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그 낯설음의 시작

임형태展 / LIMHYOUNGTAE / 林炯兌 / photography   2015_0911 ▶ 2015_1028

ⓒ 임형태_feel,, SimCheong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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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918_금요일_07:00pm

주최 / 동성모터스 주관 / 고은사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입장마감_06:30pm

BMW 포토 스페이스 BMW PHOTO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9 MINI빌딩 2층 Tel. +82.51.747.8100 www.bmwphotospace.kr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사진 작품에 담긴 작가의 심리를 분석해 줄 수 있느냐는 친구의 부탁에 호기심을 느껴 임형태 작가를 만났습니다. 첫인상에서 그는 사진 뒤에 숨겨진 자신의 입으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원하는 듯 보였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제대로 표현되기를 기대하는 그 모습이 막연했지만 작가가 숨겨둔 마음이 궁금해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그에게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제가 치료하는 공간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고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래 글은 그 대화를 토대로 분석한 임형태 작가의 마음을 작가의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이번 작업에 대한 이해는 에필로그에 담았습니다.

ⓒ 임형태_feel,, Bari Princess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3

거울을 보는 아이I see myself seeing myself. (Jacques Marie ÉmileLacan, 1901~1981,프랑스 정신분석가) 또 혼자다. 너무 싫다. 혼자는 너무 싫은데. 그럼에도 거의 늘 언제나 나는 혼자 있어야만 했다. 나는 엄마 젖도 내가 원치 않을 때 떼었어야 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형들과 누나들이 있어도 왠지 내게 너무 멀게 느껴진다. 버려짐. 외톨이가 된 나는 상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생각하니까 존재하기 보다 나는 살기 위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유일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나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말을 나누고 멋진 기념물들을 보는 재미에 빠져든다. 매번 다른 것들이 그려진다. 보인다. 이젠 나의 이야기를 보여 주어야지. 보여줄 것들이 너무 많고 넘쳐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두리번 두리번 …! 그런데 없……다. 아.무.도. "엄마! 일 안 가면 안 돼요? 네?" 폭포수 같은 눈물이 왈칵왈칵 뿜어져 나온다.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진료실. 하얀 가운의 낯선 사람 앞에서 나는 그 동안 엄마에게는 못해 본 그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목놓아 우는 나를 보며 처음으로 나는 내 안의 진한 외로움을 보았다. 간절한 그러나 물에 잠겨 버린 소망 ● 외로움이 싫어 늘 사람들 틈에 있었고 한 명은 꼭 내 곁에 두곤 했었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조차도 별 수 없었다. 내가 죽다 살아나던 그날 이후 처음으로 큰 맘 먹고 내가 가진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한껏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만의 수중 도시(미발표, 2008-2009)」를 완성하였다. 고생은 하였지만 이 소중한 보물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생각에 들떴고 가장 먼저 존경하는 그에게 보여 주기 위해 달려갔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냉랭함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말들뿐. 지금은 「I see,」가 있게 된 계기가 되어 무척 고맙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나와 내 보물을 알아주지 않아서 무척 실망하였다. 아니 실망 정도가 아니라 그것은 내게 끝과 같았다. 아무도 없다. ● 또 죽는 건가? 나는 숨었고 또 도망갔다. 정신 없이 간 그 곳에 다행히 나의 친구가 있었다. 그와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다 보니 조금씩 상한 마음이 잊히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심리 5단계를 기억해 내고 이를 접목한 시리즈「I see, feel, think and meet the GOD everyday. 」의 그 첫 번째인 「I see,(2010-2011)」를 시작하게 된다.) I see, ● 아무런 가식 없이, 격식도 없이 병이 난 이후의 변형되어 가는 나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하나씩 하나씩 담아갔다. 완치되기까지. 작업을 마칠 때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으니까. 얼마 뒤 이상한 세포들이 이곳 저곳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서 아무 생각 없던 나는 점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는 상처를 입었다. 어수선한 세상에 던져져 홀로 내버려진 내 모습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반응 없음에 다시 고개가 꺾였다. 그런데 또 이상하다. 이번에는 죽을 것 같지는 않다. 한 번 죽다 살아나서 그런 건가? 어쨌든 나를 봐주는 사람들은 없는데도 내 마음 한 구석 '누군가는 있겠지'라는 알 수 없는 믿음이 남아 있다. 오기일 수도 있다. 나를 볼 수 있는, 나랑 통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지. 언젠가는…. feel, 이야기해 주고 싶은 소년 ● 하지만 나는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다. 불쑥 불쑥 올라오는 화를 머금고 다시 생각한다. 그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재미없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여줄게.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한 번 보여줄게.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예쁘고 화려한 포장지도 구했다. 단단하고 보기에 훌륭한 상자도 만들었다. 장식을 하나 하나 정성스레 달았다. 더 쉽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모아서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매력적인 것들을 골라냈다. 수술을 코앞에 두고도, 수술 직후에도 나는 범람하여 넘치는 물과 씨름하면서 시간을 바쳐 모든 정성과 힘을 토해냈다. 선녀와 나무꾼과 해님 달님은 죽음과 싸우는 문턱에서 탄생했다. 죽음1-죽음2-죽음3…. 온갖 죽음의 문양들로 수를 놓았다. 내가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 이제는 들어주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 '봐 주겠지!' 뭔가가 좀 이상하다. 사람들이 보고 들어주기는 한다. 그런데 이제는 첫 번째가 더 낫다고 한다. 실망했다고도 한다. 뭐야. 왜 이제 와서? 화가 난다. 새로 만난 새로운 세계의 친구들이 그나마 나은 것 같다. 이전의 친구들은 보는 눈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새 친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리라! 그렇지만 아직은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옛 친구들을 조금은 더 기다려 주고 싶다. 내가 무언가 해야 할 것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또 그러다가 나를 못 봤던 그들 중 몇은 심청이 아빠처럼 갑자기 눈을 뜨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 임형태_feel,, JangHwa & HongRyeon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2
ⓒ 임형태_feel,, Beyuljoobu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3
ⓒ 임형태_feel,, Chunhyang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2

