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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413_목요일_05:00pm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대학생 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 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내가 사는 피부』展 관람시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금요일)_10:00am~09:00pm *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1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백기은과 아이들 ● 1990년대는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정치적‧사회적인 변화와도 무관치 않은 이런 변화는 하나의 장르가 유행하기보다 시각적. 개념적으로 새로운 유행과 다원주의적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80년대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며 해외 유학이 한결 편리해졌고, 그런 유학생들이 유럽과 미국의 실험적이고 다원화된 현대미술을 전파하고 귀국하여 국내 대학 강단에 서면서 새로운 정보와 시각적인 이미지들의 홍수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었다. 거기에 9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도 국제적인 미술 행사(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여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는 기회가 많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영향으로 90년대에 공부했던 작가 지망생들은 밀려드는 다양한 정보와 시각적‧개념적인 충격에서 자신이 무엇을 표현해야 할 것인가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소개할 백기은 이라는 작가는 90년대 다원화된 현대미술에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고민하던 전형적인 작가지망생이었고, 이제는 관록과 저력이 있는 40대 작가가 되었다. 우선, 그의 초창기 작업을 보면, 손으로 그린 드로잉 작업들이 시선을 끌게 된다. 백기은이 창초해낸 '아이들'은, 생물학 책에서 봄직한 미생물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눈을 의심할 정도로 표현이 정교하면서도 능숙하다. 그 당시에 '많이 그리기', '못 그리기'가 유행하던 시기에 많이 그리기에 해당하는 유형의 작업 경향이다. 그의 작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얇은 철사를 이용하여 입체작업을 병행하였는데, 2009년 로얄갤러리 개인전(토끼증후군, 그리고 프랑켄애니멀즈)은, 백기은이 만들어낸 생명체들 입체 버전의 정점을 보여 준다. 갤러리의 높은 천정 위에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 광경은 지금 생각해도 멋진 장면을 연출하였다.
2017년, 백기은이 창조해낸 아이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론처럼 날아다니며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백기은의 분신들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아이들로 영상작업(스톱모션기법)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들이 묘하게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리며 동화나 우화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현대미술에서 영상작업은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첨단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백기은의 영상작업은 평범한 배경음악에 손으로 그린 드로잉이 움직이고 손글씨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어찌 보면 동작이 어설퍼 보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사소함에서 이끌어낸 순수한 글, 손그림의 친근함과 음악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과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을 전해 준다. 이것은 거대한 자본과 기술력, 시각적 판타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작품에 사용되는 표현기법과 언어에 작가의 감수성을 어떻게 녹여내느냐의 문제인데, 아날로그 감성과 손글씨, 손그림의 표현이 매우 탁월하다. 그리고, 작품 내용도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낀 소회를 담담하고 절제 있게 표현했는데, 뭔가를 설득하거나 계몽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작품의 소박한 미덕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백기은의 짧은 여러 편의 영상작품들을 감상한 소감은, 잘 만들어진 서정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이렇듯, 백기은 자신이 창조해낸 아이들을 가지고 화가에서 훌륭한 연출가로 변신하였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미래의 백기은과 아이들이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백기은이 창조해낸 이름 모를 생명체들의 애칭) ■ 손성진
드로잉 단상 ● 아직도 마음에 남은 느낌. 잡을 수 없는 그것에 대한 이미지라고 할까. 마치 맨눈으로 해보기나 망토 하나 두르면 하늘을 신나게 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언제나 느껴왔던 "그렇게 되지못함"에 대한 어떤 질문을 하고 싶었다. ● 이 작업을 고심하며 있을 무렵, 5살 조카가 빨리 꿈나라로 가길 바라며 읽어간 9권의 동화책 읽기는 아주 묘한 매력이 있었다. 글을 하나도 몰랐지만 그 책들을 몽땅 외우고 있는 조카와 함께 새로운 읽기에 도전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는 두 사람의 미묘하게 다른 질문들로 만들어진다. 말하는 자와 그 말을 듣는 자, 혹은 글을 해석하는 자와 이해하려는 자, 또는 상상하는 자와 꿈꾸는 자, 거울 앞에 있는 자와 거울 반대편 서 있는 자. 그리고 쉰 목소리의 톤, 엉뚱하게 움직이는 제스처... 그냥 텍스트 읽어 내려가기 말고 "동화 책 읽기"이다. 이것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 또 글쓰기의 방식보다 더 유연한 표현이다. 알아 챌 수 있는 진지함과 엉뚱함이 없다면 매우 작고 소심한 발언, 마냥 흘려듣게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긴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며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되는 추억 또는 기억의 조각이 되어가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읽기를 하는 사람, 엉뚱한 듣기를 해도 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그동안의 작업들도 기억들의 가장 작은 파면, (잡히지 않으면서) 그 "뭉글뭉글"하고 "미끌미끌" 거리는 것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드로잉 하였다. 2000년 첫 전시 후, 오늘까지 전반적인 주제는 또 다른 재생장치에 대한 탐구였던 것 같다. 단지 상태뿐만 아니라 그리는 자와 보는 자를 연결하고 싶었다. 그 드로잉 작업들의 연작을 "감각공생체 드로잉"이라 이름 지었었다. 이번 전시 또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제작한 입체물들을 공간 속에 함께 설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또 다른 텍스트 읽기, 상상한데로 바꾸어가고 변신하며 펼쳐진 이야기들의 애니메이션이 함께 전시된다. ● 원하지 않았고 전혀 의도치 않았지만 벌어진 사건들과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게 된 것들, 망각을 강요받게 되거나 어떻게든 해결해 가야할 의무감으로 눌러져 진전되지 않는 혹은 말하지 않는 슬픔들에 어떤 작은 위로가 되고 싶었다. 그러하더라도 위로를 말하고 싶었다. 마음 속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듯 이야기 하고 싶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또다시 움직이도록, 그리고 특별한 모험가가 되기를, 닫힌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꿈꾸며 마치 놀이처럼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래서"그려가는 자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백기은
Vol.20170414b | 백기은展 / BECKKIEUN / 白基恩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