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613i | 허구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1106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633-2번지 제3전시장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이번 전시의 작품계획은 이미 1년 전에 결정된 것이었다. 작품은 새로이 제작된 것이 아니고 1년 전, 스페이스몸미술관 제1전시장에서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1년 후에 개봉될 상자들 1, 2, 3, 4」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크기를 달리하는 4개의 상자 안에 서로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 기록물과 오브제 등을 넣고 밀봉해서 바닥에 일렬로 일정하게 늘어놓은 것으로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시각적인 정보는 아주 제한적이다. 즉 각 상자의 배열의 위치와 간격, 규모, 천으로 도포하여 템페라(안료-재)로 처리된 표면 등이 전부인 것으로 일견 유사-미니멀 오브제의 외양을 띠는 것이었다.
지금 분명하진 않지만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밝히 건데 각 상자안의 내용물들은 1. 나의 드로잉북(2005~2014) 2. 수업기(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와 관련된 자료 3. 작년 신길동 작업실에서의 잡동사니 4. 나의 작품, 「마지막 문장」(2014)으로 분류되어 넣어졌으며, 이제 이 암상자들에 1년 동안 갇혀 있던 것들을 꺼내어 공개하려고 한다. 그렇게 꺼내어진 기록물과 오브제 등은 '몇 가지 처방'을 통하여 다소 비밀스러운 것으로 제시되며, 또 독립된 전시공간에 상자 개봉 이후의 몇 가지 처방 과정에 대한 영상 기록물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이의 어중간한 비밀스러움의 난점을 다소 덜도록 한다. ● 끝으로 이것들은 전시 마지막 날에 수거되어 다시 본래의 상자 안으로 들어가 밀봉이 되어 스페이스몸미술관 제3전시장 야외 마당의 특정한 몇 곳에 각각 묻혀 진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나의 작품 하나와 텍스트를 보충한다. ● 지난 시대의 그림자 - "여기를 보라" 촬영 후에 현상도 하지 않고 몇 년간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film을 꺼내어 인화해 본다. 주인을 기다리며 직경 2.5cm, 높이 4.5cm의 좁은 암실에서 갇혀 있었을 그림자들... 어린 딸의 모습과 주변을 보아 5년 전(4살), 봄쯤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인해 나는 지금 또 다른 세월을 살아 버린다. 어린 딸이 다시 살아 왔다. ● 그냥 두었으면 세월과 함께,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을 것인데 그렇다면 그것은 영영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의 공백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증발해 버린 시간. 결국, 기억의 시간과 망각의 시간에 있어서 기억만이 나의 삶으로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인가? (2007년 9월에)
이쯤에서 이번 작품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밀한 목적을 밝혀야겠다. 나는 왜 이 작품을 하게 됐는가. 이것은 전적으로 타임캡슐식의 기이함이라거나 놀라움, 혹은 내가 늘 관심을 가져온 시간상의 변모 과정에 대한 수행적 프로젝트에의 발로는 아니다. 그러한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경우에 있어서는 아주 부수적인 것이다. 나는 대학 학창시절 단 하나의 화면(support)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 아이디어는 어느 시점 이후 한 개의 캔버스만을 소지하고 새로운 주제와 모티브가 떠오를 때마다 계속해서 그 유일한 화면에 평생을 통해 그림을 그려보자는 식이었다. 단 하나의 화면. 나는 당시에 소심해서 감행할 수가 없었고 지금도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조건과 실행에 대한 충동과 매혹은 대단한 것이어서 뿌리칠 수가 없다. 결국 이번의 계기를 통해서 그런 특이한 고립에의 욕구를 우회해서 해소해 보고자 한다.
나는 이번 전시를 마친 후에 그 매장된 물질들을 간혹 떠올릴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스페이스몸미술관 제3전시장 마당 어딘가에 묻혀 진 그것들을 꺼내 이번 경우처럼 몇 가지 특별한 처방을 하고 다시 상자에 담아 밀봉하여 어떤 장소에 특수한 방치를 한동안 하게 될 것이다. 허락된다면 또다시 스페이스몸미술관 제3전시장에서 개봉해 보면 어떠할까 하고 벌써부터 그려 본다. 그건 그때 가서 따져 봐야 될 것이다. 또 훨씬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 다음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행해질까도 상상해 본다. 자~ 다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자 하는가. 나는 지금 그와 같은 별개로 분리된 비밀스런 삶의 한 방식과 계기, 예술을 빌은 잉여로서의 맹목적인 수행의 반복을 꿈꾼다. 이것은 결코 작품(work)이 아니다. (2015. 10. 27) ■ 허구영
Vol.20151108g | 허구영展 / HEOKUYOUNG / 許求寧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