에필로그–자신을 바라보는 임형태 작가와 사진을 보면서 ● 죽음을 늘 생각하고 죽음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 덩어리이자 풀고 싶은 주제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살아있다. 그에게 요새 계속해서 맴돌고 꽂히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 다시 꽂힌 말이 있단다. "매일 순간 순간 나의 감정과 직면하는 것!" 이것이 삶이다. 오늘 그는 그의 마음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알고 싶어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는 그를 바라본다. 이제 더 느껴보려 할 것이다. 더욱 진하게. 시간이 아까우므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조금 더 가까이 자신의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만나보려 한다. 이제 대신 알아줄 다른 누군가를 찾는 대신 오로지 그 자신만이 자신을 만나며 온전히 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여전히 숨어있다.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feel,(2012-2014)」은 전작 「I see,」와는 확실히 동떨어져 보인다. 많이 포장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제목과의 연관성도 모호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수수께끼 같은 그것이 지금 임형태 작가의 단계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feel,」은 「I see,」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앞으로의 작품들과도 이어 놓고 보아야 정확히 이해될 것 같다. 임형태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포장지는 보다 익숙하고, 친숙하고, 쉬운 한국고전 이야기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장면들로 구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들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고 희화화되어 생뚱맞은 느낌마저 든다. 더군다나 「I see,」를 보았고 그를 아는 관객에게는 이번 전시가 전작과도, 그와도 어울리지 않게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선 느낌이야말로 관객이 임작가와 교감을 시작한다는 첫 신호이다. '그 낯섦의 시작'이라는 제목처럼. 그는 자신이 죽음 앞에서 마주한 생경함을, 헛헛함을, 낯섦을 공감 받고 싶다. ● 「I see,」에서는 그것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면 「feel,」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기다림(자신과 맞닿을 누군가를 향한)에서 출발하지만 그 작업 과정은 치열한 싸움들로 점철되어 있다. 흡사 무용담 같다. 그는 시간을 다투어 넘실대는 물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온몸을 던져 물과 싸워가면서 기어코 수면 위로 드러내 보이고야 만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그 고집스러움 뒤에는 그의 등에 맺힌 땀처럼 애잔함과 안쓰러움이 스며나온다. 자신이 죽음 앞에서 느끼는 것을 개인만의 유별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이해할 만한 것으로 알리고자 한다. 시간이 없는 그로서는 이를 재빨리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심 야속하고 더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임형태 작가는 작품 뒤에, 사람들의 반응들 틈에 숨어 기다린다. 작품은 드러냈지만 자신은 다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지쳐서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분노(작가가 자각한 분노 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는)를 풀며 승화해 가는 여정에 있다. ● 그 분노는 작가가 현재 싸우고 있는 병에 대한 것으로 한정할 수 없다. 사실상 이해받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함에 대한, 홀로 버려짐에 대한 설움이자 슬픔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시간의 유한함에 대한 또렷한 자각에서 비롯된 촉박함, 자기 존재가 먹힐 것에 대한 두려움과 씨름하는 가운데 자신의 억울함과 화 너머의 내면 깊은 자기 슬픔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그곳에서 그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새로이 마주한 자신을 얼마나 작업으로 끌어내 보일지는 순전히 임형태작가의 몫이다.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고 야속하게 자기 혼자만 간직하고 갈 수도 있다. ● 이미 그는 의사들이 말한 기한인 5년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 더 재미나게 살고 싶어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니..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외로운 싸움 중에도 임형태 작가의 제일 큰 걱정은 자신이 아닌 올해 초 결혼한 어린 아내다. 나를 만나러 와서도 연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내가 더 안쓰럽고 미안하고 더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이다. 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작가는 자신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알아갈 때 참 즐겁단다. 그런 그가 헤어질 무렵 무심결에 내뱉은 소년 같은 이 투덜거림이 계속 나의 귀를 맴돈다. - "왜 아무도 나를 소개시켜주지 않죠?" - 그리고 이렇게 '진정한 만남'을 염원하는 그에게 작은 소원 하나를 들어주게 되어 참 기쁘다. 이제 나는 벌써부터 오늘 이후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그는 어제보다 자랐고 지금도 자라고 있는 중이기에. ■ 성유미

