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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 홈페이지_www.jhbae.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09:00am~06:00pm / 1월1일,설,월요일 휴관
향촌문화관 HYANGCHO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49(향촌동 9-1번지) Tel. +82.53.661.2331 hyangchon.jung.daegu.kr
향촌문화관의 개관1주년을 기념하는 '사물기행事物紀行'전은 배종헌 작가가 대구 근대골목을 가상으로 혹은 도보로 여행하며 발견한 사물 이미지들에 대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상상이야기를 마치 기행문을 써 내려가듯이 시각예술화한 전시이다. ● 작품이 설치된 기획전시실 'Time Frame'은 우리 근대화 과정의 역사를 증언하는 보존 현장으로서, 이곳은 1912년 대구 최초의 일반은행이었던 선남은행 시절부터 그 뒤 한국상업은행의 폐점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귀중품과 현금을 보관하는 은행 금고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과거 향촌동의 ● 추억과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은행 건물의 금고 전시실에서 미술가 배종헌은 시간의 흐름을 여행하듯 '자세히 보기'와 '오래 보기', '기억하기', '상상하기'를 통하여 발굴한 전혀 다른 시각의 근대골목과 사물들을 선보인다. 이는 ● 작가의 시각적 상상을 통해 새롭게 번역한 '시간'과 '공간', '사물'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과거․현재․미래를 한자리에 환원시키는 미지의 '사물 기행'에 관한 관람객의 공감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 '사물기행'은 2013년 7월 발표했던 '초토의 봄'과 연결된다. '초토의 봄'에서 배종헌은 대구 근대골목 주변의 온라인 실사 웹지도 상에서 발견한 사물의 이미지 컷으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의 '이미지텔링Image telling'을 실험하였다. 그는 인터넷을 이용해 '대구 근대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발견한 사물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이들 사물들을 연결하는 상상이야기를 구성하여 전시장 벽면에 지도 형태로 설치했었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 부착해놓은 시나리오 원고는 일종의 가상여행의 기행문에 해당하는 나레이션이었다. 이번 '사물기행'에서도 작가는 전시장의 바닥과 벽면에 '#1. 초토의 무도회_꽃자리 다방/ #2. 거대한 낚시대/ #3. 백조다방/ #4. 양머리/ #5. 빨간머리 타조/ #6. 백록다방/ #7. 화월여관/ #8. 르네상스/ #9. 사자, 가오리/ #10. 마법사의 집/ #11. 마법사의 빗자루/ #12. 숨구멍, 비밀지하벙커입구, 생비둘기, 시멘트멧돼지, 시멘트나비, 강철나비/ #13. 곰발바닥/ #14. 독수리, 양갈래 특수 잠망경/ #15. 반외계항쟁기념도-이상화고택 앞바닥' 등 15 장면의 사물과 드로잉, 기행 영상을 지도처럼 펼쳐놓았다. 이 지도 같은 설치물에는 작가가 웹지도 여행을 통해 이미지텔링한 상상기행과 어두운 밤에 그 실제 장소를 다시 찾아 산책하는 신체 행위를 영상화하는 일련의 사건과 이를 설계한 예술가적 삶의 태도가 담겨있다. 이 작업은 시공간적으로 불연속적이고 분절되어 있지만 연속적으로 인식하는 웹 환경의 삶, 웹에서 접한 현실의 동일 장소를 여행하며 가상의 사물 이미지가 실제의 사물과 관계하는 다층적 세계, 그리고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우리 자신을 은유하고 있다. ● 작가의 사물기행을 따라 걸어가는 가운데, 관람객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여러 사물과 현상, 사건들이 서로 밀접히 관련될 수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통일된 진술이 될 수 있다는 비밀스러운 사실들을 이해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정종구
초토(焦土)의 봄1) ● #1. 초토의 무도회_ 꽃자리다방2) 매일 저녁, 꽃잎들의 화사한 속삭임 속에서 동물들의 무도회가 펼쳐지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낙원이었지요. 이 흥겨운 장면을 시기한 것일까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외계 군단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꽃들의 자리와 동물들의 무도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시인 구상) '초토의 시'를 읊조리니 꽃잎은 눈물이 되어 흩날렸습니다. ● #2. 거대한 낚싯대 이튿날, 폐허가 된 꽃자리 동산은 그 외계군단이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그들의 파괴는 계속되었습니다. 살아남은 동물들은 생체실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포획되어 낚아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 #3. 백조다방3)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참상을 목격한 백조는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거립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를 부르다가 어느 땐가는 '메기의 추억'을 부르며 망연자실 슬퍼하는 이(작곡가 권태호)도 있었습니다. 곁에서 이 노래를 듣던 백조는 눈물을 닦으며 무언가 결심한 듯 일어섰습니다. 이 참상을 다른 마을의 동물 친구들에게 알리고 '비밀결사대'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마침 이 마을을 지나가던, 범상치 않아 뵈는 제비에게 마을을 살펴달라고 부탁하고는 길을 나섭니다. 백조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4. 양머리 거리엔 머리만 남은 양(羊)이 울고 있습니다. 백조는 양에게 다가갔습니다. 양은 "분홍빛 벽에 흰 날개가 달린 마법사의 집을 찾아주세요."라며 울먹였습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 집에는 아무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마법사가 사는데 이 상처를 치료할 방도를 분명 알고 있을 거예요." 백조는 양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가여운 양의 울음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돕니다.
