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ional nature 방향성

김지훈展 / KIMJIHOON / 金志薰 / painting   2015_1014 ▶ 2015_1020

김지훈_방향성2_장지에 먹, 채색_130×32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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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1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얼굴 없는 행렬 ●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급격하게 확장되어 왔으며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다. 기계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경제적 풍요를 얻었지만 물질과 정신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김지훈의 공통된 표현 주제는 인간 즉 우리의 삶이다. 그것은 작가 스스로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사회를 바라볼 때 타인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고, 현실에서의 그들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비인간화로 재촉되는 여러 가지 악순환들은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들을 더욱 촉구하였고 이는 작가 작업의 근간이 된다.

김지훈_미술관_장지에 먹, 채색_130×97cm_2015
김지훈_정렬_장지에 먹, 채색_130×162cm_2015

지금까지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취급주의(fragile)'라는 작가의 일관된 키워드는 이번 전시에서도 다른 형상으로 드러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과학의 발달은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인간에게 불안을 가중시켰다. 방호복은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안전한 도피처를 상징한다. 작가는 본래 가지고 있던 자아가 새로운 환경이나 사회와 충돌하며 겪게 되는 주체성의 상실과 이를 통해 동반되는 보이지 않는 불안에 집중하고 있다.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취약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방호복 안에 자신을 숨기고 시대의 흐름에 묻혀가는 연약한 자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폐쇄된 차가운 보호막 뒤에 숨겨져 모호하게 표현된 얼굴 없는 인물의 모습에서는 그 어떠한 표정도 읽을 수 없다. 등을 돌리고 있거나 짓눌린 듯 웅크리고 있는 인물의 형상에서는 인간이 만든 환경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되고 그러면서도 또 다시 그러한 환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조리를 암시하고 있다. 기술과 매체의 발달은 쉽고 빈번한 타인과의 교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더 증폭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허공을 응시하는 듯 교차되지 않는 인물 간의 시선처리는 진정한 유대관계를 느낄 수 없는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김지훈_취급주의2-갤러리에서_장지에 먹, 채색_130×162cm_2015
김지훈_앉아서_장지에 먹, 채색_97×130cm_2015

화면 안의 인물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 안에 놓여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경계와 주의를 의미하는 시각적 기호나 화살표의 등장은 보이지 않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의도된 연출은 무작정 그들의 생활방식을 쫓거나,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나와 동일한 목적과 기호를 가진 집단을 형성하기를 원하는 우매한 군중심리를 보여준다. 본인의 주체와는 상관없이 결국 누군가의 뒤를 밟고 서있는 모습은 우리의 현실 안에서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또한 어지럽게 시각적 기호가 반복되는 미로와 같은 공간이나 장소가 불분명한 공간의 표현은 인물들이 가진 불안한 심리를 더욱 부각시킨다. 불확실함이 주는 묘한 불안감은 우리가 현대사회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 속에서 느끼는 정체성의 혼돈과도 연관된다. 이처럼 사회의 보이지 않는 힘에 종속되어 인간의 자아를 상실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이면은 작가에게 끊임없는 물음을 제공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훈_쉬다_장지에 먹, 채색_130×97cm_2015
김지훈_작업중_장지에 먹, 채색_130×162cm_2015

작가는 문명의 발달 속에서 주체가 되어야 할 인간이 전체 구조에 종속되어 그 주체를 상실하고 분열되는 세태를 예술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자신 스스로를 '취급주의'해야 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양한 연출과 오브제를 통해 일종의 텍스트로 읽혀지길 의도한다. 특히 나약한 인간의 방어기제로 등장하는 부자연스러운 방호복은 진정한 인간관계의 단절과 더불어 주체성의 상실에 대해 풍자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 안에 공허하면서 무력해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인간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김지훈은 인간이 가진 불안과 고독 그리고 소외와 같은 실존적인 문제를 건드리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김미향

Vol.20151014j | 김지훈展 / KIMJIHOON / 金志薰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