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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00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창성동 실험실 갤러리 CHANGSUNGDONG LABORATORY GALLERY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11-5(창성동 144번지) www.cl-gallery.com
이것들을 찍기 시작한지 이제 4년쯤 되었다. 수년간 찍다 안찍다를 반복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 기억속의 주유소와 내가 찍은 사진 사이의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것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거리감에 수도없이 좌절하고 또 실망을 반복했지만 그 풍경속에 있던 나와 그 기억만은 버릴 수가 없었다. 주유소는 내가 보았던 풍경 중 가장 쓸쓸한 장면 안에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가 외로웠다면, 주유소는 섬처럼 더 외롭다. 문득 들어갔다 다시 떠나는 곳. 낯설었던 도로들과 그 위로 시간들. 어두운 밤에도 더웠던 낮에도 새벽에도 혼자인 곳. 너무 쉽게 머물고 너무 쉽게 버려지는, 필요한 순간이 아니고는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 곳. 그래서 난 그곳이 외롭다.
설명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사진으로 과연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자리에서 어쩌면 한 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하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 놓고 꺼내 보인다. 만족은 없고, 여전히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쩌면 나는 사진을 통해 혼란스럽거나 결핍되어 있는 나를, 그래서 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위에 있던 한 주유소처럼 나도 지금 거기밖에 있지 못하다고 솔직히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주유소들뿐이겠고, 둘러싼 풍경들뿐이겠다.
그러나, 그래도, 이 사진들을 내가 사랑해야 한다면,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선명한 기억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내 몸을 열고 내 모든 감각을 깨워 그 앞에 자유롭게 서있었다는 그 기억때문이다. 표현한다는 생각 전에, 형식에 기대려고 하는 그 전에 내 눈과 발과 손의 움직임에 정직하게 답하는 그런 사진이기 때문이다. 나의 주유소는 처음부터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으며, 내 사진은 최소한 그러한 나의 요구에 응하는 나의 답이다. 천천히 보아 주길 바란다. 그래서 좀 쓸쓸하다고 느낀다면 그 엇비슷하게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이다. ■ 채수임
Vol.20151007d | 채수임展 / CHAESOOIM / 蔡洙任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