도상에 관심을 갖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작가라면 누구나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고민이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게도 하고, 때로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게도 한다. 나는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이 짊어진 근원적 고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붓다를 만났다.
현대사회에서 불교는 단지 하나의 종교로서만 이해되지는 않는다. 물질주의가 만연하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인간의 삶이 소모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삶의 의미를 질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앞서간 현자들의 지혜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데, 붓다의 철학 역시 그 지혜 중 하나이다. 불교는 수 천 년 전 붓다의 말씀으로 출발하였지만 지금도 그 가치와 의미가 퇴색됨이 없는 살아있는 하나의 철학이다. 많은 현대인들은 믿음과 신앙이라는 종교적 차원이 아닌 철학적, 인문학적 차원에서 불교에 매력을 느끼고 여기에 기대어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 나 역시 무상(無常), 연기(緣起), 고집멸도(苦集滅道) 등 불교의 핵심 화두를 묵상하고 그것을 현대의 조형언어로 풀어냄으로써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5년 무상(無常)이라는 화두에서 출발한 Manda_La 시리즈는 2017년 보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붓다의 철학을 이미지화하는 한편 붓다의 21세기적 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개인적 삶에서는 명상을 통해, 함께하는 삶에서는 상생과 공생을 통해 불교철학과 우리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모색하고, 이를 시각예술로 형상화하는 작업 중에 있다. ■ 오숙진
Vol.20171031d |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