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 Scene-3

구덕진展 / A J Kimo / 具德晉 / painting   2016_1210 ▶ 2017_0114 / 일,공휴일 휴관

구덕진_house of dreams 2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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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210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하늘과 지상 사이에서 ● 지상의 문명이 화려해지면서 자연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흥미와 관심에서 멀어지고 태풍이나 초미세먼지가 엄습할 때나 둘러보게 되었다. 하늘은 말할 것도 없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1주일의 대부분을 갇힌 공간에서 노동에 할애하는 현대인에게 하늘은 날씨와 시간을 확인할 때나 바라보는 것이 되었다. ● 예술가들에게 하늘은 이성과 감성을 투사하는 대상이다. 「별밤」을 그린 반 고흐는 19세기 말 자신의 주체를 찾으려던 한 예술가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은하수가 마치 거대한 바람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역동적으로 달려가고, 지상의 산과 마을, 나무도 그 역동적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터너는 하늘과 바다와 같은 자연에서 신의 숭고함을 느끼며 낮과 밤, 평온한 자연과 태풍이 부는 혼란의 자연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땅에 사는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덕진_house of dreams 5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6
구덕진_Untitled 2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16
구덕진_Untitled 215_캔버스에 유채_19×33.4cm_2015

21세기 서울에 사는 구덕진 작가에게 하늘과 바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도 터너처럼 고즈넉한 하늘을 그리기도 하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과 바다에 주목하기도 한다. 문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으로서 이런 자연에 몰두하는 것은 아마도 그의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잡은 자연인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문득 그의 무의식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운명을 점쳤던 인간의 모습이 깨어날 때마다 작은 캔버스에 하늘을 그리곤 했다. 작은 화면에 그린 「무제」시리즈에는 검은 구름과 붉은 대지,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등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다. ● 「House of Dream」와 「Washing」시리즈는 반듯한 정사각형의 화폭에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작가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온 작업이다. 이 시리즈에서 그가 하늘을 보며 얻는 것은 터너의 숭고함이나 반 고흐의 격정적인 마음이 아니다. 그는 한국의 청년으로서 주거문제, 경제적 고민, 환경오염 등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를 실감한다. 현실과 일상은 지루하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으며 마치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를 삼켜버릴 듯이 숨통을 조여 온다. 그런 현대인의 상황 속에서 고민하기를 반복하다가 지칠 무렵, 그 고민에서 잠시 멀어지는 시간은 바로 하늘을 볼 때이다. 빨래를 넌 난간 위로 보이는 하늘, 옥탑의 구조물 위로 보이는 하늘이 다가올 때 그는 예술가인 자신의 본분을 깨닫는다. 현실을 잠시 잊는 여유를 그림으로 담아내면서 그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얻는다. ● 그래서 그는 이 아픈 현실을 일장춘몽이라고 본다. '호접몽'은 그가 장자에게서 얻은 지혜이다. 2300년 전 장자가 꿈속에서 본 나비를 통해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함을 설명했듯이 구덕진도 지상의 화려한 문명의 경계에서 하늘과 구름을 만나는 꿈을 꾸며 물질로부터 벗어난 자유를 갈구한다. ■ 양은희

구덕진_Washing 205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16

호접몽 [胡蝶夢] Scene-3 ● 昔者莊周爲胡蝶 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然周也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 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내가 지난 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버렸더니 나는 나비가 아니고 내가 아닌가? 그래서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내가 나인지도 놀랐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분명 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莊子(장자)』 齊物論(제물론)) ● 지난 밤 꿈에 바다를 보았다. 등대 위 바람이 스치며 향기가 났다. 어디부터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 것인가? 구름과 하늘은 하나로 태어났다. 경계의 뚜렷함을 잊고 살아가는 내게 하늘은 실재하는 것이고 구름은 원해 그곳에 있는 것이다. 지난 밤 꿈에 나는 하늘을 보았다. ■ 구덕진

Vol.20161210b | 구덕진展 / A J Kimo / 具德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