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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215_금요일_06:00pm
1부 / 2012_1006 ▶ 2012_1030 2부 / 2013_0215 ▶ 2013_0315
가족 워크숍-야채,과일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2013_0223_토요일_01:00pm
관람시간 / 12:00pm~08:00pm
Lab DotlineTV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277-16번지 실내전시장,실외극장 Tel. 070.4312.9098 dotlinetv.com
의식의 실험을 통한 무의식의 확인 ● 헤겔의 방식대로, '자신의 의식을 포기하여 다른 자기 속에서 스스로를 망각하는데 사랑의 본질'이 있다면, 백기은 작업은 이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한가운데를 유영한다. 즉, '소멸과 망각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점유'하는 구조, 이것은 작가의 화법인 동시에 타인에겐 덫으로 작용한다. 감각과 의식이 또렷해질수록 무의식으로 확장되는 통로는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 작품 속에 등장하는 뭉실 뭉실한 덩어리들이 삶을 얻었다 빼앗기면서 그들을 통해 전해오는 우리의 감각 또한 복제되고 이내 해체된다. 이런 현실의 궤도 이탈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는 작가의 무수한 반복 작업과 노동(아날로그)을 통해 디지털화되는 운용 방식의 산물이다. 우리의 의식을 재편하는 백기은의 이 일련의 작업들은, 절망에 이르는 길이란 어떤 체험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요절한 미국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C'connor'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건, 절망의 뭉치들을 다시 품고, 새로운 삶의 통로를 꿈구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애니메이션「1분을 사는 드로잉」은 초당 30프레임으로 이루어진 1800여개의 드로잉들이 삶을 얻는 이야기다. 만질 수는 없지만 무르고 얇은 막의 표면을 가진 특별한 질감으로 움직임을 지속하게 된다. 이 연필 드로잉들은 아주 짧은 찰나에 연속성을 더해, 비정형의 생명체가 된다. 특별한 1분의 삶을 얻고, 그것은 다시 흩어지거나 소멸된다. 새로운 통로를 찾았거나 또 다른 삶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1분을 사는 드로잉」은 500장의 드로잉에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단, 1분간의 삶을 얻는 드로잉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 1분의 삶은 새로운 층위의 시간을 구체화시켜주었을 것이다. ● 움직임이 생명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삶의 근원에 봉착하는, 이를테면, 1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행해지는 1800개의 프레임이나, 1800개의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그려지는 비정형의 덩어리들은 생명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만, 역설적이게도 1분의 삶이 전부인 이들에겐, 1분은 그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이 문제는 삶의 구성 단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아가 우리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현실과 초현실의 간극, 구체성과 추상성에 대한 전반적인 물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주로 작가 자신에게 닿아있는 일상의 이야기와 내밀한 감정을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덩어리들을-비정형의, 실체가 없는 알, 투명촉수를 가진 말미잘, 알락무늬 동물 등- 반복/복제함으로써 의식의 새로운 경계를 설정하고 운용한다. 그것은 현실의 대척점에 위치하면서, 기억의 무형성을 역설하고 새로운 의식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방식이다. 과학과 이성의 끝없는 추적을 따돌리면서 새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감각을 구현하고 있는 작가는 '정신은 자연에서 제 모습을 본다'(헤겔)는 이론을 바탕으로 도상을 창조, 소멸, 재생시킨다. 결국, 순환을 통해 촘촘한 내연을 다지고, 진화하는 외연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다져진 내연에 다양한 가능성이 자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통로를 열어주는 중재자이면서 또한 그 통로를 걷는 주체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작업들의 지지대이면서 동시에 주체가 되고 있는 백기은의 설치 작품(철사를 이용해 만든 오브제), 드로잉 작업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얼개로 시선의 폭을 확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 문예진
지도에 없는 이곳은 바깥과 내부가 함께 연결된 어떤 장소이다. 이 풍경은 바깥, 외부에서는 들어갈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부의 공간을 섬세하게 볼 수가 있다. 바깥은 간단한 입방체들이 마치 어떤 산들이 많은 공간이 연상되도록 지어졌고, 내부는 동물의 몸 속 내장 같기도 하다. 바깥의 입방체 산들의 아래에는 삼각형으로 표시해 둔 장소가 있는데, 이곳에는 노랗고 투명한 젤리 덩어리가 덮고 있다. 뾰족한 끝이 잘린 하얀 원뿔들이 어디선가 날아오지만 바로 튕겨낸다. 이 작은 통로는 언제나 안전하다. 노트에 그린 그림이었지만 스프링 구멍들의 자국이 초록색 선들로 메워지면서 두 장소가 한 장의 그림으로 연결되고 비로소 어떤 묘한 곳의 구조가 완결된다. 튕겨서 날아갔던 하얀 입방체들도 전에 왔던 곳으로 편안히 되돌아간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버뮤다웜홀은 떠난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편안해 지는 상상의 장소인 것 같다.
사각형은 책상이 되고 그 위에서 작은 싹이 트고 꽃이 핀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냥 네모가 아니라 조금은 다른 네모들의 풍경이 된다. 네모는 창이 되어 열리고, 조금은 이상한 곳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빈 칸에 들어 갈 수 있는 무수한 것의 가능성이 열린다. 네모는 가람막이나 벽이 되지 말고 작은 생명이 살 숲이 되고, 또 디딜 바닥이 되고,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선하나,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렇게 만들어진 면은 또 다른 면들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생긴 주름은 그 면과 유사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무늬들은 그와 닮은 무늬의 단위체들을 만들어 간다. 마치 자신과 닮은 알, 그것들은 무수히 만들어가며 공간을 난다. 마치 혜성처럼 궤적을 남기며 어느 지점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 어디에서 쌓이는 것이다. 멀리 줄무늬를 입은 덩어리들은 마치 산처럼 솟아오른다. 그리고 화면 가득했던 줄무늬 덩어리들은 다시 어딘가로 흩어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유사한 모습이지만 또 다른 형태로 변한다. 그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 또 다른 시간을 여행한다. ■ 백기은
Vol.20121006j | 백기은展 / BECKKIEUN / 白基恩 / ani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