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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홈페이지_gounseo.wix.com/artist
초대일시 / 2017_02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3층 제1전시장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이태리 계 유태인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아우슈비츠의 소녀]라는 시를 보면,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 속에 함께 산다."라는 첫 구절로 시작한다. 나는 이 시에서 작가가 자신의 경험에서만 머물지 않으려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객관화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멀리서 보려고 노력했다. 나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에서 시작해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전쟁과 테러로 인해 생겨난 난민 이슈들과 재난이 만들어낸 파국의 불안을 마주했다가, 결국 단테가 신곡에서 묘사한 지옥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에게 작업은 그저 예쁜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움 안에 감춰진 진실들을 발견하고, 무너짐과 쌓아 올림을 반복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나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현재와 맞물려지는 접점들과 추동 하는 에너지들을 발견하였고, 그것들을 형태-이미지-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캔버스 안에서 현실에 대한 재현(representation)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작업의 모티프를 발견하는 데 있어 재난의 희생자들, 난민 이슈들로 인한 정보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너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과 연결 짓는 일은 쉽지 않다. 들것에 실려 가는 아이, 부서진 건물들, 잔해와 섞인 손, 잘린 머리, 두려운 표정들, 연기, 붉은 색들, 돌돌 말린 하얀 천들, 부푼 흔적들을 이미지로 마주하면서, 나는 화면 안에 죽음이라는 개념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탈 이미지화 되어버린 '죽음'이라는 것을 땅 밑으로 꺼져가는 이미지가 아닌 부유하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에게 죽음이란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 공기 안에도, 책상 위에도, 심장 속에도, 그 어디에도 있는 것이고, 그것은 삶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옥은 장소가 아닌 상태이기에 언제든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항상 인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겐 너무 중요한 일이다.
내 그림 안의 이미지들은 모두 다른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나의 다양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모티프들은 마치 현실과 현실의 바깥을 유영하듯 그림 안에서도 또 다른 프레임 안의 비현실과 마주하고 관계를 맺어간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주변의 일들은 당신의 이야기이면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때로 우리는 삶이라는 궤적 안에서 시작도 끝도 없이 원을 그리는 행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무형의 밤들과 무시무시한 악몽과도 같은 일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과정이 나의 작업이고 나의 삶이다. ■ 서고운
Vol.20170222d | 서고운展 / SEOGOUN / 徐고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