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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121_목요일_06:00pm
2015 아트스페이스 오 작가공모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스페이스 오 ART SPACE O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7-2번지 B1 Tel. 070.7558.4994 www.artspaceo.com
타인의 강 ● 친구 A는 오랫동안 만나던 남자와 헤어졌습니다. 만나자마자 구구절절한 사연을 늘어놓았고, 길어지는 말들에 귀가 피곤해질 즘 감정이 침착해진 그녀는 미안한 듯 눈치를 봅니다. 형식적인 위로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며칠 전 분리수거 구역에서 하얀 곰인형과 시들어버린 꽃다발을 보았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인형 발바닥엔 '수정아 사랑해'라는 섬세한 자수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 곰인형과 꽃다발이 들었던 많은 말보다 그녀와 그의 관계와 감정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의 강 ● 저는 겁이 많고 대부분 익숙한 것들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항상 정해 놓은 영역이 있습니다. 그 영역의 문턱 너머는 금기의 영역입니다. 저는 그 영역 안에서 주로 눅눅한 회상과 상상을 합니다. 대부분 과거 사건에 대한 집착과 자책입니다. 결론은 항상 현재이지만, 기억엔 바닥이 없는지 반복적인 회상을 하며 또 다른 상상을 합니다. 그러곤 이런 눅눅한 생각을 눈치 보지 않고 맘껏 할 수 있는 지금이 평온하다는 생각도 잠시 합니다.
흐르지 않는 강 ● 그녀는 그와의 일에 기억과 감정이 소멸될 때까지 특정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저 또한 늘 그랬듯 결말이 지어진 일들을 다시 끄집어 올리는 일을 반복할 것 같습니다. 우린 잠시 혹은 오랫동안 어딘가에 정체되어 있을 것이고, 그 표면은 고요할 것입니다. 이 비슷한 행위와 과정의 형태가 흐르지 않는 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유쾌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평온함을 유지하는 역설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 최희진
Vol.20160121e | 최희진展 / CHOIHEEJIN / 崔喜珍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