ⓒ 임형태_feel,, Fairy and the Woodcutter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2

K 이야기 ● K는 모르고 있겠지만 이것은 일종의 규칙과 같다. 한 번도 배우거나 가르친 적은 없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규칙 말이다. 이 규칙은 마치 핑퐁의 룰과도 같아서, K가 나를 받았을 때 지체하지 말고 어디로든 다시 나를 던지기만 했다면 간단하게 끝났을 일이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누구에게로 가는지, 얼마만큼의 속도로 날아가는지, 그것을 받은 이가 나를 어디로 날릴지, 그게 빠를지, 아니면 너무 느릴지, 중간에 어디로 사라져버릴지, 스코어는 몇 대 몇인지, 게임은 언제 끝나는지, 규칙이 개정되지 않았는지, 누가 반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것에 대해서라면 K는 조금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무척 쉽고도 간단한 게임이다. 심지어 순발력도 필요 없고, 이기려고 스매싱을 날릴 필요도 없다. 그래, 차라리 그냥 라켓이 된다고 생각하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눈 한 번 딱 감고, 자신을 휘두르는 힘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가끔 이런 간단한 일도 못하는 치들도 있다. 멍청하거나 멍청하게 구는 치들.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K가 그들 중 한 명이라는 것. 맨 처음 내가 K에게 닿았을 때, 그는 당황하고, 당황했는데 그때부터 불안하더니 결국에는 뭉개고 앉아버렸다. 겁이 나는 것이다. 내가 어디로 갈지, 누가 나를 받을지, 내가 얼마나 빨리 날아갈지, 그걸 받은 사람은 나를 어디로 보낼지, 내가 사라져버리지 않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지금껏 몇 명의 부상자가 나왔는지, 현재 스코어는 몇인지, 게임이 영영 끝나지 않으면 어떡할지, 규칙은 정말 그대로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라면 K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 봐도 당최 듣지를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K와 나 사이의 일에 대해서라면 아직 무엇도 시작된 바가 없다. 나는 아직 K에 있다. K는 정말이지 라켓이라도 될 깜냥은 못 되므로 누구도 나를 구할 수 없다. 나는 언제까지나 K의 안에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라기보다는 조금 고독한 일이라고나 할까. 나로서는. K에게는 좀 난감한 일일수도 있다. 그러니까 여섯 번째 손가락이 돋아난 건 사실은 K가 K에게 보낸 신호에 대한 K의 응답일지 모른다. ■ 이지영

