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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309_토요일_05:00pm
Artist Talk / 2013_0323_토요일_01:00pm_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 Open Lecture / 2013_0504_토요일_02:00pm_고은사진미술관
주최 / 고은문화재단 주관 / 고은사진미술관 기획 / 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 GoEun Comtemporary Photo Museum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1로 37번길 10 Tel. +82.51.744.3924 www.goeunmuseum.org
시간을 기록해내는 '사진기술'이 서양에서 이 땅에 유입 된지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사진기술'은 아날로그세대와 디지털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변화를 해왔으며 카메라의 보급 확대는 사진의 대중화를 야기시켰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정착을 이루어낸 사진은 마침내 현대미술의 중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난 5년간 사진인구의 저변확장과 성장을 위해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린 전시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동안의 과정과 경험은 문화형성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한국사진지평의 한 가운데 위치하는 40대 작가의 성장중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중간보고서' 프로젝트를 연중 기획 한다.
한국의 각 세대 층은 짧은 시간 동안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격동기를 겪어온 만큼 세대별 특징과 성격이 명확하다. 특히 5-60세대들과 2-30세대들은 사회구조적으로 구분이 두드러진다. 5-60세대들은 전쟁과 근대화를 바라보며 민족의식을 키워왔고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중요시 해왔다. 반면 2-30세대들은 자유로움과 당당함, 창조력을 바탕으로 보다 젊고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개인을 중요시 하는 세대 라고 할 것이다. ● 이 두 세대의 중간에 위치하는 40대는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민주화 운동과 급속한 정치, 경제 성장의 변화를 겪음으로써 순발력과 빠른 적응력을 가진 세대이다. 이러한 40대의 성격은 두 세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양극화 된 두 세대의 충돌을 융화시킬 수 있는 중간세대이다. 하지만 경험과 변화를 한 몸으로 받아낸 한국사회의 40대는 이러한 특성에 비해 그 사회적 위치는 불안정하다. 한국사회에서 40대는 사회적인 책임감과 역할의 비중이 막대해진 반면 그 구성원안에서 실질적인 역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 이러한 세대의 성격은 예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30대 신진작가와 5-60대의 중견작가의 중간에 위치하는 40대 작가 역시도 사회적 위치와 다를 바 없는 중간에 있다. 사진의 영역에서는 아날로그세대에서 첫 디지털의 등장을 접하고 받아들인 경우가 대다수 이다. 그들은 아날로그만이 존재하던 시절을 체감하면서도 디지털의 첫 등장과 시대의 변화를 겪어내고 적응해나간, 두세 대의 성격과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모호한 세대이기도 하다. ● 지금의 40대 사진작가들은 한국사진의 전통성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도한 세대이다. 현재 현대미술의 컨템포러리 사진들 역시도 지금의 40대 작가들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영향력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대부터 열정과 성장을 목표로 작업을 이어온 40대 작가들은 곧 성숙기로 접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작가 자신의 작업과 작업방향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안목과 지금까지 이어온 작가로서의 행보를 정착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업갤러리나 혹은 미술관의 관심과 지원에서 배제되고 점차 제한적인 활동 범위로 인하여 작가는 경제적 생활인으로 혹은 작가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위태로워 지고 있는 실정이다. ● 고은사진미술관은 사진계의 균형∙발전과 미래 한국사진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중간세대 작가들의 지속적이고 탄탄한 작업열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회고전 형태의 연중프로젝트를 기획 하였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하여 사진입문 당시의 초심을 되돌아 보고, 현재가 있기까지의 치열했던 작업의 여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사진의 든든한 허리역할을 담당했던 그들이 미래의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각오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
