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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1019_목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수요일_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0)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내 안의 시간을 더듬는 순한 노동이 오늘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작동한다" ● 10 월 B.CUT 비컷 갤러리에서 만나는 이희현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은 조금은 다르게 소개하고 싶다.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미장원과 공간을 공유하는 비컷에서 이 전시는 벌써 서른여덟 번째 전시다.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작업에 대한 솔직 담백한 작가의 변(作家의 辯)을 읽으면서 작업에 대한 이해와 작가(사람)를 알아 갔다. 이번에도 꽤 오래전에 썼던 글부터 최근 것까지 꼼꼼히 읽었다. 작가는 예전 노트에서 매일 숙제처럼 그림을 그리고, 그 숙제를 해내는 노력이면 용서받고 착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화가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가장 최근의 노트에서 작가는 몸이 체감한 기억에 대한 욕구가 그리기의 습관으로 나온다고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게 노력을 해야 했던 숙제에서 이제는 무심코 하는 습관이 된 것이다.
용서받고 착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니 이 얼마나 기쁘고 반가운 변화인가. 뭔지 모를 울컥함에 코 끝까지 찡했다. 갤러리를 시작한 지 삼 년이 지나자 슬슬 꾀를 부리던 내게 일상을 이어가는 작은 노력이 착한 삶을 위한 습관이 된다는 걸 일러 주었다. 이처럼 작업을, 작가를 알아가는 비컷의 전시 준비가 내게도 숙제가 아닌 습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다시 전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몸이 체감한 기억을 그린다는 이희현 작가의 그림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진지하면서도 가볍고, 따뜻하면서도 가깝지 않다. 기억하고 있는 촉각을 전달하는 작업은 언제나 모호하고 설렌다. 느릿한 발걸음이 디딘 흙 길, 채 마르지 않은 젖은 바람, 울렁울렁 대던 빨간 카펫트, 싸구려 분냄새, 까슬하게 마른 목젖, 미친 듯 뜀박질하던 심장, 축축한 손바닥 통증, 몽롱한 목련꽃 그늘... 주어도 목적어도 탈락한 작가의 감각 기억은 그것이 숙제든, 익숙한 습관이든 그리기로 치환되었다. 그래서 『화가 희현씨의 습관』展은 그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앨범에서 하나씩 꺼내어 준비하였다. 뽀얗게 먼지 덮인 얼굴도, 처음 마주친 얼굴도, 오늘 저녁 집에서 만날 얼굴도 한자리에 있고, 시간이 멈춘 거리에서 봄과 여름이, 낮과 밤이 공존하는 기분 좋은 착각을 건네기도 할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시간을 더듬는 순한 노동을 본다. 사랑했던, 사랑하는, 영원히 사랑할 대상마저 간극이 사라진 화가 희현씨의 헐렁한 그리기는 이로써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화해하는 마술을 부려 그의 열망대로 특별한 기술 없이 그려도 시(詩)가 일어서는 그림을 시전한다. ■ 비컷 갤러리
Vol.20171007a | 이희현展 / LEEHEEHYUN / 李羲賢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