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어질게... 꽃피우다 - 서.촌.풍.경

김지혜展 / KIMJIHEA / 金智惠 / photography   2016_0812 ▶ 2016_0902 / 월요일 휴관

김지혜_서촌01_피그먼트 프린트_90×15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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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12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5(통의동 33번지) Tel. +82.2.725.1020 www.artside.org

통의동(通義洞)과 통인동(通仁洞)은 인왕산과 북악산에서 내려다보이고 접근할 수 있는, 즉 두 산 허리에서 시작하여 과거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를 헐고 복원한 경복궁과 고궁박물관의 접경 지역에 있는, 한마디로 역사적으로 남한의 권력을 담아낸 이 지역의 중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지역의 주민들은 '통제'와 '허가'가 전제된 특수한 지역 안에 산다. ● 이 지역은 애초에 도시가 갖는 다양성을 근원적으로 제한하여 도시의 목적이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이 지역의 기능은 특화되었다. 권력의 중심을 지키고 권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범위 안에서 공간의 점유와 변화, 인적 이동 등이 허가된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이고 사회적이며 도시 미학적인 가능성 또한 그 목적에 부합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늘날에야 권력의 사회성 증대 필요에 따라 '제한'의 공간이 '허용'의 공간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개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에서의 탈출 또한 가능해졌다. ● 이제 이곳은 권력을 향해 데모와 항의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그룹들, 아예 접근의 거리 안으로 들어선 외국인들과 외지인들 그리고 오랜 세월 권력의 무심함 속에서 나름대로 변천에 익숙해지거나 또는 성숙해진 원주민들이 한 데 모여 산다. 이런 탓에 이 도시는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와중에서도 어느 도시보다 사회적인 맥락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러면서도 어느 도시보다 공간을 채운 점유자 개인의 숨결이 아직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그래서 오늘날 대한민국 서울의 '서촌'이라 일컬어지는 통의동, 통인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은 보기 드물게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그들의 삶이 정착된 후에 비로소 새롭게 기획되거나 오랫동안 강요되어 왔을지도 모르는 도시의 왜곡과 그것을 특유한 삶의 태도로 이겨낸 그들을 따라 타지에서 들어 온 외부인들을 만날 수 있다.

김지혜_서촌04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6
김지혜_블루스카이_피그먼트 프린트_75×100cm_2016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무질서의 효용』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도시의 다양성과 그러한 지점을 '접촉점의 다양성(multiplicity of contact points)'이라고 일컫고 다음과 같이 덧붙다. "... 과거의 도시 생활은 접촉점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었다. 각 집단은 상호 침투했고, 개인의 일상생활은 각각 기능과 성격이 서로 다른 종류의 집단을 오가는 일종의 여행이었다. 도시라는 모자이크를 이루는 각각의 조각은 독특한 성격이지만 '열려있기' 때문에 생활이 도시적인 모습을 띠었다. 이 영역들이 조화롭게 조직되지 않고 심지어 적대적인 관계일지라도 말이다. ..." ● 그동안 나의 작업에 나타난 도시의 모습은 원경에서 바라본 도시의 요소들에 개인적인 시각과 감정이 개입되어 미술적인 현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이전 작업이 도시의 이질적인 요소를 원거리에서 관찰하고 그것을 시대의 창조적 원동력으로 해석하였다면, 이번 작업은 특정 도시 공간의 내면을 점유하고 있는, 좀 더 정확히 말해 '이 도시에서 점유를 허락 받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는 개인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래서 서촌이라는 도시(오히려 동네)와 개인 삶이 어떤 맥락을 지니고 발전해 가는지 체험에 나섰다.

김지혜_서촌-돌담_피그먼트 프린트_90×140cm_2016
김지혜_서촌-골목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16

