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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519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 제1전시장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제2,3전시장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해주 항아리에서 길어 올린 시원(始原)의 기억들 ● 전시장을 가득 메운 수 백점의 해주 항아리들과 투박한 기형을 벗어나 허공에서 넘실대는 짙푸른 문양들. 오래 전 해주백자 전시장에 처음 들어선 순간 이종목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呻吟)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덧붙여 '신(呻)'이란 "입 구(口)자를 길게 늘인(申) 것"이라고도 했다. 곧 소리가 삽시간에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 모든 것을 건드리는 느낌이 신음인 것이다. 이 순간은 내 안의 신(神)과 만난 순간이며 태초부터 축적되어 온 수 많은 기억들이 깨어나는 찰나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스페이스몸미술관의 전시장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00여 년 전의 항아리들과 나눈 교감의 결과를 펼쳐놓는다.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의 고정성, 그 견고한 정체성을 부정하고 만물의 변화, 유전(流轉)하는 과정을 표현해 온 작가의 이전 작품 경향에서 그렇게 큰 변모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는 주변 자연의 변화를 성찰하는 작가의 시선, 모든 사물들과 교호하려는 태도가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사한 듯해 보이는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 무엇인가에 한발 더 다가간 듯이 보인다. ● "한국화는 그 자체가 일종의 구도 행위"라며 '윤집기중(允執其中, 진실로 그 가운데를 잡아라)'의 중용정신을 강조하는 이종목의 예술관은 역설적으로 수많은 경계들 사이에서 겪었던 갈등과 모색의 과정을 드러낸다. 1980년대 중반 한국화단에서 탈장르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기에 작가로 데뷔한 그는 "새롭게 인식되는 동양화의 정신원리와 체득된 서구적 시방식과의 괴리가 주는 고통"(이종목, 1987. p.3)을 직시하였고 문제의 해결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동양적 자연관과 우주관에 대해 천착하며 다양한 매재 및 기법실험 - 서양 안료와 나이프, 철과 동(銅)가루, 삼베, 광목 등의 매재사용과 만화나 사진 꼴라주 등의 기법 실험- 을 동시에 시도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동양의 전통적인 산수의 세계로 되돌아왔다.
먹에 대한 동양/서양, 전통/현대와 같은 역사적 개념에서부터 정신/물질, 직관/분석, 자연/문명. 삶/죽음 등이 당시 그가 뛰어넘고자 했던 대립항들이었다. 근대와 전통에 대한 재사유, 동양의 위상과 가치에 대한 재평가, 서양과 동양의 안과 바깥을 다시 묻는 과정을 통해 이종목이 도달한 지점은 근대문명의 수용 이후 망각되어온 사물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 대상과 주체, 자연과 인간을 근원적으로 합일된 존재로 인식해왔던 관점, 그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인간과 자연, 심지어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들이 아무런 차별이나 대립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관은 이종목에게 한국인이라면 생득적으로 지니는 특질이다.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었을 때, 인간과 자연의 구분이 없었을 때의 자연스러운 향취가 화면의 리듬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동양화가 지니는 선험적인 성격이다. 그는 물감이 묻은 손으로 화면 위를 누비며 산과 바위와 폭포의 떨림을 옮겨 담았고, 붓끝에 모든 의식을 내맡긴 채 자유로운 생명의 리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치 천지만물의 모든 영(靈)과 소통하려는 듯이. 혹은 불꽃인 듯 새인 듯, 꽃인 듯 바람인 듯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읽을 수 없는 글자와 함께 뒤섞인 세계를 내보이기도 하였다. 이 태초의 혼돈 속에서 작가는 '나절로, 산절로, 수절로'를 읊조린다. 나와 사물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이 저절로 인 찰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분류되고 대립하는 존재들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존재로 인해 긴장하고 교류하며 새롭게 탄생하는 세계, 경계가 있음으로 해서 그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계를 염원한다. 모든 사물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공존을 강조하는 이러한 세계관이 바로 구도의 삶이며 중용의 발현이기도 하다. ● 스페이스몸미술관이 기획한 사물사고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인 『이종목이 만난 해주』에서 작가의 거침없는 필선과 형상들은 해주 항아리가 발산하는 대담하고 강렬한 자의식과 만나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그림과 글씨, 그림과 항아리, 글씨와 문양이 어우러진 이 난장(亂場)과도 같은 분위기야말로 바로 생명의 핵심인 무질서와 혼돈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일 것이다. ■ 김경연
Vol.20170520e | 이종목展 / LEEJONGMOK / 李鍾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