#5. 빨간 머리 타조 ● 백조는 빨간 머리 타조 '형제'(형제기계상사)를 찾아 갔습니다. 다리를 절며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그 형제 중 형이었는데 이내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자기 동생이 그저께 외계군단의 습격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이렇게 한 쪽 다리를 다쳤다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마법사의 집은 어디냐고 물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대신 '비밀결사대'에 가담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 #6. 백록다방4) 소들의 휴식처 '백록다방'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엉뚱한 간판이 날아와 걸쳐져 있는가하면, 무엇보다도 그 많던 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피를 흘린 채 죽은 소 한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소를 그리며 삶의 아픔을 달래던 한 가난한 화가(이중섭)도 더 이상 담뱃갑 속의 은종이에 소를 그릴 수 없었답니다. 녹슨 철문만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 #7. 화월여관5) 날이 저물어 갑니다. 달빛에 비친 꽃잎을 이 화월여관에서도 볼 수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폐허로 번한 세상에 대한 슬픔과 공포를 지우기 위한 향락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 내일은 그 마법사를 찾을 수 있을까요? ● #8. 르네상스6) 다시 아침. 어디에선가 바흐의 음악이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라......' 내 귀를 의심하였지만 분명 바흐의 음률입니다. 다시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 #9. 사자, 가오리 점점 동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비닐로 몸을 휘감은 채 자신을 숨기고 있는 사자를 발견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이었습니다. 누가 사자라고 알아차릴 수 있겠어요. 에구머니나! 그러고 보니 바닥에도 하얀 가오리가 있네요. 이건 정말 놀라운 발견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신을 하고 계시죠?"라고 그들에게 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 포획될지 몰라. 어이 백조양반, 자네도 그러고 다니다간 거대한 낚싯대에 낚여 잡혀갈지도 몰라. 조심하게……. 이 위험한 시절에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 건가?" 하얀 가오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아, 네……. 그런데 혹시 분홍빛 벽에 흰 날개가 달린 마법사의 집을 아시나요? 저는 그 마법사를 찾아가고 있는 길이에요." "알다 뿐인가? 우린 그 마법사 덕에 이렇게 변신술을 익히게 된 걸......" 가오리는 상세하게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10. 마법사의 집 ● 가오리의 말대로 그 곳에 분홍빛 벽에 흰 날개가 달린 마법사의 집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곳에 마법사가 산단 말이지!" "계세요? 마법사님 계세요?" 몇 번을 외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습니다. 거의 포기 하려할 때,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립니다. "뉘..시...오……?" 마법사는 얼굴을 내밀지 않은 채 뜯겨진 문틈으로 그간의 일들에 대해 듣고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 #11. 마법사의 빗자루 마법사는 담장아래 죽은 식물들의 화분 위에 놓인 대나무 빗자루를 선물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이건 평소엔 그저 낡은 대나무 빗자루지만 긴급한 정도에 따라 색깔과 재질이 변하면서 바라는 바대로 일이 이뤄지도록 하는 그야말로 마법사의 빗자루랍니다. 세상에 이런 빗자루가 정말 있었다니...... 이제 많은 문제들이 풀릴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백조의 걸음이 빨라집니다. ● #12. 숨구멍, 비밀지하벙커입구, 생비둘기, 시멘트멧돼지, 시멘트나비, 강철나비 그 뒤로 일은 순조롭게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외계군단에 대항할 우리들의 '비밀결사대'가 창설되고 지하에 조직의 근거지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계군단의 첩자로 알려진 생비둘기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모두들 땅 속 벙커로 뛰어들었지요. 마법사의 빗자루로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을 감쪽같이 순식간에 변신시켰습니다. 멧돼지는 몸을 납작하게 하여 시멘트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나비는 강철나비로 둔갑시켜 놓았으니 아무리 영악한 비둘기라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의 활동은 점점 위축되었습니다. 동물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대책회의가 벌어졌습니다. 여러 동물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외계군단의 감시망을 피할 대책들을 내어 놓았습니다.
