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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4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2.734.1334 www.ganaartspace.com
작가는 (...) 직접 염색하는 과정을 거쳐서 원하는 색을 얻는다. 이렇게 염색된 색 띠가 준비되고 나면 각기 다른 색 띠를 세 방향으로 엮어 나가는데, 기계적인 수작업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색면과 색면이 어우러져 입방체로 되살아난다. 밋밋한 색면들이 어우러져 무슨 저부조와도 같이 평면 위로 돌출돼 보이는, 혹은 평면 위에 입방체의 큐브들을 촘촘하게 심어 놓은 것 같은 정연한 기하학적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면이면서 입체처럼 보이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아우르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만들어준 일루전과 비전이 열리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열린 일루전과 비전에 매료돼 지난한 과정을 잊을 수가 있었다. 엄정한 반복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화면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고 최소한의 우연한 계기마저도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 감각적 쾌감을 자아내지만 흐트러짐이 없는 화면이 쉽게 자기를 보여줄 것 같지가 않고 자기를 내어줄 것 같지가 않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루하게 반복되는 과정과 지난한 노동과정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반쯤은 무의식적인 상태로 방기했을 것이다. 자기를 지우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를 지우는 일과 자기를 억제하는 일은 서로 통한다. 예술과 창작의 당위성을 수신에서 찾은 전통적인 관념과도 통한다. ● 니체는 예술의 원인이며 동력으로서 아폴론적 충동과 디오니소스적 충동을 꼽았다. 한쪽이 질서를 향한다면 다른 한쪽은 해체를 향한다. 이 가운데 작가는 디오니소스적 충동보다는 아폴론적 충동 쪽에 기울어져 있고, 해체보다는 질서 쪽을 지향하는 것 같다. 작가의 그림은 흐트러짐이 없다고 했다. 여기서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반어법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흐트러진 세상사를 흐트러짐이 없는 그림으로 갈무리한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어쩌면 자기 내면에 흐트러짐이 없는 질서로 축조된 어떤 인공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일일지도 모르고, 이로써 흐트러진 세상이며 무질서한 세상을 건너가게 해주는 동력을 얻는 일일지도 모른다. 기하추상을 떠올리게 하는 엄정한 형식은 사실은 이처럼 내면의 상징이며 내적표상일지도 모른다. ● 작가의 작업에선 반복패턴이 두드러져 보인다. 여기서 반복과 패턴은 리듬과 운율과 서로 통한다. 반복패턴 탓에 화면은 마치 옵아트에서처럼 미세하게 여울지거나 일렁이는 것 같고, 돌출돼 보이는 큐브들의 각면에 부닥쳐 빛이 섬세하게 산란하는 것도 같다. 화면 자체는 비록 정지된 것이지만, 착시효과로 인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큐브를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그리고 움직이는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화면에서 어떤 잠정적인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정지화면인데 움직이는 것 같고 그림인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바로 하나의 동기가 반복 변주되는 음악에서처럼 큐브로 나타난 하나의 모나드가 반복 확장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큐브의 도상학』 중에서) ■ 고충환
그럼에도 내려 주시는 평안..., 기쁨... ●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흘러간다. 눈앞에는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시공간에서 주어진 기간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만나며 각양의 감정에 부딪히며 살아간다. 다양한 질고를 겪으며 살아간다. 지나간 날들을 생각하면 '그럼에도 내려 주시는 평안과 기쁨'이 삶의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때로 눈을 감고 있으면 스스로가 부양하고 있는 공기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구름 속에 녹아져 있는 것 같은. 평안. ● 시간을 벗어나 각양의 공간을 본다. 어느 늦은 봄날, 아름다운 꽃밭, 눈부신 꽃밭, 뛰어다니는 아이들, 반짝이는 햇빛, 그 가운데서 받은 생명을 만끽한다. 우주 속의 한 존재로 밤하늘을 보며 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자신이 아주 미미한 존재임을 확인한다. 멀리 보이는 들판의 맑은 공기에서, 단풍 아래 풍요롭고 넉넉한 가을 공기 속에서, 세상을 의연히 포옹하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져본다. 눈이 내린 매섭게 추운 어느 날 달빛 아래 쌓여가는 눈을 본다. 지난날이 보인다. 지나간 먼 날들이 아른거린다. ● 모시의 올들만큼이나 치밀하게 짜여있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제각기 다른 시간과 상황이겠지만 조용히 세밀하게 앞날을 계획해 본다. 혼자 꿈에 젖고 마음껏 부풀어 오른다. '그럼에도 내려주시는 평안과 기쁨'이 삶의 끝날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 김순섭
Vol.20160406d | 김순섭展 / KIMSOONSUB / 金順燮 / fiber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