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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_자하미술관
자하미술관 옆 터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화창한 봄날 ● 어쩌면 저 꽃들은 다 / 눈물일지 모른다 // 저 눈물이 다 / 꽃이게 하는 // 화창한 봄날이다 (고창영)
몇 년 전 우연히 화재가 난 후 방치된 집을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소멸한 듯 죽은 공간에서 오히려 오싹하리만큼 생생하게 느껴지던 기운들. ● 이후 줄곧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타버린,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다세대 2층 집이었다. 철거지역에서 수집한 나무 창틀에 홈을 파 벽돌무늬를 낸 후 태워나갔다. 나무가 바스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토치를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겉만 얇게 태운 나무는 검은 색을 띌 뿐이었고, 창틀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은 지워지고 말았다.
태우는 것은 멈추었지만 벽돌형태로 재현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멈추지 못했던 이유는 유년시절 집을 짓는 과정을 본 기억으로부터 연유되었던 것 같다. 동네에서 집을 짓거나 보수를 할 때 실로 수평과 수직을 잡아놓고 그에 맞춰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내 이웃들이 쌓아가고 이루어가는 인생 같다는 생각을 아직 남아있는 집들,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을 보며 해 본다. ●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로 부암동, 부촌 주택가의 꼭대기에 집을 지었다. 전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제의받은 장소였는데 그 땅에 서는 순간 실제 내 집을 지을 땅이 생긴 것처럼 내 눈 앞에 펼쳐진 전경에 설레고 욕심이 났다.
건너편 평창동이 내려다 보였고, 경치 좋은 산세를 마주한 곳으로, 바라보며 열망하고, 꿈꿀 수 있는 곳이었다. 긁히고 파인 흔적들, 홈을 팔 때 나무가 갈리며 내뿜는 각자 다른 냄새들, 나무창틀 하나하나가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 같이 느껴졌다. 폐기되기에는 남아있는 삶의 흔적들이 생생하여 나는 그것들을 끌어올려 다시 살아가게 하고 싶었다. ■ 조혜진
Vol.20160224a | 조혜진展 / CHOHYEJIN / 趙彗眞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