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num 플레넘

플레넘, 물질로 가득 찬 공간-아무 것도 없는 무(無)를 상상해보라 ● 아마도 우리는 더 이상 완전한 진공상태를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상 시간과 공간의 부재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분법적 자각을 통해 세계를 빛과 어둠, 선과 악, 깨어 있음과 잠듦 같이 대비되는 양면으로 보려는 우리의 인식 때문에, 무(無)존재를 파악하는 것, 더욱이 무(無)공간, 무(無)시간 같이 우리의 경험론적 인식을 벗어난 생각들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제한된 단 한번의 인생 동안 인간과 물질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생성된 경험들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의 기준들을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의 질문에 당면한다: 지금까지 배워 온 것들과 전혀 다른 개념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 무(無)공간, 즉 순수한 진공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데모크리토스(그리스의 철학자; BC 460년 추정 ~ BC 370년 추정)는 세계가 빈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불가분의 원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계가 비어 있을 수 없다고 믿었던 르네 데카르트(프랑스의 철학자, 과학자; 1596~1650)는 물질과 공간이 서로 구별 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절대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래넘'이라는 개념을 창조하여 물질로 가득 찬 우리 세계를 설명하려 했다. '플래넘'은, 이번 주독일한국문화원 갤러리 담담에서 열리는 김윤철 작가의 개인전 전시명과 같다. ● 베를린과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전자 음악 작곡가이자 작가이며 서울 로쿠스 솔루스 스튜디오 (STUDIO LOCUS SOLUS)의 창립자이기도 한 김윤철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지각과정으로부터 인간중심주의를 최소화하고, 이상적으로 근절시키려 한다. 또, 일련의 예술 활동 속에서 절대 이상에 사색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다시 소개하며, 이를 '재설정'(re-configuration) 그리고 '재도입'(re-entry)이라 부른다. 이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는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물질의 본질에 자체에 집중한다. 그는 세계 현상들이 기호적 의미가 아닌 물질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시각적, 언어적 상징들을 완전히 제거 시켜야 자연상태 그대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작가의 작품들은 메타 물질, 에너지 주파수 그리고 유체구조로 이뤄진 역동적인 과학적 탐험의 출렁임과 얽힘이다. 세심하게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관객들을 감각적 환등(幻燈)으로 인도하여 생경한 경험을 선사한다. 관객들이 물질 세계(Material World)의 우리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선입관을 버리고 새로운 물질들의 세계(World of Material)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려는 작가는, 이러한 새로운 탐구의 토폴로지를 통해 본래 물질의 성질을 규명할 수 있는 장소로 우리를 초대한다. ● 이런 심오한 과학적 숙고가 담긴 김윤철 작가의 작품은 어쩌면 이상(異常)적으로 느껴진다. 기호적 의미를 통해 우리 마음 구석구석에 들어앉은 현 상태의 인지적 진화를 뒤집을 방법이 정말로 존재할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원시적으로 물질들의 상호이해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대인간 상호작용의 미래를 반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집요한 관찰을 통해 우리는 어떤 기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윤철 작가의 작품들은 그 물질의 자체적인 고독으로 돌아가려 한다. 기호적 의미의 교환에 기반한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김윤철 작가는 구(舊)철학 속에 담긴 찰나의 상호작용, 진리의 길(way of truth)을 만들어 낸다. ● 김윤절 작가의 현 전시인 '플래넘'은 신중하게 제작된 물질로 다시 물질의 진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며 궁극적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재창조(re-construct)할 수 있는 곳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 정가희

김윤철_Gyre_아크릴, 알루미늄, 플레어 솔루션, 마이크로 컨트롤러_85×80×80cm_2017

Plenum, a space completely filled with matter-Try to imagine zero - total nothingness. ● Perhaps, we are no longer – or never were - able to think of the actual state of vacuum. It is not possible to consider the notion of absent space and time. Our perception is binary and, hence, we fathom the world through contrasting opposites. For example, we can think of light and darkness, good and evil, being awake and asleep. However, we have trouble considering the notion of non-existence and we have even greater difficulties to grasp ideas that are beyond our empirical threshold of perception, such as nonspace and nontime. Indeed, we built our individual and anthropocentric models of the world based on the experiences we acquire through interactions of our body with matter in the limited period of a single lifetime. It begs the question: How could we ever fathom something that is so different from what we have learned? ● The notion of nonspace, of pure vacuum has been a focus of exploration for many great philosophers. Democritus, for example, held the view that the world is full of indivisible atoms that interacted in empty space. On the other hand, René Descartes believed that the universe could not be empty. Descartes found it impossible to distinguish between matter and space and, therefore, absolute vacuum was impossibility. He coined the term 'Plenum', to describe our world, as a space that is always filled with matter. This same term 'Plenum' is also the title of Yunchul Kim's solo exhibition in gallery damdam, of the culture department of the embassy of the Republic Korea in Berlin, Germany. ● Yunchul Kim is an electroacoustic music composer and artist based in Berlin and Seoul. He is also the founder of the LOCUS SOLUS studio in Seoul. Through his works Yunchul Kim attempts to minimize – and ideally - eliminate anthropocentrism from perceptual processes and re-introduce ways of pensive involvement to absolute ideals in a series of artistic operations he terms 're-configuration' and 're-entry'. In order to achieve this, Yunchul Kim focuses on the essence of matter, which he appreciates as the basis of everything. According to Kim world phenomena can only be understood through the direct interaction with materials and not with their symbolic meaning. It is only in the complete absence of visual or linguistic engrams that human understanding can gain access to the natural state of things. ● Kim's artwork is a convolute of dynamic scientific explorations in metamaterials, energy frequencies and fluid structures. His exhibitions are meticulous and well crafted inductions to a sensorial phantasmagoria. Kim attempts to create spaces where preconceived notions of understanding of our material world lose their reflective surfaces and where visitors are introduced again in a new world of materials. It is in this new investigative topology where Kim invites us to explore what he suggests to be the original disposition of materials. ● However deeply scientific Kim's endeavor is, there is also a profoundly romantic notion to his works. Is there truly a way to reverse cognitive evolution from its current state, where symbolic meaning has seized every corner of our minds? And if so, does a return to a primal interactive understanding of materials really reflect a way forward for human understanding and interpersonal interactions? A shift of our gaze towards this direction of enquiry could also lead to the following derivation: Kim's works are themselves a return to solitude. Away from any social relationship based on the symbolic exchange of meanings, Kim is creating a path for ephemeral interactions in the old philosophical way of truth. ● Kim's current exhibition 'Plenum' invites visitors to experience a carefully constructed material facticity and ultimately re-construct their own understanding of the world. ■ Ka Hee Jeong

Vol.20170907b | 김윤철展 / KIMYUNCHUL / 金倫徹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