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展 / KIMYONGCHUL / 金容哲 / painting   2017_0908 ▶ 2017_0928

김용철_당신의 목소리는 너무 크다.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16×200cm_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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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00pm

강화미술관 Ganghwa Gallery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남문로 52(남산리 14-4번지) Tel. +82.(0)32.932.1403 blog.naver.com/ganghwa2018

하트와 모란, 그리고 숲에서의 신선한 만남 ● 작년 강원도 점봉산 곰배령 숲을 찾았다. 놀라웠다. 그 숲의 나무들과 물기어린 공기의 공간감, 그 밑에 펼쳐지는 온갖 야생화들...그 새론 만남들은 감동적이고 반가웠다. 그 생생한 삶의 본성을 드러낸 시각적 아름다움의 연출. 그것은 모든 존재들이 생존관계에서 빚어낸 형태이고 에너지이고, '이미지'이고 '의미'인 것이다. 나무와 나무가 만나는 과정에서 서로가 마주치고 공존하며 뻗어나간 생명의 이미지들. 그리고 그 밑에서 펼쳐진 녹색풀들의 솟아남과 자태들은 그야말로 생명의 향연이었다. 그것은 땅에 뿌리한 모든 식물들이 '함께하는' 숲에서 햇빛을 만나기 위한 거목들, 관중, 박새, 얼레지 등 야생화 나름의 강렬한 움직임이며, 생존적 질서이다. 이 아름다운 동적 언어들에서 나는 우리 인간 삶의 모습을 떠올렸다.

김용철_노란 하트_캔버스에 유채, 메탈릭 안료_116×200cm_1984
김용철_포토페인팅-이것은 종이입니다_사진에 유채, 실크스크린_135×165cm_1979

나의 작품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1980년대 초, 하트 이미지를 크게 그림에 등장시키며, 당시 우리 사회, 정치적 현실에 필요한 것을 '화해와 긍정'의 의식이라고 여기며, 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발표했다. 이후 90년대에는 하트이미지에 우리의 전통 회화 이미지인 모란과 화조그림으로 소재가 옮겨지며, 우리의 정서 속에 이어져온 부부화합과 가정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을 한참 해왔다. 인간사회의 최소단위이며 근본이 되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함께하기'의 지킴과 나눔의 정신과 실천이야말로 개별주의로 변하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지켜내고, 가꾸어 나가야할 시대적 덕목이다. 우리 사회가 지켜왔던 이 전통적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우위적 사회가치로 이어가자는 바람의 표상인 것이다.

김용철_엄마꽃-umma_캔버스에 유채, 메탈릭 안료_60.6×72.7cm_2009
김용철_모란-만복_트립틱,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글리터_1998
김용철_춘월화조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메탈릭 안료_120×200cm_1993~4

요즘 강릉 내려가 지내면서 나에게 발견되고, 확 들어오는 것들은 색다른 풍광, 공기 그리고 찾아간 숲에서의 신선한 만남들이다. 아직은 대관령엔 눈이 있는데 마을엔 매화가 피는 풍경과의 만남이 새롭고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의 두 몸통줄기의 껴안듯 자란 독자적이면서 상대적인 그 성장 생태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반갑고 보기에 좋았다. 서로 다른 둘이 함께하기에 그 생명성이 아름다워 이 장면들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어 그것들을 따라서 내 몸짓으로 그림을 그린다. ● 요즘 젊은이들이 음식을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놓듯, 옛 사람들이 그런 배움과 실천을 일깨우려 화조도에 함께하기를 되새기듯, 나는 이 자연의 모습을, 나의 회화적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2014년 6월)

김용철

모란을 그린 이유 ● 하트 이미지와 모란꽃은 지금도 나의 회화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오늘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야말로 크나큰 사회, 문화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고 있다. 도시화, 서구화, 정보화, 인터넷과 시장개방, 물류이동과 인적교류, 여행 등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환경은 그야말로 몰라보게 많이 바뀌었다.

김용철

그러나 변화의 물결 속에 모든 것이 변하고, 기존의 가치와 문화가 사라져가고 없어지는 현실에서 그래도 우리에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의 생활에서 김치와 온돌문화가 살아남아 이어가듯, 우리의 삶 속에서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 아직은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부모님이 바라고, 그 이전부터 한국인의 삶속에 이어온 가치. 그 것은 '효'를 바탕으로 한 가정의 풍요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의식일 것이다. 이 말은 고루하고 상투적인 문구로 들리지만 예나 지금이나 절실한 바램이며, 인류사회를 지탱해온 근본 가치가 아니겠는가.

김용철
김용철

우리의 옛 어른들은 가정의 화목을 중히 여기며, 부귀의 뜻이 담긴 활짝 핀 모란꽃과 화조도를 안방 벽장문에 붙이고, 침구에 수를 놓았고, 병풍에 그렸다. 그러한 생활공간에서, 순간순간 눈에 들어오는 그 그림들을 보며,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함께하기'를 실천하며 풍요롭고 둥근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세상이 변하여, 우리의 고유문화와 생활 모습이 없어지는 이 시대에, 이러한 모란 그림과 화조도에 담겨진 '함께하기'의 풍요와 긍정과 사랑의 정신을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서 이어져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활짝 핀 모란꽃을 한참을 그렸다. (2014) ■ 김용철

Vol.20170919d | 김용철展 / KIMYONGCHUL / 金容哲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