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328c | 이윤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100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12:00pm~06:00pm / 수요일_05:00pm~09:00pm 일요일_12:00pm~05:00pm / 월,공휴일 휴관
도로시살롱 圖路時 dorossy salo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 3층 Tel. +82.2.720.7230
이윤정 LEE Yun Jung의 그림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풍경이고 내가 알고 있는 풍경인데, 내가 본 것과는 무언가 다른 풍경이 화면에 펼쳐져있다.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컬러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회화가 주는 어떤 매력을 저 깊은 화면 어딘가에서 풍기는 그림들. 도로시 살롱이 10월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이윤정 개인전 『다시점(多視點)– 매우 사적인 시선 Multiple Viewpoints – A Very Personal Eye』은 이런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윤정은 자신이 매일 경험하고 보는 일상의 풍경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조각내고 재구성하는 다시점(多視點) 평면작업을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눈에 펼쳐지는 무한한 풍경을 네모, 동그라미, 세모, 오각형 등 자신이 정한 화면 안에 잘라 넣은 후, 이를 또 다른 큰 화면 안에 한데 모아 조합하여 재구성하는 일종의 "다시점 퍼즐"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사물에 대한 관찰은 고정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고정시점으로 바라본 풍경은 진정한 현실인가? 다양한 관심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시선과 시각 또한 다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지며 "이동하면서 보는 시점"을 주제로 선택하여 작업한다.
작가의 최근작 중 하나인 「남산한옥마을(2016)」을 살펴보자. 작품에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법 넓은 여백과 그 가운데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한옥, 그리고 그 뒤로 멀리 펼쳐지는 남산의 산등성이와 서울의 상징 중 하나인 남산타워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그림은 하나의 캔버스에 그려진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로, 세로 1미터에서 살짝 모자라는 제법 큰 캔버스 화면 안에는 또 다른 세 개의 작은 캔버스가 놓여있다. 그리고 이 작은 세 개의 캔버스 중 두 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캔버스와는 달리 한쪽 모퉁이가 잘려져 있는 오각형이고, 하나는 정삼각형이다. 알록달록 예쁘지만 무언가 좀 다르다고 느껴졌던 한옥은 바로 이 두개의 모퉁이가 잘린 작은 캔버스 위에 그려져있다. 처음에는 다채로운 색에 가려져 안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이 두 캔버스에 연결되어 그려져 하나처럼 보였던 한옥이 잘려진 두 개의 다른 화면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각각의 캔버스 안에는 한옥의 일부분이 그려져 있다. 무언가 낯설지만 분명히 우리도 본 풍경이다. 이 풍경을 어디서 봤을까 잘 모르겠다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에는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 원하는 풍경을 잘라 넣게 된다.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에도 그렇다. 사진으로 원하는 구도를 골라 찍듯, 작가는 캔버스 안에 자신이 원하는 풍경만 조각내어 넣는다. 보통의 그림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윤정은 그런 여러 개의 다른 풍경 조각들을 이어붙였다. 이 풍경조각들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 아니고, 같은 피사체인데 시선만 살짝 움직여 다른 시점에서 본 모습이다. 그렇게 이 두 개의 한옥 풍경은 서로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기묘한 구성을 만들어낸다. 한옥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일반적으로 한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때문에, 혹은 이미 남산한옥마을에 다녀와서 이 한옥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 두 캔버스의 화면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더불어 이 두 캔버스 밖의 배경이 되는 큰 캔버스로 한옥의 담과 남산의 산등성이 그리고 남산타워 꼭대기가 이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남산타워와 한옥의 풍경은 그렇게 이윤정에 의해 조각조각 이어져, 새로운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한편 화면의 왼쪽에는 독특하게도 삼각형의 작은 캔버스 안에 장독대의 항아리가 별도로 그려져있다. 작가가 이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특별한 관심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윤정은 이런 식으로 다시점 화면 작업을 하면서 대상 대한 세부묘사 없이 생략과 왜곡을 통해 단순화 시켜 선과 색면으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단순화는 작가가 말하듯 "대상의 존재, 대상의 본성을 강조하고 그 외의 것들을 여백으로 나타냄으로써 이동시점을 두드러지게" 한다. 또한, 작업에서 "선으로 표현된 대상과 색면들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파괴시키지 않아야" 하며, 색면에서 "공간감과 양감은 존재하지 않으며, 본인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게 되면서 형태가 나타나기 때문에 색면 테두리에는 '선'이 없다". ● 이윤정은 이러한 입체와 평면, 선과 면과 색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다양한 일상의 경험과 풍경에 담아 그려낸다.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생활한 전형적인 도시사람인 작가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생활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공허함"을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연스럽게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풍경은 서울 풍경이고, 매우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함께 표현한다. 작가의 작업에는 도시 풍경 안에 거의 매번 동물이 등장한다. 오래 전부터 종종 등장하는 작가의 반려견 '장군이'나, 얼마 전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는 길냥이 '까꿍이'와 '딸기', 또한 입양해 키웠던 길토끼 '희동' 등이 화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서, 작가가 자연과 사람의 공생, 그리고 도시 생활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친환경(2016)」에서는 현대도시생활을 하는 우리가 친환경을 부르짖으며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과연 얼마나 자연과 동물, 환경에 대하여 걱정하며 이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하여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되묻기도 한다.
한편 「까꿍 딸기(2015)」에서는 사람을 두려워하여 집안에 다가오지 않는 길냥이들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이질적인 재료인 목각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캔버스 회화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시도한다. 최근에는 캔버스와 다른 느낌의 아주 차가운 알루미늄스틸 위에 작업을 시작 했는데 (「이동중(2016)」, 「도시에서(2016)」), "현대 생활, 차가움, 냉소, 외로움 등을 표현하기에 잘 맞으면서 밝고 경쾌한 도시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적합했다"고 평하며 앞으로 이 새로운 매체를 통하여 또 다른 느낌의 다시점 평면 작업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 삼차원 입체의 현실을 이차원 평면에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내는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화가들이 품어온 숙제이다. 앞에 있는 것은 크게, 멀리 있는 것은 작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원근감을 표시했고, 그러다가 투시도법이 발전하면서 보다 과학적으로 정말 눈에 보이는 듯한 착시 현상을 통해 입체감을 느끼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며, 19세기 말 세잔은 드디어 눈에 보이는 대상들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화면에 펼쳐 그려내는 다시점 그림을 그렸으며, 20세기 초 피카소는 이를 완전히 분해해서 수천 수만개의 큐빅들로 펼쳐내는 입체주의 그림을 선보였다. 하지만 사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코는 옆에서 본 모습으로, 눈은 앞에서 본 모습으로, 발은 옆에서 본 모습으로 그리는 등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점에서 본 이미지들을 재구성해서 인물화를 그렸던 이집트 벽화에서 우리는 이미 다시점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21세기의 오늘, 우리는 이윤정의 작업을 접하면서, 입체와 평면의 세계를 넘나드는 우리는 어쩌면 언제나 이렇게 나만의 기준이 담긴, "매우 사적인 시선"으로 다시점 화면 조각들을 재구성하면서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높고 파란 청명한 하늘이 우리를 반기는 10월, 도로시 살롱에서 이윤정의 『다시점(多視點)– 매우 사적인 시선 / Multiple Viewpoints – A Very Personal Eye』을 통해 작가가 "매우 사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고 시원하게 생략하고 단순화 하여 재구성한 다시점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여러분만의 "매우 사적인 시선"으로 흥미로운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행복하게 제안해 본다. ■ 임은신
Vol.20161008e | 이윤정展 / LEEYUNJUNG / 李允禎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