방랑기: 기록의 여정 ●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박진영의 사진전 『방랑기』는 지난 20여년간의 주요 작업인 「386세대」, 「서울.. 간격의 사회」 「아르바이트」, 「도시소년」, 「더 게임」, 「히다마리」 , 「새마을운동」, 「사진의 길」, 그리고 최근 「방랑기」 연작까지 총 망라되어, 40대를 들어서는 작가의 중간회고전이다. 그의 작업은 도큐멘타리 사진의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으로서 사진의 근원적 문제로 다가가는 기록의 여정으로 볼 수 있다. ● 작업 초기에 박진영은 군부정권의 몰락 이후 변모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다. 「386세대」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거리의 시위 등 시민사회의 투쟁 속의 진통의 순간들을 담아냈으며, 「서울에서 버티기」는 사회의 노동계층의 고단한 일상과 국익을 위해 희생된 서민들의 현실을 포착하고 있다. ● 컬러사진을 이용한 「아르바이트」 이후에는 심화되어 가는 신자유주의의 폭력성과 그 구조 안에서 착취당하는 이들을 다루었는데, 특기할 점은 작가가 그들의 이름과 일일 임금을 제목 속에서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이 연작에서 박진영은 피사체를 극적으로 프레이밍하기 보다는, 처음으로 전방위적 시야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도큐멘타리 사진이 취하는 객관성이라는 신화 또는 허구성이 명백하게 드러남과 함께 취약해진 도큐멘타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 역시 파노라마 형식을 취하는 「도시소년」 연작에서는 상이한 이미지를 두 장씩 병치함으로써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등 사회적 도큐멘타리의 확장을 시도한다. 이 작업들은 꿈꾸는 청소년들과 그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 그리고 그들이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인 거대한 사회적 구조들과 물리적, 경제적 여건들에 둘러싸인 연약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속되는 냉전의 후속 여파를 파헤치는 「더 게임」 연작에서 박진영은 처음으로 대형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저널리즘적 도큐멘타리를 2미터 가량의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는 담대한 시도를 보였다. 냉전 구도하에 민주정부 수립 이후 와해된 신화, 예를 들면 진위 논란 이후 잡초와 쓰레기 더미와 더불어 방치된 이승복 동상, 불안하게 부유하는 새터민 청소년들, 불발탄들이 꽂힌 매향리의 미사일폭격 현장 등의 묵시록적인 이미지들이 포함된다. ● 일본으로 옮겨간 뒤 박진영은 사진 본연의 요소와 기본조건들에 천착한다. 「히다마리」 연작은 약간의 빛만 있으면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도로써, 현재 난무하는 이미지의 디지털 조작 없이 빛과 공간과 시간을 이용하여, 가장 직접적이며 고전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소박한 욕구의 실천이다. ● 2011년 3월 동부 일본의 대지진을 맞아 박진영은 뉴스미디아의 경쟁적인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적인 사진가들의 무리에 합류하지 않고, 거리를 둔채 쓰나미가 지난 이후의 흔적들을 엄정하게 잡아내고 있다. 「사진의 길」은 이러한 기록의 모습과 더불어 재해현장에서 작가 개인적인 개입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나무에 걸어놓은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 찍다 죽을 뻔한 사진, 폐허에서 나뒹구는 유품들을 배열한 사진 등이 그것이다. ● 요컨데 그는 현실로부터 거리를 두고 기록하려는 의지와, 이와 상반되듯이 보일 수 있으나, 현실에 자신의 의지를 개입하려는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방랑기」 연작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와 미야기현에서 습득한 사물들과 토쿄의 벼룩시장, 고물상 등에서 구한 것들도 포함한다. 그가 선택한 사물들의 공통점은 쓰나미라는 혹독한 시련을 견디어 내고 잔존한 것, 버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은 것들, 낡았지만 버려지지 않고 계속 사용되는 것들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물체에 대한 연민은 곧 기능을 상실한 육체 또는 죽음과, 그것의 기억에 대한 은유이며, 두고 가는 육체를 인식하는 작가 자신의 정신적 방랑기의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이 연작은 또한 작가가 대형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너무나 쉽게 찍고 지워버리는 무수한 사진들, 그리고 조작된 이미지의 소비에 대한 저항적 의지로 보아야 한다.
전시제목인 『방랑기』는 그의 고향인 부산에서 지난 20여년의 사진가로서의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여러 곳의 여정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볼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그의 작업은 균형잡기라는 그의 꾸준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수단인 자전거나 목마와 같은 물체를 의인화한 듯한 『방랑기』는 센티멘탈한 느낌을 줄 수도 있으리라. 하나 그 이면에는 사진이란 무엇인가,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그의 물리적 이동, 정신적 부유, 그리고 형식적 실험에 대한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돌이켜보면 박진영의 도큐멘타리는 액션의 현장에서 '결정적 순간'을 취하는 '뜨거운' 도큐멘타리 사진으로부터, 사건 이후에 시간과 거리를 두고 엄정하고 '차갑게' 관조하는 방식으로 전이해왔다. 박진영의 도큐멘타리의 실천은 애초에는 사건 즉시의 현장의 증거물로서 기능하다가, 차츰 역사적 순간과 미적 순간이 결합된 형식으로 전이했다. 한편 「히다마리」, 「사진의 길」에서의 개입, 그리고 「방랑기」 연작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기본으로 하는 역사적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특정한 역사적 의미를 거부하는 일종의 비역사적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보인다. 즉, 그는 이러한 세가지 경향의 도큐멘타리 방식을 경유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면에서 그의 작업은 도큐멘타리의 가능성 탐지와 모순 사이에서의 균형잡기의 일환이며, 이동과 여정의 기록인만큼 기록의 여정이기도 하다. ■ 문영민
설명할 수 없는 혹은 관여할 수 없는 일이나 상황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충실한 기록뿐이다. ■ 박진영
Vol.20130302i | 박진영展 / AREA PARK / 朴晋暎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