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기쁨의 격려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painting   2016_1208 ▶ 2016_1231 / 일요일 휴관

김한나_집에 가기 싫은 날씨_캔버스에 유채_72.7×60.6×4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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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가나아트 부산 GANA ART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2 노보텔앰배서더 4층 가나아트 Tel. +82.(0)51.744.2020

미세한 기쁨, 일상을 빛나게 하는 것들의 작은 위로 ● 한 달에 두 번의 버스, 두 번의 지하철. 교통카드내역서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일은 한나에게 '깜짝 놀랄 일'이었고 자신의 생활패턴을 돌아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충분한 사건(?)이었다. 깊은 심심함이 퍼져있는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뭔가 근사한 시작이 필요한 것일까?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바람에 빨려 들어가잖아요. 그걸 보면서 웃음이 나는 거예요. 아주 자연적인 웃음"(김한나)

김한나_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_캔버스에 유채_112.1×145.5×5.5cm_2016
김한나_햇빛이 몽글몽글_캔버스에 유채_162.2×130.3×5.5cm_2016
김한나_예쁜 콧물_캔버스에 유채_65.1×90.9×4cm_2016

이 경험은 한나의 일상에 미세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웃음이 "미세한 기쁨이 되었고 미세한 기쁨이 삶을 격려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쁨은 기다리는데 잘 찾아오지 않고 그 강도가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쁨의 빈도가 많아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는 작은 기쁨을 계속 찾아나가고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단 어떠한 문제점을 인식하면, 예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카드내역서를 통한 자신의 생활패턴을 확인한 후, 미세한 기쁨이 주는 일상에서의 격려를 알고 난 이후,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길을 걷던 한나는 보람 있는 자신의 삶을 위한 사소한 발견을 시작한다. ●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달에 두 번의 버스와 두 번의 지하철'이라는 (물론 이 한 번의 내역서로 그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소 폐쇄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한나는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근사한 시작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라는 가사처럼 고착된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을 꿈꾸는 것도 아니었다. 카드내역서를 통한 자신의 발견은 '미세한 기쁨'으로 일상에 격려를 얻겠다는, 활력을 불어넣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미세한 기쁨'을 찾는 과정은 감정이 반응하여 작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고 일상에 작은 위로를 가져다준다.

김한나_불꽃 튀는 경쟁에서 불꽃 하나 내 옷에 뭍어도_캔버스에 유채_60.6×50×4.5cm_2016
김한나_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좋은 소식_캔버스에 유채_72.7×116.8×5.5cm_2016
김한나_발끝까지 따뜻하게_캔버스에 유채_100×80.3×4cm_2016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해로움을 끼치지만(사실 미세한 기쁨은 미세 먼지가 시작이었다.) 너무 작아 모두가 보는 것이 아닌 '미세한 기쁨'은 일상의 등가물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실행이 필요하다. 우연히 맞이한 바람에서 '웃음'이라는 기쁨을 발견했던 것처럼(「바람 따라 간 머리카락」) 고드름처럼 '툭' 떨어지는 콧물이 예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예쁜 콧물」) 햇살을 받으며 '몽글몽글' 맺히는 따사로움으로 온몸 가득히 행복감을 느끼고(마치 햇살의 냄새를 들이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햇빛이 몽글몽글」) 토끼와 몸을 맞대고 「발끝까지 따뜻하게」 체온을 느끼며 함께 있는 서로의 존재에 안도하기도 한다. 「채집한 별을 놓아두고」 뿌듯함을 느끼며 나무에 기대어 별과 숲의 기운을 만끽하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몸의 감각을 자신에게 집중하며 답답한 마음을 구슬리기도 한다. 「기력에 기력을 더한 날」, 「불안한 빛」을 띠며 「토끼 같은 심정」으로 불꽃 튀는 경쟁에서 서로를 위안 삼고 (「불꽃 튀는 경쟁에서 불꽃 하나 내 옷에 묻어도」), 하나가 아닌 둘, 셋이 모여 「뭉친 힘」을 발휘하며 때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간다. 가끔은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눈망울에 담으며 「느슨하게」 보내고 「얼토당토않은 곳을 바라보며」 허망한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가끔은 하루를 게으름에 젖어 「멍」 하게 있기도 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흡입한다. 「다소 감당하기 쉬운 날들」을 보내며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수줍게 건넨 「안녕히 가세요. 행복하세요.」란 인사에 배려의 마음을 담는다. 마침내 「불쑥불쑥」 「두터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던 '미세한 기쁨'을 일상의 틈에서 우연히 우발적으로 맞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자신의 현실에 침착하여 돈이 들지 않는 「취미」를 가지기로 결심하며 「곰곰이」 「단단히 쌓아올린 하루」를 계획한다. 그 중 하나는 '낙엽 줍기'이다. 그는 낙엽 중에서도 특별히 깨끗하고 예쁜 것을 고른다. 수많은 낙엽들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흘낏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 들여다보며 그것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을 선별한다. '다른 것'을 알아채는 '섬세한 관찰하기'는 어쩌면 일상의 틈을 끄집어내어 '미세한 기쁨'을 발견하는 기본자세일지도 모르며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생각의 성장」 과정일지도 모른다.

