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창 Window for my mother

박진영展 / AREA PARK / 朴晋暎 / photography   2017_0411 ▶ 2017_0525 / 일,공휴일 휴관

박진영_엄마의 창_아오모리_Ed. of 10_C 프린트_125×300cm_201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302i | 박진영展으로 갑니다.

박진영 블로그_ny7train.egloos.com

초대일시 / 2017_0411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J ART SPACE J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 SPG Dream 빌딩 8층 Tel. +82.(0)31.712.7528 www.artspacej.com

중견사진가 박진영(46)이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도시문제, 분단풍경을 파격적인 스케일과 일관된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미술계의 주목받았던 그는 10년전 한국을 훌쩍 떠났었다. 이후 잠잠하던 그가 컴백을 한 것은 5년 전 후쿠시마 시리즈 「사진의 길_아뜰리에 에르메스」를 발표하면서 였다. 그후 고은사진미술관 「방랑기」, 국립현대미술관 「우리가 알던 도시」등 크고 작은 미술관에서 후쿠시마 시리즈의 최신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신작들은 몇단으로 이어진 풍경 사진들이다. 몇년째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작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병실에 앉아 족발을 먹으며 엄마와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는 엄마의 옛 추억을 소환한다.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로 병실에 엄마의 창문을 만들어 준다. ● 그는 한국사진계에서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영역을 개척한 파이오니아적 존재다. 발표하는 시리즈마다 새로운 형식과 깊은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반향을 이끌어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는 이때에 그는 여전히 필름에 대형카메라로 작업을 한다. 물성을 믿으며 이것저것 수집을 즐기는 그는 스마트폰도 없이 빽빽한 일정이 적힌 수첩 하나를 들고 다닌다. 그저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 사진에 이러한 뒷이야기가 있었다니 그의 묵직한 신작을 벌써 보고 싶어진다. ■ 아트스페이스 J

박진영_엄마의 창_플로리다_Ed. of 10_C 프린트_260×160cm_2016
박진영_엄마의 창_이즈반도_Ed. of 10_C 프린트_125×450cm_2016

우리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서울대를 나온 형보다 지방대를 나온 나를 더 좋아하셨습니다. 명절 때 마다 친척들 앞에서 하신 말씀이니 믿을 만 하죠. 사진과를 졸업한 놈이 카메라 팔아먹고 섬을 떠돌며 바다낚시를 다닐 때, 엄마는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 놈이 언젠가 다시 카메라를 잡을 터이니 필름 값을 댈 요량으로요. 의외로 숨겨진 역량을 발휘해서 필름 값은 물론 대학원 등록금도 아버지 몰래 대주셨습니다. 간혹 큰 계약을 하시면 시상이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다니시는 걸 즐겼습니다. 재벌의 보험회사에서 시상을 받아 호주를 다녀 온 적도 있지요. 대략 20년 전의 일입니다. ● 엄마는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매환자입니다.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손을 씻다 반지를 잃어버리고, 10분 주기로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정말 힘든 건 자신은 멀쩡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당신을 왜 병원에 가두어 두냐고. 몇 분간 언쟁이 오가고 몇 분간 침묵이 흐릅니다. 병원을 나와 부산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저는 웁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요. 효도라는 건 어울리지 않는 내가 엄마에 대해 고민을 한 것이 병원생활을 하고부터 입니다. 용돈을 드리고, 맛난 걸 사드리고, 짧은 여행을 같이 해도 엄마는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엄마의 기억'을 더듬는 대화였습니다. 거창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명을 설치해서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침대에 앉아 족발을 먹으며 둘이서 옛날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어디가 가장 가고 싶었는지, 무엇을 가장 보고 싶었는지, 누가 가장 보고 싶은지. ● 엄마가 몇 번이나 말한 후로리다는 아마 미국의 플로리다였을 겁니다. 달력에서 보았던 그 바닷가 사진이 팜비치인지 마이애미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3년 간 엄마가 말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미국, 중국, 멕시코, 핀란드. 길에서 먹고 자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여태 느끼지 못했던 즐거운 촬영이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전시가 끝나면 엄마의 병실에 걸 예정입니다. 창문 없는 병실에 창문을 만들 겁니다. 효도 없던 인생에서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보험설계사를 하시며 나를 응원했던 사진의 길입니다. (작가노트 中) ■ 박진영

Vol.20170411a | 박진영展 / AREA PARK / 朴晋暎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