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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대전광역시_대전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재생공간 293 Recycle Space 293 대전시 동구 시울2길 25(소제동 299-293번지) Tel. +82.(0)10.5263.7729 cafe.naver.com/sojaechangjakchon
빈섬. 내가 그곳에서 자랄 때 섬사람들과 가까이 뭍의 사람들은 모두 그 섬을 그리 불렀다. 아이들에게 듣기에 옛날에 섬에 금이 많았는데 일본인들이 다 캐어가서 산이 다 비었다고 빈섬이라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섬에는 폐광처럼 보이는 큰 동굴이 있었고 우린 그것이 옛 금광이었을 거라 상상했었다.
푸른 빛으로 번득이던 바다와 반들반들 회색 빛 갯벌은 이제 죽어 말라비틀어진 초목들로 덮여 온통 세피아 톤의 들판이다. 더 이상 내가 기억하는 '그곳'은 아니지만 이제와 마주한 '그곳'의 시간과 기억이 비릿하게 섞여 나의 시선을 휘감았다. 나는 이 장소를 기억한다. 이곳은 나의 장소이다. 나의 깊은 기억과 잊힌 감정을 불러내어 주는 곳. 어떤 공간 혹은 장소를 '본다'는 것은 현재의 시간 속에서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시간과 공간 위로 살아 움직이며 작동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장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스며있는, 나에게 가장 근원적인 장소인 그곳은 이제 오랜 기억의 단서들은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어둡고 습한 공기가 깊고 무거운 기운을 드리우고 있는 텅 빈 장소, 비워진 섬이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과 적조함이 두려움 마저 들게 하는 이 장소에서 옛 기억과 섬광처럼 마주함은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었던 감정들을 만나게 한다.
음습한 공기가 화면 전체를 덮고 있는 듯한 장소들에, 빛 바랜 건물의 벽에, 낡은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에, 공간을 온통 미친 듯 덮고 있는 덩굴들에, 내가 마주한 그 곳에 나의 깊은 기억이, 오랜 감정이, 마음이, 연민이, 상처가 그렇게 내려 앉아있다.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늦은 밤 몰아 쓴 일기처럼 내가 애써 들여다 살피지 않았던 마음 속 깊은 곳을 보게 된다. 몇 마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나의 감정과 기억이 하나의 장면으로 눈 앞에 드러난다. 머지않아 사라져 버릴 공간 속에 홀로 남아 나의 눈은 스산함과 적막함이 감도는 이 장면을 담담히 오래도록 바라본다. 이런 나의 응시를 통해 나는 나를, 마의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풍경이란 지금의 나와 눈앞의 세계가 만날 때 내 자신의 내면의 프레임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결국 세계는 그것을 보는 나의 시선과 마음에 의해 재현된다.
「빈 섬 Empty Island」는 쇠락해 가는 공허한 장소에서 마주한 소소한 사물들을 시각적 의미를 지닌 특별한 대상으로 담아냈던 이전의 작업들과 연속성 상에 놓여있다. 장소는 의미를 가진다. 장소는 표면적인 외양보다 훨씬 깊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공간 '재생공간293'이 골목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원도심의 오래된 동네는 언젠가 헐리고 새 공간으로 재개발될 시한부의 상태로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전에는 흔한 풍경이었을 그곳이 마치 섬처럼 남아서 되려 낯선 풍경이 되어버린 지금, 벌거벗은 것처럼 벽면을 드러내고 있는 재생공간에서 시작해 어려서 자랐던 작은 섬으로 가는 길 위에서 만난 사물과 장소를 프레임에 담았다. 이 여정의 끝, 그 각각의 공간은 서로 고립돼 있으면서도 닮아있다. 낡은 가옥을 재생시켜낸 전시공간은 삶의 흔적이 스며있는 오래된 집이라는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집이었다는 장소적 특성 안에 남아있는 과거의 누군가의 삶의 흔적들, 그리고 그 안에 현재 또 다른 누군가의 풍경이미지는 서로 직조되어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공간을 마주했을 때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 이성희
Vol.20170912a | 이성희展 / LEESUNGHEE / 李星暿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