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히게 유창하게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painting   2015_0729 ▶ 2015_0819 / 백화점 휴점시 휴관

김한나_능숙한 잠_캔버스에 유채_34.8×24.2×4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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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제너럴프로젝트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광복점 LOTTE GALLERY GWANGBOK STORE 부산시 중구 중앙대로 2(중앙동 7가 20-1번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10층 Tel. +82.51.678.2610 blog.naver.com/gblotte

실재과 환상의 혼성 속에서 만나는 이미지들 한나의 '기막히고 유창한' 일상에 대하여 ● 한나와 토끼와의 만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여름방학 때 문득 생각난 토끼는 벌써 10년이 넘게 동거(?)를 계속해 오고 있다. 작가와 토끼는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공유하며, 잠을 자거나 놀이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경험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물론 토끼는 '환상'이다. 그것은 일종의 '아바타'일 수도 있고, 자기 동일시의 심리가 반영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가상의 캐릭터와의 즐거운(?) 동거를 통해 창작의 자양분으로 사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나_그동안 우리가 모은 게으름_캔버스에 유채_27.3×27.5×4cm_2015

사실 한나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때론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어서 독해가 불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많은 이야기들은 2030세대들이 공감 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내기도 한다. 가령 2010년에 제작한 「장판과 일심동체」, 「학교는 졸업했니」와 같은 작품이나 2011년에 제작한 「해오름 독서실에서 미래를 준비하다」, 「즐거운 점심식사」와 같은 작품들은 독립생활자(?)인 한나의 삶을 대변하면서도 동시대 세대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여러 가지 정서들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한나의 작품에는 일종의 주목 할 만 한 '사건'들이 없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네러티브도 없으며 특별히 우리가 주의를 기울일만한 이슈를 드러내고 있지도 않다. 그냥 제자리에 서있거나 잠을 자고 있거나 밥을 먹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한나와 토끼는 어김없이 서로의 삶을 동행해 왔다.

김한나_길게 생각하기_캔버스에 유채_80.4×60.7×4cm_2015

한나의 세계 ● 한때 한나는 공을 들여 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 물론 너무 재미가 없어 바로 포기하긴 했는데 그 당시 가장 좋아했던 만화는 야마시타 카즈미(Kazumi Yamashita ,山下 和美, 1959- )의 「천재 유 교수의 생활」이었다.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이 작품은 "야나기사와 교수와 세상과의 갭을 통한 코미디 만화로 시작했으나,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마음에 대한 깊은 탐구와 통찰이 엿보이는 수작"으로 평가 받으면서 일본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까지 하였다. 이 작품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작가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가늠 할 수 있게 해 준다.

김한나_다각화_캔버스에 유채_33.3×53×2cm_2015

한나의 성향에는 일종의 키덜트(Kidult)적인 요소들도 있다. 핸드폰을 사용하지도 않고 동화적인 세계에 은둔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토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완구산업에서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감성을 지닌 성인과 조기성인화 된 어린이의 욕구가 만나 2000년대 이르러 새로운 소비문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뿐 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에서 유행했던 네오팝에서도 키덜트의 요소들은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가령 나라 요시토모의 불만 가득한 인물캐릭터나 권기수의 '동글이',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적 감수성을 가진 내면적인 일기 정도로 독해하는 것은 오독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이를 넘어서는 절실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나_고집 센 토끼_캔버스에 유채_27.3×34.8×4cm_2015

사실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일본 네오팝의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1962-),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 1959-), 마유카 야마모토(Mayuka amamoto, 1964-)의 작품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일러스트적인 표현 방법이나 피규어적인 조각, 그리고 만화적인 이미지의 사용에서 형식적인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작가들에 대해서 영향을 받았거나 심취했던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녀의 독특한 세계관은 이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작품이 환상과 실재가 교차함에도 자신의 삶과 격리된 적은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나가 보여주는 모든 이미지들은 자신의 삶이 새겨진 이미지들이라는 면에서 그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다.

김한나_과거와 미래사이_캔버스에 유채_33.4×24.2×4cm_2015

한나와 일상성 ● 한나의 작품에서 특이한 지점은 시공간이 분절된 환상적인 배경에 있다. 실제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이 공간은 토끼와 한나를 비물질적인 존재로 만든다. 편의점, 독서실, 놀이터 등 현실적인 공간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특유의 장치들을통해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일상과 환상의 혼성속에서 관객은 손쉽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러한 장치는 작품의 주제를 정직하게 실어 나르는 화면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열려진 해석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 얼마 전 글을 쓰기 위해 한나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나는 아무생각 없이 "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집에서 어머니가 머라고 하진 않아?"라고 물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할머니가 한나에게 물었던 "너 대학은 졸업했니?"라는 질문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 오버랩 된다. 한나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욕망의 리비도를 넘어 그녀가 간직하고 싶은, 한나의 표현대로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사라질 '기막히게 유창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만날 수 있는 '삶과 사람에 대한 성찰' 말이다. 한나가 보기엔 '대학졸업'과 '결혼'에 버금 갈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것들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사소함'으로 낙인찍힌 그 일상의 가치들...

김한나_성심성의껏_캔버스에 유채_35×27.3×4cm_2015

한나는 오래전부터 이 일상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 또한 우리에게 그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어차피 욕망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듯이 그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욕망되어진 것을 욕망할 따름이지 않은가?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하는 등 경쟁적인 사회에서 성숙한 개체로 성장하기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뿐이다. 한나는 바로 이러한 삶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보여주는 작업들은 새로운 욕망, 새로운 삶에 대한 형태들이다. 다시 말해 한나에게 있어 '기막히게 유창한' 일상은 그 정상적인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부정이자 실천적인 행동이다. ■ 이영준

Vol.20150728f |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