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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309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에이루트아트플랫폼 AROUTE ART PLATFORM 서울 강남구 학동로3길 41(논현동 21-10번지) 1층 Tel. +82.(0)2.6958.7777 www.aroute.co.kr
에이루트 아트플랫폼(에이루트 아트플랫폼은 미술동영상 아카이브 에이루트(aroute.co.kr)의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2015년부터 작가 들의 창작발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이 2017년 첫 기획전으로 조각가 박용식 개인전 '짤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를 개최합니다. 박용식 작가가 2008년부터 관심을 가져온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전시의 주제입니 다.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짤(짤은 짤림방지 즉 짤방의 줄임말로 사진을 일컫는 말)' 중에서 '직위별 강아지 표정'은 고전에 속합니다. 대부분 사 람들은 이 짤을 보고 귀엽다 거나 재치있다 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작가는 익명적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습니다. ● "의도된 폭력, 혹은 의도와 상관없이 생겨버린 폭력, 의도를 감추고 폭력이 아닌 척 행해지는 폭 력 등 우리 일상 주변에는 많은 폭력이 행해지고 그 폭력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한 번 인기를 끌면 SNS를 통해 무한복제되는 이미지와 정보의 쓰나미에 대해 작가는 경계의 시선으로 바 라봅니다. 개와 고양이는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지만은 않습니다. '반려(伴侶)'의 대상인 아기 고양이의 발 이나 강아지의 표정을 우리는 그저 귀여움의 대상이나 재치있는 순간의 포착 정도로 여깁니다. 실제로 고 양이의 경우 발(과 발바닥)은 주인('집사'라고 불리우는)에게도 잘 허락하지 않는 신체 부위라고 합니다. ● "넌 단지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이것에 엄청난 괴로움을 받고 있 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근대에 만들어진 풍습 중 하나는 고사상 돼지머리 입니다. 사람들의 식용으로 도축되었는데, 죽어서 까지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 사용됩니다. 돼지가 실제로 웃을 수 있는 지 잘 모르겠지만, 도살될 때 웃지 않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웃는' 표정의 돼지머리가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 표정를 지닌 얼굴 바로 뒤에 참혹하게 잘려진 단면이 존재하는 돼 지머리 올린 고사상은 야만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암묵적 풍습에 대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습니다. ● 사람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체의 교묘한 활용과 간사한 인간의 이익에 규합된 상황은 단순한 물 리적 폭력을 뛰어넘어 무작위적 거대한 폭력으로 작용되어진다"라고 작가는 강조합니다. 현재의 다양한 소통매체들은 즐겁고 편리한 도구지만, 그 소재가 바로 나/우리라면 계속 유쾌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피곤함, 그러나 그대의 기쁨',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 '웃어야겠지요' 등 시니컬한 제목을 가진 작품 들은, 앙증맞고 매끈한 대상 표현과 함께,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절단 단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 한 단면은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 이미지의 '프레임 밖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강남구 논현동 소재 위드윈 빌딩 1층 에이루트 아트플랫폼에서 신작 입체작품 6점과 평면작 품 6점으로 구성됩니다. 충격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진 1층 전시장과 함께, 7층 아트라운지에서는 박용식 작가의 대표작인 '개와 술병', '선상비행', '12마리 대기중'이 전시됩니다. ● 박용식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 '지구를 지켜라' 이후 입체와 사진작업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 으며, 이번 전시는 2008년 영은미술관 개인전 이후 9년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개인전입니다. ■ 에이루트아트플랫폼
즐겁냐? 난 괴롭다. ● 박용식 작가의 작품 맥락(context)은 앙증맞은 형태 뒤에 숨은 파토스(pathos)를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 는 작품소재(주로 개)를 통해 반려와 수평적 관계가 아닌, 주종적 수직적 관계를 폭로한다. 수직적 관계에 서는 둘 중 하나는 개이득이지만 상대방은 그와 반대다. 이번 전시 작품은 인터넷 상에 떠도는 '직위별 강 아지 표정'이란 짤에서 시작됐다. 익명적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룬 이번 전시작품을 보면서 고사상 에 놓인 돼지머리가 떠올 랐다. 무심히 당연히 여겼던 사건/사물에 대한 환기, 이러한 환기를 통해 작가는 강조한다. "넌 단지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이것에 엄청난 괴로움을 받고 있을 수 있다." ●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는 아기 고양이의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찢겨진 발의 단면을 한번에 담았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집사에게도 쉽사리 내주지 않는 게 그네들 발이다. 고양이에 빗댔지만, 이 작품은 모든 관계 (실제건 가상이건)에서 존재하는 폭력에 대한 상징이다. 결코 나/우리에게 벌어지지 않 을 거라 확신했던 것들이, 그러나 무참히 현실화된다. 우리는 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따름이다.
한편, 이번 8회 개인전 『짤_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도 디테일에 대한 작가의 강한 집착을 드러낸 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의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최초 (다분히 구체적인) 형상이 나오고도 최종 완성까지는 길게 몇 개월간 지속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조각가 박용식의 도구가 뻬빠(사포, sandpaper)임을 알게 됐다. 작가의 머리 속 이미지, 원형상은 기포 하나 없는 매끈한 형태였나 보다. ●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1층에서는 '짤'을 주제로 다분히 '충격적' 작품들이, 7층에서는 '선상비행', '12마리 대 기중', '개와 술병' 등이 전시된다. 감정의 냉온탕을 넘나든다. ■ 이승환
Vol.20170309j | 박용식展 / PARKYONGSIK / 朴庸植 / sculpture.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