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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330_수요일_06:00pm
워크숍 / 정재철의 작품세계 2016_0406_수요일_03:00pm 참가문의_053)661-3526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4전시실 Tel. +82.53.661.3521 www.bongsanart.org
여행, 또 다른 조각 ● 작은 글씨의 수기手記 문자와 관념적인 구球 드로잉을 포함한 3장의 세계 지도, 연계 지역을 그린 이 3개의 커다란 종이 지도 사이를 수평으로 잇는 수십 개의 액자와 사진들, 천장 형광등 빛을 가린 현수막 천 햇빛가리개, 그 너머 벽면에 투사한 비디오 기록 영상과 다양한 현장의 소리 등 전시실 곳곳에 배치한 기록 행위와 그 사물들은 원래의 시공간적 맥락과는 분리되어있지만, 얼핏 보아도 어떤 '수행 과정'의 기억과 그 시각화이며, 이를 참조하는 관객의 '자기 기억' 재생을 비롯한 우리의 의식 확장에 관계하는 개입介入, 간여干與, 매개媒介적 지점들이다. 이번 전시 '실크로드 프로젝트-기록2016'은 제한이 없는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에 관한 작가의 태도로부터 파생한 여행 흔적들의 주요 목록이며, 그의 '생각'과 '행위'를 간추려 짐작하는 '또 다른 조각'이라는 사건의 전말顚末이라 할 수 있다. ● 2004년 3월1일 서울에서 시작하여, 7년여 동안 1~3차에 걸쳐 서쪽으로 중국, 파키스탄, 인도, 네팔,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영국 런던에 이르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수행은 조각가 정재철의 개인 여행사와 폐현수막을 매개로 기획한 미술적 소통 행위이다. 1차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서울에서의 폐현수막 2,000매 수집과 세탁, 포장, 퍼포먼스 그리고 실크로드 길 위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4개국 22개 지역 현지인에게 폐현수막 전달과 현지인들의 필요에 의한 사용례 기록을 위한 2회의 현장 여행과 전시를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적 중첩의 현장 사례로 볼 수 있었던 중국 쿠챠 수박농가의 햇빛가리개, 대문커튼, 파키스탄의 오토릭샤 커튼, 모자, 인도의 노천이발소 천막, 꼬마모자, 네팔의 가방과 방석 등은 대표적인 소통 참여적 사물이다. 정재철은 우리가 '또 다른 조각'이라 짐작하는 자신의 7년 행위에 대하여 "돌이켜보면 나의 작업은 나무에서 사물로 그리고 폐현수막으로 관심이 바뀌었고, 공간과 물질→장소와 기억→현장과 사람으로 내용은 변화해 갔다. 그때마다 나는 어딘가를 향해, 불안을 품고 공간을 이동했고, 안정된 장소에 도달하기를 희망하면서 길 위에 있었다. 작업실을 바람 부는 길 위에 올려놓은 셈이었다. 그 길은 성장하는 장소다. 그 길은 실크로드였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2차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하여, 현지인들과 공동작업의 형태로 폐현수막을 이용한 실생활 활용가능 오브제로 만들어 현장에 배치하였다. 3차에서는 작가가 선택한 특정 여행지에 폐현수막으로 만든 햇빛가리개를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조각의 마무리 작업처럼 미술가로서의 간여와 매개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행위의 기록들은 1980년대에 작가가 신뢰해온 '조각', 즉 나무 내부를 파내다 멈추는 조각에 대한 형식적 틀을 깨고, '여행', '우연한 만남', '수집'과 같은 긴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조각 작업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깎고 새기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각' 작업이 아닌, 여행을 통한 현장에서의 소통과 작가가 수집하고 만나는 오브제들의 재조합이며, '시간성', '역사성'에 집중하고 '문화적 중첩' 등 추상적인 문제들을 조형언어로써 담아내려는 실험적인 시도, 나아가 작가와 관객, 중심과 주변, 창작과 감상 사이의 전통적이고도 일방적인 구조의 틀을 깨는 것에 대한 실험적인 실천이 '실크로드 프로젝트'라는 '조각'의 또 다른 가능성을 호출한 것이라 해석된다.
지금, 여기 '실크로드 프로젝트-기록2016'에서 정재철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생경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긴장과 함께, 보이지 않는 사물 혹은 태도와 제도적, 사회적 관계 같은 개념들을 겹치고 쌓고 이어붙이는 신체적 소통 행위를 통하여 깊이 잠들어있는 본연의 감성들을 흔들어 깨우듯이 조각의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이번 전시는 가능성으로서 '또 다른 조각'에 관한 기억을 깨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작가의 행위에 관해 박숙영은 "과거에는 고도로 개체화된 예술가가 나름의 분명한 메시지를 관람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정재철의 프로젝트는 사건을 일으키고 그것이 현존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것은 관람자가 시각적 오브제를 감상하는 관조의 영역에서 행위의 영역으로 옮아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예술의 물리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영역의 경험이다. 작가가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라는 맥락을 제공하고 예술의 '전개'는 대중이 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크로드 지역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신과 감정을 자극하고 행위를 촉발시켰으며, 마침내 새로운 정서를 경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 정재철의 태도와 그의 행위는 일상 세계를 바라보는 현장의 사회성과 결합하는 예술의 신체적 '행위'에 의해 상상, 현장, 기억의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만의 조각으로 남게 된다. 또한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다시 기억하게 하는 '여행-조각'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와 행위들을 환기시키는 장치이기도하다. ■ 정종구
실크로드 프로젝트 ● 이 프로젝트는 "삶이 예술이고 여행이 미술이다." 라는 생각을 실행한 것으로 서울에서 런던에 이르는 육로 여행과 사잇길 여행들로 이루어졌다. 교역과 전쟁, 화해와 평화의 길이자 문명의 이동로였던 실크로드의 동단에서 서쪽 끝에 이르는 구간을 관통하는 여행을 통해서 동과 서, 중앙과 주변을 연결하고, 국경으로 단절된 경계를 해체하며, 다름과 차이가 공존, 수용, 변화하는 소통의 길로써의 실크로드의 역사적 상징성을 현재의 삶 속에서 살피고, 그 문화적 점이와 중첩 그리고 혼성을 드러내려 하였다. 이를 위해 현재 우리의 과도한 소비문화와 우리의 문화적 과정의 단면을 잘 기록하고 있는 사물인 '폐현수막'을 각기 다른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행루트 상의 주민들과 함께 재활용하여 새로운 사물로 만들어져서 사용되도록 하였다. ● 이것은 문화적 중첩이 이루어진 사물로 거듭나면서 재활용의 의미를 보다 넓게 확장하여 일상적인 일들이 창조적 활동으로 승화되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창작과 감상의 소통구조를 양방향 역할혼합이 일어나도록 의도하는 형식 실험이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과정들의) 상호작용이 점층적으로 반복되는 수행적 작업이 되도록 의도하였다. 2004-2011 1차 프로젝트 : 한국, 중국, 파키스탄, 인도, 네팔 (22개 지점) 2차 프로젝트 : 파키스탄, 이란, 터키 (13개 지점) 3차 프로젝트 : 터키, 그리스, 세르비아, 불가리아, 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10개 지점) 꽃그늘 키우기 : 중국, 티벳,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 정재철
Vol.20160325b | 정재철展 / JEONGJAECHOUL / 丁宰澈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