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915h | 박은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1010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5:30pm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LEE JUNGSEOP ART MUSEUM STUDIO GALLERY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33(서귀동 514번지) Tel. +82.64.760.3573 jslee.seogwipo.go.kr
박은영은 종이 위에 물의 길들을 하나씩 열어주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리고 그 물의 길을 통과한 먹과 색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세상의 온갖 흐름'에 대한 사유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한동안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두하다가, 타 매체(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등)를 긴 시간 순례하였고, 근래 다시 회화로 돌아왔다. 이처럼 그녀의 삶 역시 긴 여정을 통과하면서 흐르고 흘러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20여 년 전, 진행한 바 있는 '섬 연작'이 시간을 건너 뛰어 제주도에서 다시금 새로운 섬 작업들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두 작업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예전의 섬이 고립과 단절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지금의 섬은 아물지 못한 채 깊어진 상처의 형상으로 드러나면서, 마침내 스스로 위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홀로 하는 작업이 숙명적으로 지니는 고독은 시간이 흘러온 만큼 더욱 깊어졌지만, 그 고독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마음 밭 역시 견고해져, 이제 그녀는 단절과 고립이 아닌 - 자기 자신과의 그리고 타자와의 - 관계와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조르주 바타유가 『불가능』에서 한 말처럼, 이제 작가는 더 이상 "불행의 관념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보듬는 '물결'이 되었다.
사람의 손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섬은 본디 육지와 한 몸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들과 본토 사이에 허구의 간격을 만들어, 어떤 때에는 서로 그리워하게 하고, 또 다른 어떤 때에는 홀로 있음에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물결'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원래 인간은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온전함'에 불만을 품은 제우스가 한 몸을 둘로 갈라놓았고, 그때부터 모든 사람은 본래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지니게 되었으며, 언제나 타자를 갈망하고 욕망하게 되었다고. '물결'은 마치 제우스처럼 나와 그를 갈라놓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만큼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개념이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언제나 사랑이 필요한 이유는, 불가능한 '연결의 가능성'이 우리의 삶에 드문드문 던져주는 비현실적인 혹은 초현실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는 오늘과 내일을 살아낸다. 이러한 '사랑'이라는 '흐름'은 박은영의 작업 곳곳에 등장한다. 작가는 분리되어 있는 '나'와 '나' 그리고 '나'와 '너'를 다시금 물결과 실로 이으며, 우리에게 불가능한 연결(한 몸 되기)의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분리와 연결은 언제나 서로를 전제하므로, 충만한 슬픔과 충만한 환희를 함께 제공한다.
우리는 여기서 작가가 그간 작업들에서 제시해온 자신의 캐릭터, Isis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집트의 여신 이지스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는 여인이다. 기원전 3~4세기경에 쓰인 「이지스 찬가」를 보면, 그녀는 "최초의 여자이자 마지막 여자이며, 경배 받는 여자이자 멸시 받는 여자이고 … 아버지의 어머니이고, 남편의 누이이며 …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 없이 멋진 여자이다." 우리 중 그 누가 이러한 이중성을 지니지 않은 이가 있을까? 고로 인간은 언제나 환희와 슬픔을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동일하게 지니고 살아간다. 작가 박은영이 작업 곳곳에 숨겨놓은 메타포 역시 이러한 동일한 이중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고로 그녀의 작업은 한편 아프고, 또 한편 매우 아름답다. 또한 이집트 신화에 의하면, 여신 이지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바 있는데, 바로 살해되어 몸이 조각난 채 버려진 남편 오시리스의 시신을 수습하여 다시금 살려낸 것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세상에 뿔뿔이 흩어진 수많은 개념과 형상을 모아 하나의 작품 안에 배열하고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의 작업이, 유기된 시신의 조각들을 꿰매어 숨을 불어넣는 이지스의 소생작업과 매우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행위와 캐릭터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는 이지스를 자신의 작업 안으로 소환한 것은 무척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작가 박은영은 이지스가 되어 여러 형태를 작업(사진, 비디오, 퍼포먼스)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이지스는 하나의 오브제로 제시된다. ● 흘러온 시간만큼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강한 메시지를 불어넣고자 하는 힘을 덜게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메시지 대신 작품을 점유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흐름'이며, 그것에 순응하는 마음상태이다. 거스르지 않고 겸허히 따를 때, 삶이 주는 객관적 시선과 새로운 감동이 분명 있을 테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까지 부딪치고 깨어지며 겪어낸 아픔 역시 있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박은영이 세상에 내어놓은 – 영상과 설치 작업도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 회화 작품들을 통해, 그 시선과 감동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지혜
무수한 생각의 옹이가 섬을 감싼다. 저 섬은 얼마나 아팠을까... 저 섬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까... 바람, 공기, 달의 흐름이 물결을 만들고, 그 흐름따라 가만히 흘러 빠져나가도록 섬 그리고 오래된 나를 바라본다. (작가노트 중) ■ 박은영
Vol.20151011f | 박은영展 / Isis Park / 朴恩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