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언덕에서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   2017_1019 ▶ 2017_1101

김잔디_Riverside_캔버스에 유채_73×117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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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잔디 블로그_jandikim.blogspot.k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10월 19일_04:00pm~06:00pm / 11월 1일_11:00am~04:00pm

트렁크갤러리 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6(소격동 128-3번지) Tel. +82.(0)2.3210.1233 www.trunkgallery.com

어린 시절 아파트 뒤의 시멘트 옹벽은 아찔한 낭떠러지로 변형되어 자주 꿈에 등장했는데 이처럼 주변의 보잘것 없는 도시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하는 유사(類似)자연이 되어 주었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높은 옹벽은 폭포가 흐르는 암벽이 되었고, 철거하다 말고 방치된 집터는 이국의 유적이었으며, 한강의 다리 기둥은 고대 종교의 거대한 석상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실상은 급격한 산업화시대의 산물인 옹색한 회색 빛 구조물들이지만 그들은 내가 감당할 만큼의 숭고함이나 경외감을 투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들이었다.

김잔디_Entrance_종이에 수채_22×56cm_2017
김잔디_Walk_종이에 수채_22×30cm_2017
김잔디_Cascade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7
김잔디_Hillside_캔버스에 유채_58×117cm_2017
김잔디_Rampart_캔버스에 유채_130×209cm_2017

집에 대한 동경과 공포의 모순된 감정인 낯선 친숙함(운하임리히unheimlich)은 내 작업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였고 큰 틀 안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작업들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떤 곳들이 곱씹을 만큼 인상을 남긴다면 더 이상 호기심이나 공포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멸이 임박한 풍경들(숭고와 경외의 대상들이었던)이 전하는 처연하고 쓸쓸한 정취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한 개인의 감수성을 이룬 특정 장소들의 사라짐은 상실감을 넘어 시간에 순응하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김잔디_Summer Wall_캔버스에 유채_80×200cm_2017
김잔디_Slope_캔버스에 유채_91×65cm_2017
김잔디_Slope_캔버스에 유채_38×46cm_2017
김잔디_도시의 언덕에서展_트렁크갤러리_2017

그동안 그림의 주된 소재였던 오래된 집들 대부분이 산을 깎은 동네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어느덧 언덕의 풍경들이 그림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모아놓고 보니 대부분 시멘트 옹벽들과 그 위에서 기생하는 식물들로 이루어진 길고 긴 성곽도시의 풍경이다. 풍경이 마음의 상태라면 그것은 언덕의 비탈을 타고 한 방향으로 흘러 내려간다. 쏟아져 내려간다. ■ 김잔디

Vol.20171019a |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