#13. 곰발바닥 ● 곰은 자신의 발바닥이 민감하다며 외부 공기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물구나무를 선채 땅위로 발바닥을 내놓겠다고 자청하는가하면, ● #14. 독수리, 양갈래 특수 잠망경 독수리는 외계군단의 첩자인 비둘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 바로 자신이라며 파수꾼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형제기계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빨간 머리 타조형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쏟아 두 눈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각도의 관측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 잠망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 #15. 반외계항쟁기념도이상화고택 앞바닥7) 몇 차례의 위기를 잘 극복하였으나 외계의 첨단 장비를 동원한 감시망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의 지하 벙커가 발각 되던 날,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 날이 곧 결전의 날이었다. 우리는 죽기를 각오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승자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따름이었으니까요. 양측의 전멸에 가까운 참상은 모두에게 슬픈 일이었습니다. 초토의 땅에는 더욱 사나운 기운만 흘러넘칩니다. 그래도 우리의 '봄'은, 모두의 '봄'은 오겠지요? ■ 배종헌
* 각주 1) 이 원고는 온라인 실사웹지도(DAUM, NAVER, GOOGLE-ROAD VIEW, STREET VIEW) 상에서 대구의 근대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와중에 발견한 이미지 오브제들에 관한 이야기로 나의 상상력에 의해 임의구성 되었다. 일종의 스토리보드에 해당하는 드로잉의 이면에 숨겨진 나레이션, 혹은 미처 제작하지 못한 영상작품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이 글의 제목 [초토의 봄]은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각각 빌려온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가 총 15편의 연작시임을 감안하여 이 작품도 15편의 씬으로 구성코자 한다. 2) 꽃자리다방:지금의 '국제 미공사' 옆이 꽃자리다방이다.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초토의 시'는 1956년 청구문화사에서 출간된 구상의 두번째 시집의 표제시로 총 15편의 연작시임. 이 작품의 현장은 한국전쟁이 빚어낸 비극적 현실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비극적 현실에 대한 절망과 탄식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비극과 참회, 이데올로기에 앞서는 형제애와 인류애를 강조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적'은 일관되게 저주나 말살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으로 극복하고 순화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짐. 3) 백조다방:1950년대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던 다방이다. '나리 나리 개나리......'로 시작하는 '봄나들이'를 비롯해 400여곡의 동요와 교가를 작곡한 권태호가 자주 들러 '메기의 추억'을 부르곤 했다. 지금의 북성로 '제비표 페인트' 위에 그 다방이 있었다. 4) 백록다방:화가 이중섭이 이 다방에서 담배 은박지에 '소' 그림을 그렸다. 1955년초, 구상 시인의 권유로 대구에 온 이중섭은 이곳에서 이 은지화를 그려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대화와 차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50~60년대 문인 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사랑방 같은 곳. 5) 화월여관:향촌동 귀공자로 불렸던 시인 구상과 마해송이 자주 묵었던 호텔급 여관. 지금의 판코리아 성인텍 쪽이 호텔 입구이다. 6) 르네상스:1951년 한 트럭분의 음반을 싣고 피난 온 호남의 갑부아들 박용찬이 개업한 음악감상실. 당시 외신들은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고 타전했다. 7) 이상화:1921년 1월 홍사용, 박종화, 나도향과 함께 문예지 『백조』를 발간, 그 창간호에 '나의 침실로'를 발표. 이어 '말세의 회탄', '가을의 풍경' 등 당시의 퇴폐적 풍조를 나타내는 시를 씀. 1926년 『개벽』 6월호에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하여 신경향파에 속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Vol.20151031k | 배종헌展 / BAEJONGHEON / 裵宗憲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