ⓒ 임형태_feel,, the Sun and the Moon story_C 프린트_180×225cm_2012

BMW Photo Space에서는 2015년 세 번째 靑사진 프로젝트 임형태의 『feel, 그 낯설음의 시작』을 2015년 9월 11일부터 10월 28일 까지 선보인다. 임형태는 자화상의 방법론을 통해 성(性) 정체성, 개인의 정체성 등 인간의 존재 방식에 대한 작업을 이어왔다.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의문들은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의 관계로 이어졌으며, 평등하지 않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나타나는 감정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아낸 연작 「I see,(2010-2011)」와 「feel,(2012-2014)」을 동시에 선보인다. 이 연작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ubler-Ross)가 말한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 이론'에 입각한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으로서, 각각 1단계 부정(denial)과 2단계 분노(anger)를 나타낸다. ● '부정(denial)'의 단계를 나타내는 「I see,」는 자연을 배경으로 이질적인 상황들을 연출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그것에서 비롯된 감정 상태를 드러낸 작업이다. 사진에 홀로 등장하는 임형태는 지천에 널린 물고기를 마다한 채 어망 가득히 탁구공을 담아내고, 도시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배치된 숲 속 한가운데를 배회한다. 임형태를 둘러싼 이 숲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해석된 공간들로 타인과의 거리 두기와 현실 세계와의 단절을 나타낸다. 그리고 외부인을 차단한 이 단절된 공간은 임형태의 숲을 더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장소로 변모시킨다. 스스로가 경계를 만듦으로써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이 작업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죽음에 대한 단계를 맥락화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 2단계 '분노(anger)'를 나타내는 신작 「feel,」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중심으로 한 「I see,」와는 달리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설화를 차용하고 있다. 사진에서 임형태는 죽음에 순응하는 설화 속 주인공들을 대신해 분노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됨으로써 그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이 분노는 단편적인 격노가 아닌 분노에서 비롯된 다양한 감정적 형태들로 나타난다. 사진 속 설화에서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로 한 심청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혼절하고 만다. 그리고 '해님과 달님'에서 아이들의 어머니는 자신을 해친 호랑이를 죽이지만 또 다른 호랑이의 등장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이때 적극적으로 개입된 분노에도 전복되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들은 이야기 밖의 관객들에게 또 다른 분노를 유도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분노에 기반한 감정적 형태들을 한탄, 갈등, 반항, 후회, 수용이라는 행동으로 치환시키며, 이야기에 짓눌려 있던 주인공들의 감정적 상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 죽음의 수용과정에서 시작된 임형태의 연작은 순환이 전제된 자연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보편적 이야기로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감정과 삶의 관계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그 관계는 개인의 사건에서 시작된 감정과 그 감정들이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담아낸 두 연작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사진 장르가 다루어 온 삶과 죽음에 대한 대다수의 내러티브들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재현을 통해 이루어졌다. 반면, 개인의 이야기와 설화를 차용한 임형태의 작업은 셀프 포트레이트라는 방법론에 연극적 요소를 더해 삶과 죽음을 재현하는 측면에서 탈 전통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동시대가 지향하는 사진의 재현적 의미에 틈을 내는 행위로서, 현대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 BMW 포토 스페이스

BMW Photo Space features the third Chung(靑) Photo project as HyoungTae Lim's Feel, the Beginning of Unfamiliarity from September 11th to October 28th 2015. Lim continues to work on the ways of being through the methodology of self-portrait such as sexual identity, self-identity, and so on. The questions regarding the ways of being were naturally connected to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life and the death'; therefore, he could focus on the feelings that reveal in between the unequal life and the death. 「I see,(2010-2011)」 and 「feel,(2012-2014)」, which are the series of works that consist the process of accepting the death as a part of the life, are going to be featured in this exhibition. These are the self-portrait works based on Elisabeth Kubler Ross' the Five Stages of Loss and Grief: one indicates denial, which is the first stage, and the other one is about anger, which is the second stage. 「I see,」 which shows the stage of denial, has set the nature as its background to represent some disparate situations that directly reveal the state of sentiment initiated from the artist's personal experience. Lim appearing alone in the photo is filling his fishing net with the Ping-Pong balls instead of with fishes scattered around the valley. He wanders around the middle of a forest where objects that remind of the city are placed. This forest that surrounds Lim is the space interpreted solely with his personal feelings; thus, it makes the distance from others and cuts off the real world. Moreover, the ruptured space that blocks the stranger transforms Lim's forest even more mysterious and unrealistic. The work that reveals a burden of the life and the reality as he creates the boundary is the first step to contextualize the stage of death that a human being accepts in general. ● His new series 「feel,」, which shows about the anger, is different from 「I see,」 that is focused on his personal experience and emotion since it borrows a story from the fable. In this photo, Lim gets outraged and becomes a protagonist in place of actual characters from the fable. However, this anger is not just a simple rage since it demonstrates different emotional forms. The fable in the photo is about the devoted daughter, Shim Chung who had finally decided to drown herself into the Indangsoo River for her father; however while lamenting her situation, she gets fainted at the end. Besides, another fable appears in the photo is 'The Sun and The Moon'. The children finally killed the tiger that harmed their mother, but the story implicates its tragic ending by presenting another tiger. Although there was actively involved anger, these situations of tragedy that were not overturned induce another kind of anger to the viewers at this point. Like this, Lim transposes the emotional forms based on rage such as lamentation, conflict, disobedience, regret, and acceptance; thus, he externally raises the emotional states of the protagonists, which were suppressed by the story. ● Lim's consecutive series that has begun from the way of accepting the death implies the connection of the life and the death based on circulating nature. Furthermore, the process that expands the range of general story from his personal story also connotes the relationship of sentiment and the life. This relationship gets even firm through these series that contain a feeling that was initiated from his personal incident and the process of those feelings transforming into a part of the life. Most of the narratives in the genre of photography have been dealt about the life and the death was realized through direct and specific representation. Yet the work of HyoungTae Lim is post-traditional since it borrowed the fable and applied a personal story adds a theatrical component on the methodology of self-portrait. This type of method is the action of scratching off the representational meaning of contemporary photography, therefore, it helps seeking for the new possibility of modern photography. ■ BMW PHOTO SPACE

Vol.20150914g | 임형태展 / LIMHYOUNGTAE / 林炯兌 / photography

2025/01/01-03/30