통의동과 통인동은 '바르게 통하다'와 '어질게 통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지역은 내게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 동네이며, 그 과정에서 '현대 도시의 창조적 생성은 개인 삶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보고 싶었다. 과거 통의동과 통인동의 지명이 말하고 있는 '바르고 어질게 통하다'라는 의미가 오늘날 새로운 생활의 범주 안에서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 전시 제목 『바르고 어질게 ... 꽃피우다』는 이러한 지명의 의미인 '바르게 통하다'와 '어질게 통하다'에서 차용했다. '바르고'와 '어질게'는 우리가 과거에 중시하던 '진'과 '선'의 개념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오늘날 더 이상 세상의 고정적인 진리도,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는 절대 선의 개념도 강력한 의미를 상실한 이 때 본인이 이번 전시 제목에서 '꽃피우다'라고 명명한 '미'의 개념을 바닥까지 탐구해보면 아름다움의 끝 지점에서 우리 삶의 간절함이 담긴 어떤 가치를 발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날 무언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리와 선을 발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술이 그동안 내게 '끝임 없이 전복해야 할 종교'의 역할을 자청해 온 것처럼 말이다. ● 이곳이 보여주는 풍경은 거의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권력의 중심지로 남아 변용이 거절된 채 유지되어 온, 자연과 서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풍경이다. 덕분에 이 동네를 감싸고 있는 인왕산 꼭대기는 사람의 발길로부터 보존되었고, 그곳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촌 일대의 풍경은 자연과 옛 흔적이 하나 된 묘하고도 새로운 지형도를 보여준다. ● 오늘날 도시가 갖는 빠른 변화와 속도 속에서 이 동네가 갖는 도시의 다소 느린, 조금은 다른 변화의 기준과 속도는 우리 도시의 정체성과 속도감에 예리한 기준을 제시하리라 생각한다. 또 이 공간의 미적 궤적을 시간의 흔적을 따라 탐색해 가는 일은 '나'와 '사회'의 관계를 탐색해 가는 '삶'의 일이기도 하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마주친 허름한 대문의 풍경이 내게는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요즘 아이들이 마다않고 좋아하는 '섹시함'의 본질은 오히려 이런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처절함을 소리 내는 풍경, 이보다 더 섹시한 풍경이 또 있을까. 나는 인공적인 것 안에서 자연이 가진 흐름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그것이 주는 선의 일치를 발견할 때 소스라칠 듯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은 오늘날 이곳의 지명이 가지는 본래의 목적과 의도였을 '바르고 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 ... "우리가 과거의 도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시각의 발견이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풍요로운 정보와 기술의 시대에 적합한 도시의 근본을 다시 찾아야 한다. 아마도 미래의 역사가들이 지금 시대의 연대기를 쓴다면, 기술과 관료 체계가 어느 때보다도 정교해진 한편 사회적인 상호 작용과 교류의 장이 점차 단순해진 것이 이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쓸 것이다. 미래에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었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무질서의 효용』 中) 이것은 본인이 지난 전시 『순간의 시공간학』(영은미술관)에서 '새로운 시공간에서 비롯될 사회적 언어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의 연장선에 놓인 문제이기도 하다. '서촌'의 도시처럼 느린 도시 개발 지역에는 사회적인 구조의 맥락이 그대로 숨어 있다. 이 맥락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뒤처짐'이라는 사실을 넘어서 또 다른 정체성의 영역을 제공한다. 오늘날 도시에 널리 퍼진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양상들에 관한 신선한 시각은 바로 이러한 도시 속에서 발견 가능할 것이다.

김지혜_서촌03_피그먼트 프린트_110×160cm_2016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실적인 풍경과 거기에 중첩된 띠와 색 면들은 다름 아닌 우리 삶을 구성하는 각 '개체'이자 그 개체의 '변화', 그리고 각 개체들이 무한의 관계로 뻗어나가는 '발전'의 의미이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 띠와 색 면은 각 개체의 고유성(이미지의 색, 면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금 그것을 탈피하고 변화(형태와 질감의 변화, 혼색을 통한 새로운 색과 공간의 탄생 등)하여 새로운 시공간으로 탄생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 이것은 곧 '나'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에 대한 도전이자, 서촌을 중심으로 '도시와 개인 삶에 관한 바르고 어진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유이다. 아울러 이번 작업의 과정은 도시에서 아직도 정의가 변화되고 있거나 미처 정의되지 못한 것, 과거의 것과 흘러가고 있는 것, 없어지거나 생겨나는 것들 사이에서 삶의 관계를 창조적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이다. ● 본인이 사회 내에서 바라 본 한 개인의 회의적인 문제를 시작으로 하여 결국 개인의 새로운 발전, 긍정의 에너지가 창조되는 '각자의, 나를 위한 작은 도시 공간' 하나쯤 가슴에 안고 살아갔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삶에 긍정적 에너지를 확산시키고 인간 삶의 본질적 힘을 되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도시와 개인 삶에 관한 바르고 어진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김지혜

Vol.20160812d | 김지혜展 / KIMJIHEA / 金智惠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