김한나_취미_캔버스에 유채_17.9×25.8×4cm_2016
김한나_깨진 머리_캔버스에 유채_15.5×25.5×5.7cm_2016

한나의 작품은 에피소드 구조를 가진다. 그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 (자신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는 사회적 관계가 아닌 현실과 환상의 지워진 경계 속에 있는 듯 보인다.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은 주관적 경험을 동반하는 것이고 현실을 수량화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의 여정, 즉 「생각의 성장」 과정은 예민하게 감각을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보이지 않는 찬란함'을 발견하는 것이고 좋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만족스럽던 「예쁜 콧물」이 더 이상 예쁘게 보이지 않고, 더 예쁘게 그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것처럼,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처럼, 정말 기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석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작은 기쁨을 자주 발견해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삶에 대한 가치생산을 하고 삶의 지속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김한나_일순간 정적_캔버스에 유채_53×45×4cm_2016

드로잉, 유화, 도자 등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는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채화'의 매력, 즉 물과 색이 빚어내는 '맛'에 빠져들었다. 물감과 물감이 섞여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색감은 그의 미묘한 심정의 변화와 일상의 미세함을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다른 매체는 이미 다루었던 애니메이션과 설치이다. 이 방법들은 회화와 도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 변화하는 감정과 생각을 파노라마처럼 전달하고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담아내었다. 「빼꼼 숲」에서 수줍은 경계(警戒)와 호기심을 보고 깊은 잠속에 빠져든 한나의 「콧방귀」를 통해 그의 꿈속을 들여다보고 걸음걸음 옮길 때마다 변하는 그림자(「그림자놀이」)는 한나의 감정의 파동과 생각의 여정을 짐작하게 한다. 일련의 과정들은 특별하지 않지만 시작과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하였다. 기쁨의 결핍은 일상을 무력하게 한다. 미세한 기쁨은 호탕하게 웃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의 미세한 기쁨은 일상을 매혹적으로 바꾸는 가양분이 되었다. 2004년 처음 토끼와 만난 한나는 '한나의 괜찮은 하루', '다녀왔습니다.', '일상생활의 승리', '손끝으로 모은 까다로운 순간들', '기막히게 유창하게' 등 10여년이 넘게 토끼와 동행한 자신의 일상을 작품의 주제로 담고 있다. 한나와 토끼가 작품속의 유일한 등장인물인, 다소 동화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사실 소소한 이야기들과 일상과 마주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이제 한나도 토끼도 많이 성장하였다. 세상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는 한나는 작품 설명은 항상 힘들다며 자신의 작품 과정을 들려주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 "가장 평범한 일에서도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세? 저처럼 사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거니깐" 이라고 다소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평범한 존재로서 '정체하지 않는,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가 결코 유치하거나 하찮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 조은정

Vol.20161210c |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