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410c | 류준화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7_0512_금요일_04:30pm
주최 / 금오공과대학교 학생처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금오공과대학교 갤러리 Kumoh 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 경북 구미시 대학로 61 학생회관 B1 Tel. +82.(0)54.478.7068 www.kumoh.ac.kr
"소녀, 꽃을 바치다" "사과 밭 저 쪽, 다섯 번째 줄 일곱 번째 나무 아래, 초롱이를 묻었어요. 작년 가을, 열세 살짜리 하얀 우리 집 개를. 마음 놓고 다녀오라는 것처럼 홀연히 떠났어요. 우리는, 나는 두 달 동안 네팔 히말라야를 걸었어요. 걷는 내내 들판에서, 계곡에서, 굽이굽이 구릉 언덕에서 소와 말과 개와 닭을, 염소와 양과 고양이, 새를 만나 같이 여행했어요. 히말라야는 우리 집 봉화골짜기 풍경처럼 나를 품어주었고, 거기서 만난 수많은 동물들은 모두 초롱이나 다름없었지요."
마침내 봄. 죽령을 넘어 봉화에서 명호. 구불구불 길을 따라 바야흐로 봄, 굳은 몸을 풀고 낭창낭창 흘러가는 낙동강을 옆에 끼고 삼십여 분, 노랑 분홍 연두의 봄꽃과 봄꽃 이파리가 몽실몽실 피어난 청량산 옆 자락 비나리 마을로 류준화의 소녀를 보러 갔다. 초롱이를 묻은 원추형 사과나무에도 하얀 꽃망울이 화다닥 피어나고 있었다. 마을 이름마저 비나리라니.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 비나리길 언덕, 하얀 작업실에서 류준화의 소녀들을, 소와 말과 개와 꽃들을 만났는데... 그토록 평화로운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이십년 만이었다. 류준화의 소녀가, 표정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 혼자이지 않은 소녀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꽃을 주는 얼굴은, 고요하게 미소 짓는 표정은, 그리고 소이거나 말이거나 새에게 기대어 서거나, 누워 있는 모습도 처음 만났다. 소녀 옆 동물들은 가만히 소녀의 머리를, 몸을 받아주면서 소녀와 함께 흠향하고 있었다. 십 수 년 동안 어깻죽지에서 등 뒤에서 머리카락에서 허리에서 제 몸보다 커다란 꽃을 피워내던 소녀가 지금은, 꽃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를 낳듯 제 몸에서 덩어리 꽃을 피워내던 서늘하게 무서웠던 소녀는 어느 날 불현듯 훌쩍 자라나 제 몸의 꽃을 모두 따서 소에게 말에게 새에게 바치고 있었다. 소녀의 손과 발의 움직임은, 입술과 눈의 미소는 같이 살다 떠난 초롱이가 만들어낸 것일까. 네팔의 긴 여행 동안 만나고 헤어진 동물들의 기억 때문일까. 그림 속, 사람과 동물과 꽃이 모두 평화롭고 따스하고 고왔다.
"인간에게 동물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게 와서 같이 살다 떠날 때까지, 아니 떠나고 난 후에도 시종 여일하게 끝없이 나눠주는 그토록 내밀하고 속 깊은 교감과 위로. 단단하게 홀로 살 수 있는 꼿꼿하고 단아한 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조건 없이 내어주는 마음 곁의 따뜻함. 인간들은 너무 오래 동물들을 이용하고 아프게 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내게로 온, 지구의 그 많은 동물들에게 감사와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꽃과 동물을 그렸어요."
소녀의 눈은 소의 눈과 개의 눈과 양과 닮았고, 소의 눈은 산을 꽃을 자연을 닮았다. 한 때, 아니 오래 동안 류준화의 소녀들은 결코 웃지 않았다. 이제 미소를 짓는다. 눈만 큰 검은 땅의 소녀들은 오랫동안 말하지도 않았다. 앙다물고 있었다. 이제 입술을 움직여 조용히 말한다. 검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등을 돌리고 서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소녀는, 지금 파랗고 노랗게, 보랏빛으로 물든 찬란한 머리카락으로 환한 이마를 드러내 빛나고 있다. 오랫동안 새 등을 타고 위태로우나 자유롭게 날아가던 소녀는, 검은 새에게 쪼아먹이듯 피 흘리던 꽃들은, 서로 안고 기대고 웃고 나란한 높이와 깊이로 말하고 웃고 마주보고 움직인다.
"꽃은, 인간과 동물, 소녀와 새들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만들어 낸 자연의 핏방울, 빛의 뭉치잖아요. 그 꽃을 바치는 행위는 모든 생명체와 함께 수확물을 나누어 가지는 장엄한 의식이라고 봐요. 그 옛날 먹을 것을 나누고 슬픔과 고통을 나누는 것처럼 존경과 감사하는 움직임이겠지요."
발 없는 새 눈 먼 말 깊이 잠긴 물고기, 결연히 등 돌렸던 소녀, 삼등신의 작은 몸에 생각만 남아 이글이글 눈만 크던 소녀, 차가운 맨 발로 하염없이 저 먼 피안으로 노를 저어 떠나갔던 소녀, 서늘한 등 뒤로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떨어뜨린, 앙다문 입술로 소리 없이 절규하던 소녀는, 사과나무처럼 키가 자라고 잃었던 손과 발을 찾았다. 이제 저 먼 피안에서 구해온 생명의 꽃을, 크고 맑고 환한 꽃송이를 들어 기도하듯 소에게, 말에게, 개에게, 모든 동물에게 바치고 있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소녀가 몸 안의 개화를 마치고 그 꽃들을 두 손에 모아 기꺼이 헌화하기까지는. 그러니, 받으소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여. 검은 땅에서 피어난 환한 이마의 미소 같은 이 꽃송이들을. ■ 권혁란
Vol.20170512j | 류준화展 / RYUJUNHWA / 柳俊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