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생트 Hyacinthe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   2016_1130 ▶ 2016_1205

김잔디_Details of Jichuk Wall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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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잔디 블로그_www.jandikim.blogspot.com

초대일시 / 2016_1130_수요일_05: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월요일_12:00am~06:00pm / 화~일요일_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그 미지의 유년 시절로 나를 데려가는 추억들 가운데 가장 충실히 되살아나곤 하는 것은 낡은 오두막이었다. (중략) 버려진 지 오래인 그 집에는 누아르아질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내가 잊어버린) 누군가가 나에게 그것을 말해주었음에 틀림없다. 나는 그것이 이상하고 불안하다고 그러나 평생토록 꿈꿀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거기에 마음이 끌렸다. 나는 내가 불행한 심정으로 그 작은 은신처 주위의 감동적인 영토를 헤매고 있는 것을 거듭 발견했다. 나는 자주 거기에 가서 여러 시간씩 서성이곤 했다. 그것은 (이제야 이해하거니와) 내 어린 시절의 가장 중요한 주거지들 중 하나였다. 나는 거기에서 피난처를 발견했었다.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최애리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4, p.114.)

김잔디_Noir-Asile_사진에 유채_각 29×41cm_2016
김잔디_Yellow House_리넨에 유채_60.6×60.6cm_2016
김잔디_Red House_리넨에 유채_60.6×60cm_2016
김잔디_Vine House_리넨에 유채_46×91cm_2016

앙리 보스코의 소설 『이아생트Hyacinthe』(1940)는 자발적 고립을 택한 주인공의 오두막과 그를 둘러싼 자연환경과의 신비로운 영적 교감에 대한 독백이 주를 이룬다. 이 이상한 정신적 행보는 마침내 주인공을 망각 속에 잠들어있던 유년시절 최초의 집-검은 은신처라는 뜻을 가진 누아르 아질(Noir-Asile)로 이끈다. 이 각성과 그를 향한 주인공의 여정은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최초의 집을 시각화하려는 내 작업의 여정이기도 하다. 특히 누아르 아질을 배회하며 주인공이 고백하는 '이상하고 불안하나 아름다운 느낌'은 내가 그러한 곳들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서성이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김잔디_Spring Wall_캔버스에 유채_각 80×200cm_2016
김잔디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16.7×72.7cm_2016
김잔디_Beginning of Winter_캔버스에 유채_91×60.6cm_2016
김잔디_Details of Jichuk Wall_2016

이 책에 심취했을 당시 잠시 머물게 된 울산과 언양에서 마침 소설에 나올법한 자연의 풍광과 집들을 만나게 되었다. 노란 집(Yellow House, 2015), 붉은 집(Red House, 2015), 등나무로 얽힌 집(Vine House, 2015)들의 초상이 그것이다. 또한 소설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프로방스와는 시,공간적으로 동떨어져 있지만 영혼의 교류가 가능할 만한 낡은 집들의 사진들 위에 리터칭을 가해 나름대로의 최초의 집, 누아르 아질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오래전 같은 방법으로 제작한 Uncanny House(2007)시리즈와 유사해 보이지만 과거의 작품이 출입의 불가능에 초점을 맞추어 장소들의 언캐니함을 강조했다면 근작에서는 자연과 함께 뒤엉켜 스러져 가는 몸으로서의 집을 보여주고자 했다.

김잔디_Jichuk Wall_캔버스에 유채_80.3(Max)×580cm_2016
김잔디_Jichuk Wall_캔버스에 유채_80.3(Max)×580cm_2016_부분

이어 올해 머물고 있는 경기도 고양 근처에서는 대규모 개발부지인 지축역 일대를 자주 지나치게 되었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한 이 거대한 황무지는 개발을 위해 오래된 동네를 밀어버린 후로 시간이 꽤 흘러보였다. 그 사이 남아있던 장소의 파편들-한때 골목길을 형성했을 겹겹이 덧댄 긴 벽(Jichuk Wall 2016), 파다만 흙더미로 형성된 물웅덩이(Swamp 2016), 전신주나 가로등을 휘감은 식물들(Untitled 2016)은 실재하는 장소인 경기도의 어느 지점이 아니라 꽤나 비현실적인 고대의 폐허나 이국적인 풍경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이처럼 현실의 경계를 지우는 아득한 풍경들은 당시에도 이미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고 최근 모두 흙더미로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이 신작들 뿐 아니라 많은 그림들이 결국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말 장소에 대한 비가(悲歌,elegy)임을 깨닫게 된다. 숱한 누아르아질 들, 그 최초의 집들 역시 시간 앞에선 덧없이 사라지고 순환한다. 그 자각을 담벼락 돌들 틈 사이로 새겨 넣어 본다. ■ 김잔디

Vol.20161130e | 김잔디展 / KIMJANDI / 金잔디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