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들의 밤 Night of Memories

인간의 기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오래도록 남기도 하지만 때로 외부 자극에 영향을 받아 쉽게 잊혀지고 불완전한 것이 되기도 한다. 최희승은 이러한 기억의 특이성에 관심을 갖고 무의식 중에 인지하는 소리, 감촉, 냄새와 같이 기억과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는 비가시적인 성질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찰한다. 작가는 인간이 주변에 존재하는 만물과 반복되는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과 얽혀있는 기억을 떠올리고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관계를 찾는 작업을 이어왔다.

최희승_평행 이인극_심벌즈,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6 (협업_미디어 아티스트 김유석)

최희승은 지난 개인전 『사소한 흔들림』(2015)에서 익숙한 공간 안에서 인간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는 물성에 대한 탐구를 선보였다. 뚜렷한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계단과 문 틈 사이 희미한 불빛, 모호한 경계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언의 존재를 유추하게 했으며 우리 주변 어딘가에 암흑물질과 같이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신고 있던 신발을 남겨두고 떠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은 「Wrapped Shoes」(2015)는 신발을 왁스에 넣어 밀폐한 작업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삶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신발을 굳혀진 왁스 안에 넣어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도록 포장했지만 의도적으로 사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여 반복되는 기억과 망각의 연속성에 대한 사유를 드러냈다.

최희승_자발적 포위_호면, 핀_가변크기_2016

이번 전시 『기억들의 밤』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는 과거의 기억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관계, 개인의 감정 등 기억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다룬다. 최희승은 감정과 사고, 의사표현 등이 과거의 어떠한 사건과 경험에 의해 작용한다는 생각 아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콘크리트 베개에 형광등을 꽂거나 검도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호면에 핀을 박는 작업 등은 잠에서 깨면 잊혀지는 꿈과 같이 인간에게 완전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때 떠오르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제 경험한 것처럼 치부하고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왜곡된 기억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기보다 자의식을 버리고 변형된 기억을 망각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기억에 다가가고자 한다. 호면이나 목장갑과 같이 신체 보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물에 날카로운 핀을 꽂아 공격을 위한 것으로 변형시키는 「자발적 포위」(2016)는, 자의식에 의해 왜곡된 기억이 만들어낸 거짓된 인간의 모습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된 상황들을 대변한다. 두 개의 심벌즈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하는 작업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실과 점차 멀어지고 변모되는 기억을 묘사한다. 또한 작가는 한 지점에서 만날 듯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어긋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심벌즈를 통해 잠재된 의식 속 기억의 본 모습을 찾으려 애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변형되어 이에 닿을 수 없는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최희승의 작업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의 본질을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기억과 관계하는 존재를 찾는 과정과도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형될지라도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고 간직하게 되는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삶을 점유하는 동시에 미래와도 연결되어 우리의 삶을 이끌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박해니

최희승_흩어질 자취들을 위한_실크사, 혼합재료_11×48×38cm_2015

과거로부터의 기억들만이 나를 채우고 나이게끔 한다. 좋고 싫음의 판단도 감정의 표현도 기억으로부터 학습된 감정의 경력인 것이며 사유는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는 기억의 축적이고 시간은 이를 분해시킨다. 인간은 기억에 의존해서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 것이다. ■ 최희승

최희승_구부러진 기억_콘크리트,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6

Depending on the emotions associated, memories of people can last a lifetime or at times can become easily forgotten and rendered imperfect, affected by external influences. Choi, Hee-Seung is attracted to such idiosyncratic nature of memories and contemplates over the non-visual elements people pick up unconsciously like sounds, touch, and smells, etc. that have an intimate association with memory by using various mediums. Choi's works focus on how people live immersed in the repeating relationships and the physical world that surround them, and have been a continuous effort to call forth the memories intertwined with them as well as identifying the numerous connections and relationships that envelop our lives. ● In her last solo exhibition Trivial Wavering (2015), Choi addresses her study on properties that are closely connected with people within familiar spaces. Through her depiction of such things like obscurely exposed stairs, faint streaks of light escaping through a door gap, and ill-defined borderlines, she forces audiences to derive the existence of an unspoken entity as well as hinting at the invisible presence of countless things that lurk around us like dark matter. Wrapped Shoes (2015) seals shoes in wax and is a metaphorical expression of the way people take off their shoes when attempting suicide. Burying the shoes – a symbolic representation of a person's life – in hardened wax will preserve them long term but Choi's deliberate effort to render them unrecognizable inside the wax reveals her reflections on the continuity of remembering and forgetting. ● Memories of the past can't help but become altered with time. For this new solo exhibition titled Nights of Memories, Choi probes into the lives of human beings that rely on personal emotions and relational connections formed as a result of such fickle memories. Convinced that people's emotions, ways of thinking, expressing of opinions, etc. depend on select previous events and experiences, she takes a closer look at past memories. Much like dreams that float away upon waking, there is no such thing as a perfectly preserved memory in our minds and Choi accentuates this point visually by impaling a florescent light tube into a concrete pillow or piercing a kendo protective head gear with hundreds of pins. Memories of our past leave gaps to be filled for which we mindfully fill them with what we insist is our real experiences and alter our memories. As an attempt to set back such corrupted memories, Choi chooses to approach the so-called perfect memory by discarding the conscious mind and erasing the modified memories rather than reconstructing previous experiences by following her past situations. The action of transforming protective gear like a helmet or work gloves into aggressive ones by sticking sharp pins speaks for the contradictory situations created by deceptive people who consciously create distorted memories. The intersecting of two cymbals in moving in opposing directions in Parallel Duologue (2016) is a depiction of how memories that move further and further away from the truth the closer you try and get to them. Through the two cymbals that never find that point of collision to make the intended noise, the artist allows us to indirectly experience how we can never quite grasp our real memories embedded in our consciousness no matter how hard we try as they change with time. ● The work of Choi is about becoming aware of the true nature of the memories which play a major part of our lives, and is much like a process of discovering the entities relating to memories within our daily lives. Though they cannot avoid being modified with time, memories of the past do not lose but retain their innate nature, and they not only govern our current lives, but are connected to the future and suggest the way to take our lives forward. ■ Haeni Park

Memories of the past are the only things that make me whole and make me who I am. Liking or disliking of things and expressing of emotions are all emotional experiences learned from memories, and the act of reflection is dependent on memories. The accumulation of memories are what we are and time dismantles this. Human beings depend on memories to live out their lives. ■ CHOIHEESEUNG

Vol.20160613d | 최희승展 / CHOIHEESEUNG / 崔希丞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