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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62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LIG 아트스페이스 한남 스튜디오 엘 LIG ARTSPACE HANNAM STUDIO L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11길 30 수가빌딩 B1 Tel. +82.2.6405.5700 www.ligartspace.com
70년대 영국의 지상파 TV방송도중 몇 분 동안 해적방송이 침투한 사건은 외계생명체에 관한 흥미유발이 현재 우리의 문명에 대해 자조적인 반성과 동반되고 있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자신을 외계의 아스타 갤럭틱 사령부의 대변인으로 소개한 한 남성은 변조된 음성으로 그간 우리가 보고 들었던 공상과학물 속의 익숙한 이야기들, 즉 그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며, 지구의 운명은 악마적 무기와 전쟁을 벗어나는데 달려있고,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영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등의 교훈적인 내용을 심각하게 들려준다. 해적방송의 전형, 왜곡된 TV영상, 익숙하게 변조된 음성, 공상과학물을 연상시키는 상상적 이야기들의 조합은 그것이 있을 법한 누군가의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시니컬한 반응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습게도 현실과 미스터리한 상상의 경계에서 우리는 이 장난스러운 사기극이 오히려 실재이기를 기대하거나, 혹은 실재일수도 있음을 은근히 믿어보는 뻔뻔한 공상가들로 잠시 변화시켜주기도 한다.
이러한 관심의 이면에는 과학적 호기심이나 단순한 흥미를 넘어 인류의 문명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 대한 강한 반작용으로서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상상적인 기대심리가 존재하는 한편, 이제는 뻔히 읽히는 자본주의 스토리 속에서 무기력해진 개인이 품게 되는 현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동반된다. UFO 출현 소식만큼 흥미진진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강력한 사회적 이슈, 엽기적 살인사건, 대형 금융사기나 대기업의 전횡, 심각한 자연재난이나 대형사고 등은 안개 속에 있던 현실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존재를 직관하는 아찔한 순간을 제공한다.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 좌절, 스트레스, 욕망, 박탈감, 무관심, 소외 등은 삶의 어두운 부분을 이루는 요소인데, 이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며 세워놓은 우리 사회의 외형적 질서, 자율, 타협, 발전 등이 충격적 사건과 만나는 순간 무너지기 쉬운 바벨탑처럼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제3의 눈으로 우리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면, 이미 이상한 것으로 가득하다. 인류가 동굴에서 살아가던 때부터 줄곧 따라온 희소성의 원칙은 지성과 테크놀러지의 발전에 관계없이 공포와 투쟁이라는 현재에도 유효한 강력한 삶의 굴레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유아기의 교육에서부터 금융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정치가에서부터 현자들의 명언에 견고한 도덕적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 파생된 욕망은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의 동기로 이어지고 있다. 당혹스러운 것은 마치 우리가 이렇게 단순한 원리 이외의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듯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특수한 블루마블』은 우리의 삶에 대한 외계의 시선이자, 우리 스스로의 자각에 관한 것이고, 이상한 세계이자 적나라한 현실인 우리의 삶에 관한 단상들을 담고 있다. 이것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기대에 찬 상상의 결과물이나 문학적 감성의 산물도 아니고, 희소성의 원칙을 뒤집을 만한 대안적 제시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리얼리티의 재등장, 즉 사물과 텍스트의 재배열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인과관계, 관습과 변화의 대립적 상태, 사회 속 구성원 간 역할관계 같이 대상과 의미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다르게 뒤틀어 보는 간단한 게임 같은 것이다. 사무실 공간, 개념화된 원리, 상품, 소비자, 광고, 육아, 도서목록 등의 소재들은 발췌되고, 제거되고, 뒤섞이고, 재결합되는 혼란스러운 과정 속에서 마치 외계인의 해적전파처럼, 특수한 우리 세계의 일부분에 접촉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 강영민
Vol.20160623h | 강영민展 / KANGYOUNGMIN / 姜英敏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